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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없는 작가' 뱅크시 작품들이 사라지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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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난당한 퐁피두센터 주차장 안내판 뒤에 있던 뱅크시 작품. [NHK 캡처=연합뉴스]

도난당한 퐁피두센터 주차장 안내판 뒤에 있던 뱅크시 작품. [NHK 캡처=연합뉴스]

'얼굴 없는 작가'로 불리는 그라피티 예술가 뱅크시 작품이 훼손되고, 사라지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NHK에 따르면 지난 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현대미술관 퐁피두센터 주차장 안내판 뒤에 그려진 뱅크시 작품 '복면 쥐'를 누군가 톱으로 잘라 훔쳐갔다.

이 작품은 뱅크시의 분신으로 여겨지는 복면을 쓴 쥐가 커터 칼을 안고 있는 그림으로 지난해 6월 미술관 주차장 안내판 뒤에 그려져 있는 게 발견돼 주목받았다.

미술관 측은 뱅크시 작품을 확인하고 도난방지용 유리커버를 설치해 작품을 보존해 왔지만 약 1년 만에 작품이 훼손된 채 사라졌다. 미술관 측은 트위터를 통해 도난 사실을 알리며 "뱅크시가 이 장소를 택해준 건 우리의 자랑이었다. 하지만 뱅크시 작품이 도난당한 사실을 전하게 돼 슬프다"고 전했다. 프랑스 경찰은 미술관 측의 신고를 받고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

영국 동남부 항구도시인 도버에 그려진 얼굴 없는 예술가 '뱅크시'의 작품. BBC는 이 작품이 그려진 건물이 공사용 작업발판(비계)로 덮였다고 보도했다. 작품이 지워졌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뉴시스]

영국 동남부 항구도시인 도버에 그려진 얼굴 없는 예술가 '뱅크시'의 작품. BBC는 이 작품이 그려진 건물이 공사용 작업발판(비계)로 덮였다고 보도했다. 작품이 지워졌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뉴시스]

앞서 지난달 하순에는 잉글랜드의 항구도시 도버의 한 건물 벽면에 그려진 뱅크시 작품이 무언가로 덮이기도 했다. 이 작품은 지난 2017년에 그려진 것으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브렉시트)를 풍자한 벽화로 유명하다.

벽화에는 파란 바탕에 둥글게 자리 잡은 12개 별이 있고 그중 하나를 한 인부가 망치로 깨부수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EU 깃발의 12개 별 중 하나를 제거한다는 의미로 영국이 탈퇴하면 EU가 불완전해진다는 지적을 담았다. 뱅크시는 당시 영국과 유럽 대륙을 잇는 장소인 도버 해협의 항구에 벽화를 그려 더욱 상징성을 부여했다.

2017년 뱅크시의 작품이 발견되자 건물 소유주인 '고든 가문'은 "뱅크시 작품의 보유, 제거, 판매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 고심 중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8월 뱅크시 작품이 흰색의 무언가로 덮여져 있고, 그 앞에 공사용 작업발판(비계)가 설치된 사진이 영국 BBC를 통해 전해졌다. BBC는 건물이 정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벽화를 덮은 것이 흰색 페인트인지 천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벽화를 흰색 페인트로 덮었다면 뱅크시 작품은 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주민들은 "아쉽다. 문화파괴"라는 반응과 "이 건물은 벽화가 그려지기 전부터 해체 예정이었다. 미술작품이 그려졌다고 건물을 그대로 둘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15억에 낙찰되자 마자 파쇄된 뱅크시의 '풍선과 소녀'. [AFP=연합뉴스]

15억에 낙찰되자 마자 파쇄된 뱅크시의 '풍선과 소녀'. [AFP=연합뉴스]

영국 출신으로 알려진 뱅크시는 얼굴없는 작가로 유명하다. 그는 전 세계 도시의 거리와 벽 등에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담은 그라피티나 풍자화를 남겨 주목받는다. 유명 미술관에 자신의 작품을 몰래 걸어두기도 한다. 그의 작품이 발견되는 도시나 미술관은 명소가 돼 관광객들이 몰린다.

특히 지난해 10월 런던 소더비 경매에 나온 뱅크시의 '풍선과 소녀' 작품이 104만 파운드(약 15억4000만원)에 낙찰되자 마자 저절로 파쇄되는 일이 발생해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진행자가 낙찰봉을 내려치는 순간 그림의 캔버스 천이 액자 밑으로 내려오며 세로로 잘려나갔다. 이는 뱅크시가 사전에 계획한 일로 알려졌다. 뱅크시는 경매 다음 날 액자 뒤쪽에 파쇄기를 설치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통해 자신이 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과거부터 자신의 작품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현장을 비꼬았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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