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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 4대 천왕도 부러워한 ‘당신’ 조명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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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LG U+ 스리큐션 마스터스에 출전한 딕 야스퍼스, 다니엘 산체스, 조명우, 토브욘 브롬달(왼쪽부터)이 큐를 잡고 포즈를 취했다. 김상선 기자

LG U+ 스리큐션 마스터스에 출전한 딕 야스퍼스, 다니엘 산체스, 조명우, 토브욘 브롬달(왼쪽부터)이 큐를 잡고 포즈를 취했다. 김상선 기자

4일 경기 하남시 스타필드 하남의 특설 당구경기장. 세계 당구계 ‘4대 천왕’ 중 세 사람인 딕 야스퍼스(54·네덜란드)·토브욘 브롬달(57·스웨덴)·다니엘 산체스(45·스페인)와 한국의 ‘당구 신동’ 조명우(21)가 한자리에 모였다.

야스퍼스·브롬달·산체스 인터뷰 #LG U+컵 3쿠션 마스터스 출전 #한국 인프라와 열기에 엄지척 #“머지 않아 세계챔피언 될 것”

이들은 5~8일 이곳에서 열리는 LG U+컵 3쿠션 마스터스에 출전한다. 보통 월드컵 우승상금이 2000만원 정도. 이번 대회 우승상금은 8000만원이다. ‘4대 천왕’ 중 한 명인 프레드릭 쿠드롱(51·벨기에)은 올 3월 세계캐롬당구연맹을 떠나 프로당구투어로 전향했다. ‘4대 천왕’이 한데 뭉치지는 못했다.

LG U+ 스리큐션 마스터스에 출전한 딕 야스퍼스, 다니엘 산체스, 조명우, 토브욘 브롬달(왼쪽부터)이 4dlf 큐를 잡고 포즈를 취했다. 조명우는 5일 조별리그 D조 첫 경기에서 김행직을 16이닝 만에 40대31로 꺾었다. 첫 이닝에서 10점을 몰아쳤다. 김상선 기자

LG U+ 스리큐션 마스터스에 출전한 딕 야스퍼스, 다니엘 산체스, 조명우, 토브욘 브롬달(왼쪽부터)이 4dlf 큐를 잡고 포즈를 취했다. 조명우는 5일 조별리그 D조 첫 경기에서 김행직을 16이닝 만에 40대31로 꺾었다. 첫 이닝에서 10점을 몰아쳤다. 김상선 기자

세계 당구 팬들에게 야스퍼스, 브롬달, 산체스는 축구로 치면 펠레나 마라도나 같은 존재다. 당구 종목 중 하나인 스리쿠션은 큐로 수구(手球)를 쳐 제1 적구(的球)와 제2 적구를 맞히는 동안 당구대 모서리인 쿠션에 세 번 이상 닿아야 하는 게임이다. 40점을 먼저 내면 이긴다. 야스퍼스는 2017년 4차례의 기회(4이닝) 만에 40점을 낸 기록을 갖고 있다. 정상급 선수도 20이닝 안팎에 40점을 낸다.

브롬달은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월드 3쿠션 챔피언십(세계선수권)에서 5차례 우승했다. 같은 대회를 4차례 우승한 산체스의 경우 하이런(한 이닝 연속 최다 점)이 23점이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세 선수가 1987년부터 30년 넘게 정상을 분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셋 다 한국 대회에 자주 참가하다 보니 “잠시만요”, “빨리빨리” 등 서툴지만, 한국말도 좀 한다. 물론 인터뷰 문답은 영어로 했다.

야스퍼스는 먼저 “당구 황제는 브롬달이다. 1987년 월드챔피언십에서 우승해, 스리쿠션을 전 세계에 알린 뒤 오랜 기간 챔피언을 지키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그러자 브롬달이 “야스퍼스는 자로 잰 것처럼 공을 쳐서 ‘인간 줄자(human ruler)’로 불린다. 일본의 손 흔드는 고양이 인형(마네키네코)처럼 멈추지 않고 포인트를 따낸다”고 화답했다.

브롬달은 산체스에 대해서도 “당구 교과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고 정확히 친다”고 칭찬했다. 산체스는 프로로 전향한 쿠드롱에 관해 “최고 선수들이 모여 함께 성장하는 게 목표였는데”라고 아쉬워했다.

