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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로 남은 아현 KT화재···이젠 로봇이 불끄고 물 퍼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4일 오전 대전시 유성구 화암동에 위치한 KT 관제실에 경보음이 울렸다. 지하에 설치된 모의 통신구에서 비정상적인 온도 상승이 감지됐단 신호였다. 지하에 있는 광케이블과 나란히 설치된 주황색 케이블에 장착된 센서가 0.5m 간격으로 0.1도의 차이까지 감지한 결과다. 관제실은 통신구에 설치된 레일을 따라 5세대(G) 이동통신 로봇인 ‘사파이어’를 현장으로 보냈다. 로봇은 이동 카메라를 통해 현장 상황을 전달하는 한편, 소화기로 소화 분말을 분사해 불길 진화에 나섰다. 이어 또 다른 5G 로봇인 지상형 로봇(소파이어)이 출동해 현장 상황을 살핀 뒤 추가 진화에 나섰다.

0.1도 온도차도 감지, 로봇이 소화기 분사 

지상형 5G 로봇이 통신구 내 비정상적으로 온도가 상승한 지점으로 출동해 로봇에 탑재된 에어로졸 소화기로 소화 분말을 분사하고 있다. [사진 KT]

지상형 5G 로봇이 통신구 내 비정상적으로 온도가 상승한 지점으로 출동해 로봇에 탑재된 에어로졸 소화기로 소화 분말을 분사하고 있다. [사진 KT]

 KT가 선보인 차세대 통신 인프라 혁신 기술의 시연 장면이다. KT는 이날 대전 유성구 대덕연구단지 내 위치한 ‘KT OSP(외부 통신 시설) 이노베이션 센터’를 공개하고 “5G,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혁신 기술을 바탕으로 통신 인프라의 운용 효율을 높이고 안전하고 안정적인 통신 네트워크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KT는 ▶OSP 통합 관리 시스템 ‘아타카마’ ▶화재 감지 기술 ▶침수감지 기술 ▶통신주 기울임 감지 기술 등 관련 솔루션을 공개했다.

가장 대표적인 기술이 빅데이터 기반의 OSP 관리 시스템인 ‘아타카마’다. 통신 인프라에 대한 설계ㆍ운용ㆍ관제ㆍ장애복구 등 기존 전문인력이 하던 노하우를 데이터베이스(DB)화해 효율성을 높인 통합 관리 시스템이다. 오성목 KT네트워크 부문장(사장)은 “광케이블 설계부터 개통, 장애 인지까지 모든 과정을 AI를 기반으로 자동화했다”고 말했다. KT에 따르면 기존 광케이블을 구간별로 설계할 때 약 100분이 소요되던 시간이 아타카마를 통해 10분으로 단축됐다. 또 기존 50분이 소요되던 선로 개통 과정도 10분으로 줄어들었다.

아현 화재와 같은 대형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화재 위험을 조기에 발견하고 진화하는 기술도 공개됐다. KT는 별도의 케이블을 통해 통신구 전 구간의 온도 변화를 감지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케이블이 통신구 안 온도 변화를 감지하면 통신구에 설치된 레일형ㆍ지상형 로봇이 출동해 상황을 촬영하고 화재를 조기에 진화한다.

4일 대전 유성구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KT의 OSP 이노베이션센터에서 황창규 회장이 임직원과 함께 통신구 시험장에 설치된 5G 레일형 로봇 '사파이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KT]

4일 대전 유성구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KT의 OSP 이노베이션센터에서 황창규 회장이 임직원과 함께 통신구 시험장에 설치된 5G 레일형 로봇 '사파이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KT]

물에 잠긴 통신구에는 원격 조종 로봇이 출격

침수 감지 기술에도 첨단 기술이 동원됐다. 기존에는 작업자가 일일이 맨홀 두껑을 열고 안을 들여다봐야 했지만 침수 감지 기술을 통해 자동으로 침수 상태 확인이 가능해졌다. 자동차가 맨홀을 지나갈 때, 지하에 묻힌 광케이블에서 측정된 음파 변화를 통해 침수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통신구가 물에 잠겼다고 판단하면, 5G 원격조종 로봇인 ‘빙수’가 출동해 물을 퍼낸다. 빙수를 이동시키고 정확히 맨홀 위치에 맞게끔 주차하는 역할은 자율주행 차량이 담당한다. KT는 이밖에 통신주 기울임 감지 기술도 공개했다. 광케이블의 장력을 측정해 통신주 기울임을 감지한 뒤 드론을 띄워 실제 기울기를 촬영하는 방식이다.

KT가 이같은 혁신 기술로 통신 인프라에 대한 ‘완전 무장’에 나선건 제 2의 아현 화재를 막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황창규 KT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잠깐의 방심과 자만이 아현국사 통신구 화재라는 큰 상처를 낳았다”며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KT 경쟁력의 근간인 유선 인프라의 가치를 깊이 깨닫는 계기가 됐다”며 “아픈 과오를 씻고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 모든 역량과 기술력을 결집해 네트워크 인프라 혁신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대전=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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