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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닥칠 태풍 ‘링링’ 대비 초비상… 생업과 축제 ‘올 스톱’

중앙일보

입력

5일 오전 10시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두지리 임진강 두리지선착장. 선착장에는 0.5t급 소형어선 4척이 정박해 있고, 배 위에는 어부는 안 보이는 가운데 그물만 가득 쌓여 있다. 옆에 1t 트럭 적재함에도 그물이 한가득 실려 있고. 나루 옆 고지대에는 강에서 건져 올린 선박 2척이 서 있었다.

어민 장석진(55) 전 파주어촌계장은 “7일 밤 경기 서해안으로 태풍이 올라온다는 뉴스에 어민들이 지난 3일부터 서둘러 강에 설치해둔 그물을 걷어 올리고, 어선까지도 뭍으로 끌어올리며 만반의 대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임진강 어민들은 태풍 상륙 소식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5일 오전 10시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두지리 임진강 두리지선착장. 배 위에는 태풍에 대비해 걷어올린 그물이 가득 쌓여 있다. 전익진 기자

5일 오전 10시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두지리 임진강 두리지선착장. 배 위에는 태풍에 대비해 걷어올린 그물이 가득 쌓여 있다. 전익진 기자

임진강 어민들, 참게 철 맞았지만 조업 포기

어민들은 “임진강 명물이자 가을철 최대 소득원인 참게가 제철을 맞았는데 최소 1주일가량은 참게를 못 잡게 생겼다. 태풍이 지나가면서 지난달 말부터 잡히기 시작한 참게가 임진강 하류로 몽땅 쓸려내려 가지 않을까 생각하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임진강 참게는 2월 초부터 서해에서 임진강을 따라 한탄강 등 상류 지역으로 올라갔다가 8월 말~11월 중순께 산란과 월동을 위해 다시 내려와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강화도 인근 서해로 돌아간다.

장석진 전 파주어촌계장은 “지난해 5월 17일 새벽 집중호우로 인한 때아닌 물난리로 100여 명 어민의 어구 대부분이 물에 떠내려가거나 파손되고, 어선 4척이 부서져 수억 원의 재산손해를 입었지만, 피해보상 한 푼 받지 못한 아픈 경험이 떠올라 태풍 소식을 접한 어민들이 조업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서둘러 어구와 선박을 모두 끌어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파주시 파평면 주민자치위원회는 오는 7일~8일 이틀간 예정됐던 ‘제8회 파평 코스모스 축제’를 취소했다. 지난해 가을 축제장 모습. [사진 파주시]

파주시 파평면 주민자치위원회는 오는 7일~8일 이틀간 예정됐던 ‘제8회 파평 코스모스 축제’를 취소했다. 지난해 가을 축제장 모습. [사진 파주시]

1년 준비한 임진강변 코스모스 축제도 취소
태풍이 수도권을 강타한다는 소식에 경기 지역이 초비상이다. 가을 축제도 잇따라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임진강변에서 1년간 준비 중이던 코스모스 축제도 취소됐다. 파주시 파평면 주민자치위원회는 오는 7일~8일 이틀간 예정했던 ‘제8회 파평 코스모스 축제’의 모든 행사 일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번 주말 코스모스 개화가 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태풍 링링 예보에 따라 지난 3일 주민자치위원회 회의에서 축제 진행 여부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 회의를 통해 태풍 관통으로 농가 피해 발생 및 각종 안전사고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 속에 축제 강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1년간 준비해온 코스모스 축제를 비롯한 각종 문화 예술행사를 모두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파평면은 10만㎡ 율곡 습지공원에 코스모스 꽃밭, 연꽃군락지, 장미 터널, 다양한 조형물 등 볼거리와 체험 부스, 음식 부스를 운영할 계획이었다.

태풍 링링. [기상청]

태풍 링링. [기상청]

경기도는 7일 양평군 용문산 관광단지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두 번째 '찾아가는 DMZ' 양평군 편을 오는 10일 용문천년시장으로 변경돼 개최키로 했다. 도 관계자는 “태풍이 한반도를 관통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관람객 안전을 위해 부득이 행사를 연기했다”고 말했다. '찾아가는 DMZ'는 Let’s DMZ 'DMZ 페스타'의 사전 행사로, 이전 DMZ 관련 행사들이 경기 북부 DMZ(비무장지대) 일원에서만 개최됐던 지리적 한계를 넘어 경기 남부지역에 DMZ 가치 확산을 위해 기획됐다.

양평 용문산관광단지 '찾아가는 DMZ' 연기  

행사는 유명가수 공연, 퓨전국악 공연 등 각종 무대공연은 물론,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태극기 바람개비 만들기 체험, 평화의 상징 비둘기 페이스 페인팅 등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할 예정이다. 또한 Let’s DMZ 홍보부스도 운영하여 축제 분위기를 조성할 계획이다. 경기도는 ‘9.19. 평양 공동선언’ 1주년을 기념하고 한반도 평화를 넘어 세계 평화에 대한 국내외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9월 한 달 동안 Let’s DMZ 행사를 개최한다.

이 밖에도 수원문화재단이 오는 6~7일 열 예정이던 ‘2019 수원재즈페스티벌’도 오는 18~19일로 연기됐다. 문화재단은 태풍 북상으로 한반도가 대부분 주말 동안(6~7일) 영향권에 들 것으로 예보되자 관람객 안전을 위해 행사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경기도는 제13호 태풍 ‘링링’이 한반도를 향해 북상함에 따라 지난 4일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해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5일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링링은 이날 오전 3시 현재 일본 오키나와 남서쪽 약 440㎞ 부근 해상에서 북상 중이다. 이 태풍은 토요일인 7일 오전 3시쯤 서귀포 서남서쪽 약 160㎞ 부근 해상을, 오후 3시쯤 서산 서남서쪽 약 70㎞ 해상을 지나 같은 날 밤에 경기 북부나 황해도 서해안에 상륙할 전망이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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