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아닌 간담회, 조국 "몰랐다"면 끝···기자를 위한 변명

중앙일보

입력 2019.09.04 09:30

업데이트 2019.09.04 09:58

'한국기자질문수준.'

[현장에서]

2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전례 없는 '기자간담회'가 진행된 이후 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장식한 문구다. '근조한국언론'이란 검색어도 함께 수위를 다퉜다. 질문한 기자들의 개별 사진이 캡처돼 커뮤니티에 퍼 날라지기도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기자들의 질문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걸 조 후보자 지지자들이 노골적으로 표현한 거다.

이날 간담회는 대부분 방송사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기자들의 표정, 말투 하나하나는 조롱의 대상이 됐다. 반면 질문에 때론 목소리를 높이고, 때론 울먹이며 답변하는 조 후보자의 대응은 수려했다.

"관계없다, 몰랐다, 불법 아니다" 반복한 조국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오종택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오종택 기자

하지만 조 후보자의 답변 내용은 그간 제기돼 온 논란을 불식시키기엔 아쉬움이 많았다. 사모펀드, 웅동학원, 딸 입시 특혜 의혹 등 민감한 사안과 관련해선 조 후보자는 "나는 관계없다" "몰랐다" "불법이 아니다"는 말만 반복했다.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지길 기대한다"는 대답도 여러 번 남겼다.

예상됐던 부분이다. 법적 강제성이 없는 간담회의 한계이기도 했다. 국회 인사청문회의 경우 의혹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와 증인 신청이 가능하다. 출석 증인의 경우 청문회장에서 위증하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조 후보자처럼 나 홀로 등장해 부인으로 일관하면 법적 권한이 없는 취재기자들은 대응할 방법이 없다.

딸의 주민등록번호 변경 경위를 묻는 기자에게 조 후보자는 "당시 출생신고는 선친께서 고향에서 하셨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아이 학교를 빨리 보내겠다는 생각으로 생년월일을 앞당겨 신고했다고 한다"고 답했다. 추가 질문이 이어지자 "그 부분은 돌아가신 선친께 물어보겠다"고 말했다. 질문한 기자는 당황했고, 간담회장에 있던 여당 의원은 웃었다.

자신과 가족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상황에서 조 후보자는 답변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을 수 있다. 그렇다면 최소한 검찰 수사 결과 이날 답변과 다른 내용이 하나라도 밝혀질 경우 '책임'을 지겠다는 각오라도 밝혀야 했다. 조 후보자는 검찰 수사 결과 본인이나 주변인이 재판에 넘겨질 경우 책임을 질 것이냐는 질문에 "가정에 기초해 답변하지 않겠다"고 비껴갔다. 검찰 수사를 받는 사상 첫 현직 장관으로 개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엔 "불가능을 가능하도록 만들겠다"고 답했다.

국회 기자단과 상의…조국과 민주당의 '언론 활용법'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날 간담회가 전격적으로 성사된 배경도 논란이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대부분 각 언론사의 법조 출입기자가 전담한다. 조 후보자 주변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가 개시된 만큼 해당 사안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도 법조팀 기자들이다. 조 후보자가 간담회 개최를 원했다면 법무부를 담당하는 법조 기자단과 일정을 조율하는 게 상식적이다. 기습적인 간담회 추진은 법조 기자단이 간담회 유보나 보이콧을 선택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조 후보자는 이날 오전 11시 50분쯤 간담회를 갖겠다고 일방적으로 알렸다. 여당에 연락해 국회에 장소를 마련하고 3시간여 만에 개최됐다. 당초 참석대상은 민주당에 출입 등록된 매체 가운데 '1사 1인'이었다. 민주당 출입 기자들은 여권 인사인 조 후보자의 의혹 사안에 대해 비교적 거리를 두던 사람들이다. 시작 시각인 오후 3시 30분은 마침 각 신문·방송이 마감에 쫓기는 시간이기도 하다. 조 후보자와 민주당의 '언론 활용법'이 제대로 들어맞았다.

여권 지지층의 조롱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취재기자는 간담회가 마무리되던 새벽 2시 20분까지 자리를 지켰다. 기자도 그 자리에 있었다. 중앙일보를 비롯해 머니투데이, 세계일보, 조선일보, 한국일보, 채널A, KBS, MBC, YTN 등 수십명의 취재기자가 전례 없는 현장을 지켜봤다. 밤샘을 각오했다는 '무제한' 간담회는 민주당이 깼다. 사회를 맡은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영상 기자들이 피곤해 보인다"는 이유를 댔다. 그 순간까지 취재기자들은 손을 들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숱한 비아냥에도 기자들은 지금도 뛰고 있다.

김기정 사회1팀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