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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어도 탈, 부족해도 탈…담배보다 더 큰 사망원인은?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임종한의 디톡스(30)

올해 4월 유명 의학학술지 『란셋』에 기고된 내용이다. 식품을 통한 사망이 성인의 전체 사망의 22%에 달하고, 전 세계에서 무려 1000만~1200만명이 식품과 관련된 질환으로 사망했다. 이는 담배로 인한 사망,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자 수를 훨씬 웃도는 것으로, 사람들은 잘 먹지 못해서 혹은 잘못된 식습관으로 가장 많이 사망한다.

사망 원인의 22% 차지하는 식품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심혈관질환이 식품과 관련된 사망의 가장 큰 원인으로 1000만명이 이 질환으로 사망했다. 그다음이 세계적으로 91만명이 죽은 암이고, 당뇨가 34만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500만명이 70세 이전에 식품으로 인한 질환으로 조기 사망했다.

소금은 사망에 가장 큰 원인이 되는 식품이다. [중앙포토]

소금은 사망에 가장 큰 원인이 되는 식품이다. [중앙포토]

소금은 식품으로 인한 사망의 최대 주범이다. 그다음이 통곡류 섭취가 부족한 식사, 과일 섭취가 부족한 식사, 견과류 섭취가 적은 식사, 해산물 및 오메가-3 섭취가 적은 식사, 섬유소 섭취가 적은 식사 순이다.

중국에서는 조리에 간장을 비롯한 다양한 소스를 쓰기 때문에 엄청난 양의 소금을 소비한다. 중국은 소금 섭취로 인한 사망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일본의 경우 30~40년 전만 해도 중국 처럼 엄청나게 많은 소금을 섭취했지만, 점차 저염식으로 식생활을 개선해왔다.

우리나라도 아직 소금 섭취량이 많기는 하지만, 식품으로 인한 사망이 인구 10만명당 105명 미만이다. 이는 스페인, 프랑스, 대한민국, 일본 등 손에 꼽히는 국가만이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들 국가는 소득 수준이 3만 달러 내외고, 모두 바다에 면해있다. 통곡류, 과일, 견과류, 해산물 및 오메가-3, 채소 섭취가 적절히 이루어지는 것이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는 건강에 필요한 필수 영양소 섭취가 가능한 우수한 식문화를 가지고 있다. 농업이 발달한 가운데 바다로 둘러싸여 해산물 취가 용이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채소가 부족한 겨울엔 김치라는 발효식품을 만들어 먹으니, 이 역시 조상의 지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2030년 여성 최장수국 전망

우리나라 여성의 기대수명이 2030년 91세로 세계에서 가장 길어질 것이란 전망도 다 이유가 있다. 건강한 식문화가 이러한 기대수명의 연장에 한몫 거든다.

건강을 위해서는 통곡물, 과일, 견과류, 야채 등의 섭취를 늘리고 소금 섭취는 줄여야 한다. [사진 pixabay]

건강을 위해서는 통곡물, 과일, 견과류, 야채 등의 섭취를 늘리고 소금 섭취는 줄여야 한다. [사진 pixabay]

건강을 위해선 통곡물, 과일, 견과류, 씨앗류, 야채 섭취를 늘리고 소금 섭취는 줄여야 한다. 문제는 경제적인 이유로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역시 돈이 문제이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과일과 야채를 권장량 만큼 섭취하는 비용이 가계소득의 최대 52%까지 차지하기도 한다.

건강관리에선 의외로 단순한 요인이 위협적이 될 수 있다. 잘못된 식습관이든 경제적인 이유이든 잘 먹지 못하는 것, 적절한 휴식과 잠을 자지 못하는 것, 적절한 운동을 통해 근력과 심폐 능력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 신체 에 부담을 주는 걷고 일하는, 추위와 더위를 막아내지 못하는 주거환경, 분진과 알레르겐에 일상적으로 노출되는 일 등이다.

사망에 이르게 하는 건강위험요인 중 5분의1이 식품과 관련될 정도로 식품은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어떤 식품을 어떻게 먹어야 할지 기본적인 건강에 대한 교육과 조언만으로도 큰 병으로 장애를 얻거나 사망하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건강에 관련한 기본적인 정보에 대해 누구나 다 조언을 받고 조언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만 주치의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대부분 암. 뇌 심혈관질환, 당뇨 등 만성질환으로 사망한다. 질환이 생기고 나서야 의료기관에서 의료서비스를 받는다. 하지만 이들 만성질환이 생기기 전에 시민들이 바른 식생활, 운동습관, 수면습관, 스트레스 관리, 직업환경관리에 대해 교육과 상담을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어야 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건강나이를 늘이고,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다.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식생활과 건강관리체계를 끊임없이 개선해 나가야 한다.

임종한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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