‘4대 천왕’은 자신들의 별명을 어떻게 생각할까. 산체스가 “영광스럽지만 4대 천왕 시대는 갔다. 많은 선수가 치고 올라왔다”고 대답했다. 브롬달은 “여기 황제가 아니라 왕자가 있지 않냐”며 조명우를 가리켰다. 이어 “조명우는 매년 더 강해질 거고 머지 않아 세계 챔피언이 될 거다. 아마 형들을 다 내보낼 것”이라며 씩 웃었다. 야스퍼스도 “저 연령대(20대 초반)에 이런 기술과 재능을 가진 친구를 본 적이 없다. 용기와 창의성을 지녔고, 어려운 상황에도 놓치지 않는다”고 칭찬했다.

산체스가 한국말로 “얘 안 좋아”라고 농담한 뒤 조명우에게 귀를 막으라는 몸짓을 했다. 이어 “꼬마 시절부터 연습할 때 도와줬는데, 이제는 조언할 게 없다”고 말했다. 조명우는 “4대 천왕 동영상을 보며 꿈을 키우고 배웠다. 그런 그들과 함께 경기한다는 게 꿈만 같다”고 말했다.

LG U+ 스리큐션 마스터스에 출전한 딕 야스퍼스, 다니엘 산체스, 조명우, 토브욘 브롬달(왼쪽부터)이 큐를 잡고 포즈를 취했다. 조명우는 어렸을 때부터 경기가 끝나면 산체스가 많은걸 가르쳐줬다고 고마워했다. 김상선 기자

LG U+ 스리큐션 마스터스에 출전한 딕 야스퍼스, 다니엘 산체스, 조명우, 토브욘 브롬달(왼쪽부터)이 큐를 잡고 포즈를 취했다. 조명우는 어렸을 때부터 경기가 끝나면 산체스가 많은걸 가르쳐줬다고 고마워했다. 김상선 기자

조명우는 당구장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8세에 처음 큐를 잡았다. 10세에 예능 프로그램 ‘스타킹’에 당구 신동으로 출연했다. 시니어 3년 차인 조명우는 올해 국내외를 합쳐 4차례 우승했다. 앳된 얼굴로 대회를 휩쓸면서 ‘학살조’라는 별명도 얻었다. 조명우는 대학(한국체대)도 당구(특기생)로 진학했다.

한국의 당구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국 당구장 수가 2만2630개(2017년 기준). 세계에서 가장 많다. 하루 이용자만 160만 명으로 추산된다. 스리쿠션 세계 20위 이내에만 5명(조재호 7위, 김행직 12위, 허정한 14위, 조명우 16위, 최성원 17위)이 있다.

산체스는 “바르셀로나의 경우 당구클럽이 3개다. 오후 3시에 열어 오후 8시에 닫는다. 스페인은 축구에 밀려 다른 스포츠는 성장하지 못한다”며 “한국은 당구클럽도 많고 선수 풀도 많다. 환경과 문화가 좋아 잘할 수밖에 없다”고 부러워했다. 브롬달은 “유럽은 레스토랑이나 카페에 당구대 한두 개가 있는 정도다. 한국 당구장에는 테이블이 20개나 있다. 또 당구 치는 사람들 표정도 다 밝다. 한국은 스포츠로서 스리쿠션이 나아갈 방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LG U+ 스리큐션 마스터스에 출전한 딕 야스퍼스, 다니엘 산체스, 조명우, 토브욘 브롬달(왼쪽부터)이 큐를 잡고 포즈를 취했다. 김상선 기자

LG U+ 스리큐션 마스터스에 출전한 딕 야스퍼스, 다니엘 산체스, 조명우, 토브욘 브롬달(왼쪽부터)이 큐를 잡고 포즈를 취했다. 김상선 기자

조명우는 “한국은 건물마다 당구장 하나씩은 있고, 선수용 대대도 많이 갖췄다. 치는 사람이 많다 보니 경쟁으로 실력이 느는 것 같다. ‘당구장 내 금연법’이 시행(2017년 12월)됐고, ‘교육환경 보호구역 내 당구장 개설 허용’도 발표(지난달 17일)됐다. 요즘 당구장에는 어린 친구도 많다”고 자랑했다.

인터뷰 막바지에 브롬달이 “새로운 4대 천왕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하자, 조명우는 “11월 덴마크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하고 싶고, 한국인 중에서 4대 천왕이 나오면 좋겠다”고 에둘러 말했다.

하남=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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