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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히든 챔피언의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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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동현
이동현 기자 중앙일보 기자
이동현 산업1팀 차장

이동현 산업1팀 차장

스웨덴 예테보리 공항에서 수하물을 찾을 때 먼저 눈에 띄는 건 베어링 회사 SKF의 광고판이다. ‘삶을 위한 회전(Rotation For Life)’이라는 슬로건인데, 대부분 SKF가 어떤 회사인지조차 알지 못한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은 스웨덴 자동차 볼보의 슬로건 ‘삶을 위한 볼보(Volvo For Life)’를 떠올릴 수 있다. 볼보는 ‘구르다’는 뜻의 라틴어 ‘볼베레’에서 따왔으니 SKF와 볼보의 슬로건은 같은 의미인 셈이다. 사실 볼보는 SKF의 자회사로 출발했다. SKF 기술자였던 아서 가브리엘손과 구스타프 라손이 만든 자동차가 볼보의 시초다. SKF는 1935년 볼보를 매각하고 베어링 사업에 집중했다.

SKF는 전 세계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선두업체다. 매출액은 10조6000억원(2018년 기준)이지만, 영업이익은 1조3000억원이 넘는다. 매년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히든 챔피언’이다. 지난 1일 예테보리에 있는 SKF 본사를 찾아 100년 넘게 소재·부품 분야 최강자로 자리매김한 비결을 물었다. SKF는 자동화 무인공장을 보여주면서 “100명이 일하던 공장에 지금은 20명만 일한다”고 했다.

사회민주주의 국가, 보편적 복지의 롤 모델인 스웨덴에서 일자리를 잃은 80명은 어떻게 됐을까. 테오 쉘베리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는 “회사의 경쟁력을 갖추는 게 우선이란 데 노조가 동의했다”고 했다. 정부와 회사가 지원해 재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회사 내 다른 일자리로 옮기거나 이직을 도왔다는 설명이었다.

‘히든 챔피언’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구성원이 합의하고 공동의 이익을 위해 협력할 때 가능한 얘기다. 사회적 대타협도, 북유럽식 복지도 말만으로 이뤄질 순 없다.

이동현 산업1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