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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경상여고 악취 원인 4일째 오리무중…74명 모두 퇴원

중앙일보

입력

지난 2일 오후 대구시 북구 침산동 경상여자고등학교에서 악취를 맡고 이상증세를 보이는 학생들이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오후 대구시 북구 침산동 경상여자고등학교에서 악취를 맡고 이상증세를 보이는 학생들이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대구 경상여고에 퍼진 악취로 74명의 환자가 발생한 지 나흘이 지나도록 관계 당국이 원인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일 대구 경상여고 강당서 악취 발생 #74명 구토·메스꺼움 등 증상으로 병원행 #현재 모두 퇴원했지만 원인은 찾지 못해 #교육청 "공단서 악취 발생했는지 조사중"

대구 경상여고에 따르면 지난 5일 오전 10시30분 병원에 입원했던 마지막 학생이 퇴원하면서 악취 발생 당시 병원에 갔던 74명이 모두 퇴원했다. 다만 전교생 752명 중 3명은 학부모 우려 등을 이유로 이날 등교하지 않았다. 또 다른 3명은 이날 등교 후 두통과 메스꺼움 등을 호소해 병원 치료를 받고 돌아왔다.

학부모들의 우려 속에서도 관계 당국은 여전히 악취가 발생한 원인과 발생한 곳을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부모는 “원인을 알 수 없으니 더 걱정”이라며 “아이가 지난 2년간 수차례 악취가 난다고 했을 때 흘려 들었는데 며칠 전 사고 소식을 듣고 엄마로서 너무 미안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일 오전 9시40분쯤 대구 북구 침산동 경상여고 강당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악취가 퍼졌다. 당시 교장 취임식 행사가 있어 오전 9시부터 전교생이 강당에 있었다. 학생들에 따르면 이날 행사 중반부쯤부터 강당에 철이 타는 듯한 냄새가 퍼지기 시작했다.

이 악취를 맡은 학생들은 어지럼증·복통·구토 증상을 보였다. 보건 교사는 학생 7명이 동시에 보건실을 찾자 이날 오전 10시52분쯤 “주변 공장에서 나온 악취를 맡은 학생들이 구토 증상 등을 호소한다”며 북부소방서에 신고했다. 당시 이 학교에서는 교사 2명을 포함해 74명의 환자가 12개 병원으로 나눠 이송됐다.

지난 2일 오후 대구시 북구 침산동 경상여자고등학교에서 소방당국과 환경부 관계자들이 악취 발생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오후 대구시 북구 침산동 경상여자고등학교에서 소방당국과 환경부 관계자들이 악취 발생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고 당시 소방당국이 강당에서 포집해간 공기에 대한 분석 결과에서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가 난 강당 밑에 위치한 과학실 시약 보관창고에서도 유해가스가 배출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대구교육청과 대구시 등 관계 당국은 인근 공단지역에서 악취가 발생해 학교 강당까지 퍼졌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밀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경상여고 바로 옆에는 대구 제3 일반산업단지가 있다.

우선 대구시는 악취를 포집하는 특수 차량을 비롯해 첨단장비를 동원해 학교 인근에서 발생하는 악취에 대해 분석할 방침이다. 북구청은 인근 공단에서 사고 당일 악취 관련 설비를 제대로 가동했는지 다각도로 조사 중이다.

대구 지역 시민단체들은 “2년간 학생들이 악취로 고통받았다”며 “대구시가 이 지역을 악취방지법에 따라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해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경상여고에 따르면 2017년 9월에도 이 학교에서 악취가 발생해 학생들이 즉각 귀가하는 등 2년간 11차례 비주기적으로 악취가 발생했다.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성명을 통해 “경상여고는 악취관리지역 지정 대상에 해당하는 데도 대구시는 관련 조례조차 제정하지 않고 있다”며 “악취로 인한 학생과 교직원들의 피해는 관계기관의 무능과 무책임에서 비롯한 인재”라고 주장했다.

악취방지법에 따르면 광역자치단체와 인구 50만명 이상인 기초자치단체는 악취 관련 민원이 1년 이상 들어오면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이 가능하다. 악취관리지역의 경우 학교 부지 경계선으로부터 1㎞ 이내에 있는 악취 배출 시설 등에 대해 조례를 통해 법령이 정한 배출허용 기준보다 엄격한 기준을 정할 수 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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