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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국대 1저자 논문 초고파일, 마지막 저장자는 조국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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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표 단국대 의대 교수가 대한병리학회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조모(28)씨의 기여도를 설명하기 위해 제출한 논문 초고 파일 최종 저장자는 조 후보자였다고 장세진 병리학회 이사장이 6일 밝혔다. 병리학회는 5일 조씨 딸이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논문을 취소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장 이사장은 6일 오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장 교수가 우리 학회에 소명서 파일과 첨부 파일 형태로 논문 초고(영문본)를 보내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장 이사장은 "통상 논문을 보내오면 공동저자가 많기 때문에 문서 속성 정보를 통해 최종 저장자를 확인하는데 초고의 정보에서 마지막 저장자에 조 후보자의 이름이 있었다. 수정 횟수는 두 번이었다"고 말했다.

장영표 교수가 병리학회에 제출한 소명자료에 초고 파일 있어 #“논문 초고 내용 형편없어, 장 교수도 미숙하고 조악한 수준이라 평가”

장 이사장은 다만 “누가 썼다고 확인할 길은 없다. 우린 논문에 관해서만 얘기한다”라고 말했다.

장 이사장은 장 교수의 소명서에 조씨의 역할이 세 가지 정도로 담겨 있었다고 전했다. 기여도에 대해 ▶초고를 썼고 ▶실험에 참여했으며 ▶마지막에 정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 이사장은 “첨부된 초고를 보니 형편 없었다. 고등학교 수준이라고 할 수밖에 없고 논문으로선 전혀 가치가 없었다. 초고에 쓰인 내용이 결과(논문완성본)에 반영된 건 한마디도 없었다”고 말했다. 장 교수 본인도 초고에 대해 “미숙하고 조악한 수준”이라고 했다는 게 장 이사장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저자 역할에 맞는 사람은 장 교수 본인 혼자라는 식으로 사실상 시인했다는 것이다.

이교영(왼쪽) 대한병리학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병리학회 사무실에서 열린 상임이사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이교영(왼쪽) 대한병리학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병리학회 사무실에서 열린 상임이사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장 이사장은 “우리 학회는 이런 소명자료에 근거해 조씨의 기여도가 없고 제1저자로서 역할이 부족했다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조 후보자는 지난 2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딸의 논문에 대해 “그 당시에는 그 과정을 상세히 알지 못했고, 최근 (장관 후보자로서) 검증 과정에서 확인하게 됐다. 당연히 고등학생이 주도할 글이 아니고 당시 1저자 판단 기준이 엄격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장 교수가 저희 아이에 대해 ‘놀랍도록 열심히 했다’고 했고 아이가 영어를 잘하는 편”이라며 “저자 순위는 책임교수 재량에 많이 달려 있었던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논문을 학회에 실을 때 저자들은 ‘저작권을 학회에 이양하고 내용에 책임진다’는 저작권 이양 동의서에 서명하게 돼 있다. 조씨 논문의 저자는 본인과 장 교수를 포함해 6명이다. 그런데 장 교수가 모두 작성했을 것이란 의혹도 나온다. 장 이사장은 “본인이 직접적으로 대필했다고는 안 했는데 자신이 (서명을) 전부한 것처럼 기술했다”고 썼다. 동의서는 규정상 책임저자와 공동저자는 자필로 이름을 적고 서명하게 돼 있다. 본인이 직접 하거나 당사자 동의가 있을 때 서명이 효력을 발생한다.

논문 초고 저장자가 조 후보자라는 사실과 관련, 이날 조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에) 이름과 소속을 기재해뒀다. PC를 아들이 쓰든 딸이 쓰든 (이름이) 나오게 돼 있다”며 “워드 자체는 제 서재의 컴퓨터에서 작성된 게 맞다. 서울대학교 연구실이 아니라 집에 있는 PC”라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논문 초고에 간여하지 않았고 자신은 몰랐다고 설명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수정: 조국 후보자의 6일 청문회 내용을 반영해 기사를 보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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