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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TV에 중화권 LCD가 ‘절반’…QLED에도 대만산 패널

중앙일보

입력

중국과 대만 등 중화권 디스플레이 업체의 가격 공세가 국내 삼성·LG전자의 TV 생산방식을 바꿔놓고 있다. 자회사가 생산한 패널로 TV 완제품을 만들던 기존 수직계열화 대신, 저렴한 중국·대만산 액정(LCD) 패널을 구입해다 필름이나 칩 프로세서 등을 장착해 완제품으로 내놓는 식이다. 모회사인 삼성전자·LG전자에 대부분의 패널을 공급했던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 입장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삼성 TV에 중국·대만산 LCD 패널 60% 이상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한해 TV 출하량(4400만대)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사들인 LCD 패널 비중은 37.7%(1660만대)에 그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삼성 TV 10대 중 6대(61.4%)는 중국·대만 메이커가 생산한 LCD 패널로 제작, 판매될 것으로 나타났다.

전망치가 아닌 올 1분기(1~3월) 집계치만 놓고봐도 삼성전자 TV 판매량(1033만대) 중 삼성디스플레이 패널 비중은 37.1%(383만8000대), 중화권 패널 비중은 62%(640만8000대)로 집계됐다. 실제로 삼성의 프리미엄 제품 ‘QLED TV’ 가운데에는 대만 AUO의 LCD 패널이 쓰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대적으로 값싼 LCD 패널에 현재 2만원 수준까지 떨어진 퀀텀닷(QD) 필름을 덧붙여 색 재현율을 높이는 방식을 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TV 원가에서 LCD 패널의 비중은 많게는 30%, 작게는 10%가량을 차지하기 때문에 패널값이 떨어지면 완제품 업체는 그만큼 이득이다. 중국 내 1위 업체 BOE는 지난해 말 본격 가동한 10.5세대 LCD 생산라인에서 한국 기업 대비 낮은 원가로 월 12만장의 패널을 양산하고 있다.

QLED에도 대만제 LCD 들어 가 

LG전자 역시 LCD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와 비슷한 상황이다. IHS마킷 조사 결과, LG전자의 지난 1분기(1~3월) LCD TV 판매량(789만6000대) 가운데 LG디스플레이 패널 비중은 49.3%(389만4000대)로 집계됐다. LG전자 역시 프리미엄급 LCD 제품 ‘나노셀 TV’ 8K 제품에 인공지능 프로세서 ‘알파9’을 장착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8K 해상도 TV를 공개하며 독자적인 반도체 기술이 들어간 ‘퀀텀 프로세서 8K’를 탑재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용 칩 프로세서 '퀀텀 프로세서 8K'(왼쪽), '알파9'. TV 시장에서 패널 이외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이다. [사진 삼성전자, LG전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용 칩 프로세서 '퀀텀 프로세서 8K'(왼쪽), '알파9'. TV 시장에서 패널 이외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이다. [사진 삼성전자, LG전자]

삼성·LG의 방향 전환은 앞서 일본 업체들이 택한 전략과 유사하다. 이들 역시 패널 이외 요소에서 경쟁력을 찾으려고 했다. 인건비, 노후화된 인력 등을 고려할 때 일본산 패널로는 삼성·LG와 경쟁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그 대신 TV 완제품 차원에서 색 재현력이나 화면보존 기술에 주력해왔다.

실제로 소니의 ‘브라비아’ OLED TV는 LG디스플레이 패널을 전량 수입해 쓰지만, 색 재현기술이나 화면보존 기술 측면에서 LG 대비 우월하다는 평가를 미국 컨슈머리포트(CR)에서 받았다. 현재 소니는 일본이 아닌 한국·중국·대만 등에서 TV 패널을 100% 수입하고 있다. 소니 이외에 파나소닉도 LG디스플레이에서 OLED 패널을 공급받고 있다.

히라이 가즈오 전 소니 회장이 OLED TV '브라비아'를 소개하는 모습. LG디스플레이 OLED 패널을 기반으로 하지만, 색 재현 측면이나 화면보존 기술에서 비교 우위를 보이고 있다. [사진 더버지]

히라이 가즈오 전 소니 회장이 OLED TV '브라비아'를 소개하는 모습. LG디스플레이 OLED 패널을 기반으로 하지만, 색 재현 측면이나 화면보존 기술에서 비교 우위를 보이고 있다. [사진 더버지]

중화권 LCD의 비중이 커지는 상황에서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자발광소재인 OLED에서 생존 전략을 찾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달 중국 광저우에 OLED 패널 공장을 완공해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다만 삼성의 경우, OLED TV 완제품 양산은 아직 검토 단계에 머물고 있다.

국내 업체, LCD 대신 OLED 경쟁력 높여야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에서 현존하는 가장 큰 사이즈인 10.5세대 LCD 라인 3개를 가동하기 시작하면서 한국 8세대 LCD 라인은 경쟁력을 상실했다”며 “한국 업체는 LCD TV 구조조정을 통해 OLED TV를 가속화하는 것만이 유일한 활로"라고 지적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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