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김동호의 직격인터뷰

국가 재건 땀 흘리는 이라크 ‘티그리스강의 기적’ 꿈 꾼다

중앙일보

입력 2019.09.0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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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김동호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걸프전 28년만에 평화 찾은 이라크 재건 사령탑

알둘라이미 이라크 기획부 장관은 ’이라크 진출 한국 기업은 85개“라며 ’이 기업들이 현지 투자 환경을 널리 알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현동 기자

알둘라이미 이라크 기획부 장관은 ’이라크 진출 한국 기업은 85개“라며 ’이 기업들이 현지 투자 환경을 널리 알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현동 기자

1991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시작된 걸프전은 당시 CNN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이라크는 이때부터 고난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2003년 미국이 대량살상무기를 은닉했다는 명분으로 30개 우방과 함께 이라크 무장해제에 나서 독재자 사담 후세인 대통령을 축출했다. 2010년 미군이 철수한 뒤에는 이슬람교 내 수니파·시아파 간 종파 갈등으로 내전 상태가 됐고, 2014년부터 이슬람 급진세력 IS(이슬람국가)가 이라크를 장악하기 시작해 2017년까지 시달려야 했다. 이런 곡절을 거치는 사이 한국·이라크는 올해 수교 3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서울을 찾은 누리 사바 알둘라이미(51) 기획부 장관을 만나 이라크 재건 현황을 들어봤다. 직항이 없어 하루 반에 걸쳐 먼 길을 온 그는 “지금 이라크는 기회의 땅”이라고 말했다. 국가 재건 사령탑의 꿈과 포부를 들어봤다.

1991년 시작된 고난의 시대 끝나
후세인 축출 후 IS까지 몰아냈고
작년부터 치안 되찾아 총선 치러
주변국과 우호 회복해 안정 확보

한국식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도입
인프라 건설부터 경제 재건에 박차
한화건설 첨단 대형 도시건설 주도
경제 활성화에 한국기업 참여 기대

