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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한국언론과 조리돌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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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최민우 기자 중앙일보 정치부장
최민우 정치팀 차장

최민우 정치팀 차장

조국 후보자의 기자간담회 이튿날인 3일, 포털사이트 ‘다음’의 실시간 검색어 1위는 ‘근조한국언론’이었다. 지난달 27일 ‘조국 힘내세요’를 필두로 가짜뉴스아웃(28일)→한국언론사망(29일)→법대로임명(30일) 등 친문 지지층 실검 띄우기의 일환이었다. 검찰이 3일 동양대를 압수수색하자 즉각 ‘보고있다 정치검찰’이 실검 상위권에 올랐고, 4일엔 ‘나경원소환조사’가 1위에 등극했다.

개별 기자를 향해서도 공격했다. 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조국 기자간담회 질문 기자 총 56인’이라는 리스트가 공유됐다. “소속과 성명, 사진, 질문내용 등을 정리해 데이터베이스화하자” “이 기자들이 과거에 어떤 기사를 썼는지도 다 뒤져보자”는 등의 댓글도 달렸다. 일문일답 형식으로 공격적 질문을 던진 모 기자의 페이스북엔 1000여개의 욕설이 쏟아졌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가속화되던 2016년 11월, 한국기자협회 주최 토론회에 참석한 이준웅 서울대 교수는 “(최순실 정국은) 언론이 대통령과 그 측근의 권력형 범죄를 고발하면서 민주화에 진 빚을 갚을 기회”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식 서류, 당사자 증언 등 사실에 기반을 둔 증거가 보도로 이어졌다. 당파성을 넘어 사실 확인으로 권력비판에 나선 것은 (한국 언론의) 역사적 전진”이라고 평가했다.

조국 사태를 폭로하는 언론의 최근 보도행태는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있다. 치열한 특종 경쟁도 최순실 사태 이후 3년여 만이다. 다만 친문 지지층의 극단적인 ‘주류 언론 반감’은 과거와 천양지차다. 익명을 요구한 모 언론학자는 “솔직히 코멘트하기 두렵다. 생각이 조금만 어긋나면 그대로 신상턴다”고 전했다. 정치권력, 자본권력과 전혀 다른 ‘군중’이라는 새로운 권력이 지금 한국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최민우 정치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