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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인간 아들 10년 간호한 뒤 떠나보낸 父情, 미국 울렸다

중앙일보

입력

10년을 식물인간 상태로 투병하다 저 세상으로 떠난 한 청년의 죽음에 미 전역이 애도에 휩싸였다.
가족들의 지극한 간호는 당초 이틀 밖에 살지 못할 거란 의료진의 예상을 무색하게 만들며, 10년의 투병을 기적의 스토리로 승화시켰다.

같은 대학 재학생으로부터 폭력 당해 #뇌 손상입고 식물인간 된 20살 아들 #10년 간 지극정성으로 간호했지만 #끝내 의식 회복 못 하고 세상 떠나 #연명 치료 과정 담은 다큐멘터리에는 #미국 의료비 문제 등 가족 어려움 담아

워싱턴포스트(WP)는 같은 대학 재학생으로부터 폭력 피해를 당한 뒤 10년 동안 식물인간으로 살았던 라이언 디비니(29)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고 2일 보도했다.

라이언 디비니의 생전 사진. [유투브 캡처]

라이언 디비니의 생전 사진. [유투브 캡처]

디비니는 웨스트버지니아대학 재학 중이던 2009년(당시 19살) 11월 7일 이른 새벽 학교 근처의 편의점을 지나다 같은 대학 재학생이던 조나단 메이와 그 친구인 오스틴 밴트리스와 말싸움에 휘말린 뒤 폭행을 당해 혼수상태에 빠졌다.

당시 디비니의 의료진은 그가 48시간 내 사망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그는 가족들의 지극한 간호로 수십차례의 두개골 수술을 견뎠고 혼수상태로 10년을 살다 지난달 끝내 사망했다.

당시 재판 기록에 따르면 이들은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인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관련된 대화 도중 말싸움이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메이가 디비니의 얼굴을 주먹으로 쳤고, 디비니가 넘어지면서 철제 환풍구에 뒤통수를 부딪쳤다. 이어 밴트리스가 쓰러진 디비니의 머리를 발로 차 뇌간과 전두엽에 심각한 손상을 입혔다. 구급대원들은 현장에 도착했을 때 디비니가 발작 중이었으며 귀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같은 대학 재학생과 그 친구로부터 폭행을 당한 후 심각한 뇌 손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라이언의 생전 모습. [유튜브 캡처]

같은 대학 재학생과 그 친구로부터 폭행을 당한 후 심각한 뇌 손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라이언의 생전 모습. [유튜브 캡처]

디비니의 담당 의료진은 그가 병원에 실려 왔을 당시 두개골과 턱 뼈가 골절된 상태였으며 뇌출혈과 외상성 뇌 손상이 이미 진행 중이었다고 회고했다. 그의 부모는 아들을 죽도록 내버려 두는 것과 생존 확률이 낮은 두개골 제거 수술을 강행하는 것중에서 후자를 택했고, 그는 기적적으로 생존했지만 10년 동안 한 번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식물인간이 된 이후 가정에서 운동치료를 받고 있는 라이언의 모습. [유투브 캡처]

식물인간이 된 이후 가정에서 운동치료를 받고 있는 라이언의 모습. [유투브 캡처]

이후 가해자들에게 내려진 처벌은 미국 사회를 분노케 했다. 20세 청년의 삶을 앗아간 두 가해자가 결과적으로 각각 7개월과 4년의 징역형에 처해진 것이다. 특히 먼저 디비니를 때린 메이에게는 단 7개월의 징역형이 내려졌는데, 디비니의 혼수상태와 메이의 폭행 사이의 직접적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쓰러진 디비니의 머리를 발로 차는 등 결정적인 폭행을 가한 밴트리스에게는 최대 징역 10년에 처하는 상해죄가 적용됐지만 4년 복역 후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가해자 오스틴 반트리스의 사진. 반트리스는 2009년 웨스트버지니아 대학 인근에서 말싸움 끝에 라이언의 머리를 발로 차 외상성 뇌 손상을 입혔고 라이언은 식물인간이 됐다. 반트리스는 4년을 감옥에서 복역 후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유투브 캡처]

가해자 오스틴 반트리스의 사진. 반트리스는 2009년 웨스트버지니아 대학 인근에서 말싸움 끝에 라이언의 머리를 발로 차 외상성 뇌 손상을 입혔고 라이언은 식물인간이 됐다. 반트리스는 4년을 감옥에서 복역 후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유투브 캡처]

당시 디비니의 아버지가 재판에 참석해 판사에게 "내 손에 야구방망이가 쥐어진 채로 밴트리스와 단 2분 만이라도 같은 방에 있게 되는 꿈을 꾼다"고 말하며 강력한 처벌을 호소했지만, 그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가족의 삶은 송두리째 망가졌다. 아버지인 켄 데비니는 아들의 치료에 전념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뒀고, 물리치료기와 고압 산소치료기 등을 집에 들여 24시간 아들을 간호했다고 지역일간지 '볼티모어선'은 전했다. 또 자력으로 연명 치료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던 켄은 자신의 블로그에 아들의 치료일지를 올리며 수천 달러의 후원금을 받아 치료비를 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은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들이 겪는 연명 치료와 그 과정에서 가족들이 감당해야 하는 경제적·정서적 문제, 연명 치료 환자들에게 적용되지 않는 미국의 의료 보험 문제를 알리기 위해 독립 다큐멘터리 제작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큐멘터리는 시민 후원금으로 제작될 예정이며, 현재 제작에 필요한 목표 금액인 2만 달러(약 2432만원) 중 1만5050 달러(1830만원)의 개인 후원이 제작진에 전달됐다.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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