수교 30주년을 축하한다. 이번에 방문 목적은 무엇인가.
“한국 국토교통부 초청으로 국제글로벌인프라협력회의(GICC)에 참여하기 위해 방문했다. 나아가 한국이 인프라 부문에서 보유하는 경험을 배우려고 왔다. 한국이 다른 어느 국가보다 빠르게 성공을 이루고, 국가 재건에 성공해 선진국이 된 경험을 직접 알아보고자 오게 됐다.”
한국 경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한국이 많은 위기를 겪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 국민의 강인함과 현명한 국가 지도자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 결과 한국은 재건과 번영을 아주 이른 시간에 이뤄냄으로써 세계적 빈곤국에서 선진국이 됐다. 한국이 얼마나 어떻게 발전했는지 그 과정을 직접 보는 것이 이번 방문의 진짜 목적이다.”
어디를 돌아보고 누구를 만나나.
“한화건설을 비롯한 한국 기업들과 은행 관계자를 만난다. 이들을 만나서 이라크가 얼마나 다시 안정되고 안보가 보장되고 있는지 설명해 드리겠다. 이를 통해서 한국 기업이 더 많이 이라크에서 사업을 했으면 좋겠다. GICC 프로그램의 일부로 스마트 시티 투어가 있는데 그것도 참여한다. 이라크에도 같은 스마트 시티를 조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
관건은 치안인데 IS는 모두 격퇴됐나.
“IS는 2014년 초 이라크를 장악하기 시작해 큰 주 세 개를 점령했다. 암바르·모술·살라딘이었다. 2017년 중반 모든 영토가 탈환됐지만 인프라가 너무 많이 파괴되고, 많은 건물이 무너져 경제가 거의 마비됐다. 게다가 국제 유가가 폭락해 어려움이 가중됐다. 지금은 안정을 되찾고 안전이 확보되고 있다.” 
그래도 안심하긴 어렵지 않나.
“예전에는 바그다드에 위험지역인 레드 존과 안전지대인 그린 존으로 나뉘었는데, 이제는 자유롭고 안전하게 돌아다닐 수 있게 됐다. 2017년 중반 IS와의 전쟁이 끝나면서 공식 선언했다. 이란·시리아 등 주변 6개국과도 우호 관계를 유지해 국경도 안정을 되찾았다.”
IS가 언제라도 돌아올 우려는 없나.
“사실 IS가 들어오게 된 배경은 굉장히 복잡하다. 60개국 넘는 여러 나라에서 참가한 IS는 정치·경제·외교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지금은 국민 간 정치적 합의도 이루어졌고, 평화적으로 정권이 이양될 수 있는 체제가 구축됐다. 이제는 IS가 들어오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한화건설이 IS 점령지로부터 불과 70㎞ 떨어진 상황에서도 사업을 계속해 온 배경이다.”
치안이 경제 발전의 관건 아니겠나.
“최근 여러 국가가 대사관을 새로 열기 시작했다. 또 한국에서는 여행금지국가로 지정돼 있지만, 한국 외교부와 협의해 나가는 중이다. 특히 국토교통부 차관과 회담을 했는데, 여기서도 이라크가 여행금지국가 목록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정말 안정을 되찾았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에도 좋은 투자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담 후세인의 독재 정치체제였는데, 지금은 민주적 정치체제가 자리 잡고 있나.
“독재정권에서 민주주의 체제가 넘어가는 데는 어느 정도 혼란과 불안정이 야기될 수밖에 없다. 그 문제를 조금씩 해결해 나가면서 평화적 정권 이양과 함께 안정과 재건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18세 이상 국민이 참여하는 총선도 치렀다.”
이슬람 내 종파 갈등은 어떤가.
“그런 갈등은 2010년 이전의 일이다. IS가 이라크에 들어오면서 전 국민에게 공공의 적이 됐다. 오히려 국민이 더 단합하는 계기가 됐고, 그래서 이제 모든 이라크 국민은 하나라고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IS가 수니파·시아파·쿠르드족 가리지 않고 다 잔인하게 죽였기 때문에 오히려 이것이 통합의 요인이 됐다.”
방문 대상 기업은 어떤 곳들인가.
“한화건설, 현대건설을 비롯한 건설회사가 많다. 수출입은행도 방문 대상이다. 또 카르발라 정유사업을 하는 대우건설도 방문한다. 또 한국가스공사는 이라크 서쪽 아카스 가스전 사업을 하고 있다. 이라크 재건은 한국 기업에도 큰 기회라고 본다. 한화건설 같은 경우에도 IS가 있던 그 어려운 시기에도 계속 사업을 한 결과 지금 비스마야라는 신도시 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비스마야 사업은 어떤 의미를 갖나.
“이 사업은 2009년 시작했다. 경제 재건의 전환점이다. 이 도시를 통해 얻은 인프라나 기술을 다른 지역에도 확대해 나가려고 한다. 10만 명을 수용하는 이 도시는 중학교부터 운동장까지 모든 것이 갖춰진 완벽한 도시다. 이번 사업을 ‘외국인 투자 시범 케이스’처럼 더 많은 기업이 올 수 있는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라크는 앞으로도 300만 명에게 새로운 주거지가 필요하다.”
사실 한국의 진출은 오래됐다.
“이라크의 하이파와 팔루자가 대표적이다. 1970~80년대 한국 업체가 주택단지를 지었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 수교 30년도 좋았지만 앞으로 30년 동안은 인프라 분야에서 더 많이 협력해줬으면 좋겠다.”
한국은 경제개발 계획을 활용했다.
“우리도 과거 한국처럼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해마다 수립한다. 이를 통해 전쟁으로 파괴된 지역의 인프라 재건을 추진하고, 민간 부문 개발 계획도 함께 수립하고 있다. 한국의 경험을 매우 유용한 모델이 되고 있다. 성공적 경험을 가지고 있는 한국의 경험을 활용해야 한다.”
구체적 계획은 어떻게 되나.
“이라크가 2013년부터 2030년까지 석유 기반 경제를 탈피해 산업을 다각화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 일환으로 가스 개발·인프라 구축 사업을 중점적으로 발전시키면서 유리 제조·농업용 시설·가공업에도 힘을 쏟아붓고 있다.”
외국인 투자는 활발한가.
“아랍 속담에 ‘자본은 겁쟁이지만 똑똑하다’는 말이 있다. 위험을 기피하지만, 경쟁이 적은 곳에 진출하려는 성향이 있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이라크는 굉장히 기회가 많은 나라다. 경쟁이 아직 치열하지 않은 지금이 진출하기 좋은 시점이다. 외국기업으로는 독일 지멘스 같은 대형기업도 진출하는데 현대건설은 자기부상열차 사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민생 경제는 어떤가. 통화가 디나르인데 물가는 안정돼 있나. 국민소득은 늘고 있나.
“올해 들어 물가가 안정세를 보인다. 국민소득은 아직 통계를 산출할 형편이 안 될 만큼 미미하다. 내년부터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가동해 경제 통계도 작성하려고 한다.”
한국은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 이라크에도 이런 기적이 일어나야 하지 않겠나.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 해봤다(웃음). 이라크에도 티그리스 강이 바그다드를 흐른다. 어떻게 이름을 붙일지는 차차 생각해봐야겠다.”
미국은 무엇을 도와주고 있나.
“미국은 현재 안보나 개발 프로젝트, 청년이나 여성을 비롯한 취약 계층의 연수와 역량 강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양국 간 군사협정에 따라 군사 훈련도 지원해주고 있다.” 
◆알둘라이미
이라크 재건을 총괄하는 기획부 장관이다. 바그다드대에서 농업공학을 전공하고 요르단 암만대에서 국제관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요르단에서 2006년에서 2014년까지 보낸 중동 전문가다. 이라크 내 18개 주 가운데 가장 큰 암바르 주 의원을 거쳐 지난해 12월부터 입각했다.

김동호 논설위원

※이 기사에는 김혜린 인턴기자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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