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3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전날(2일) 기자간담회에 대한 반박 회견을 열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거짓과 선동’을 주제로 열린 이날 간담회는 오후 2시부터 ‘팩트체크’ 형식으로 3시간가량 진행됐다. 조 후보자의 전날 발언을 먼저 소개한 뒤 “조 후보자 발언은 거짓”이라고 논박하는 형태였다.
한국당 3시간 맞불 간담회 #조국측 “AP 성적은 대부분 만점” #야권선 “AP는 영어 위주 아니다” #“딸 환경대학원 입학 전 장학금 #보이지 않는 손 작동했을 것” #조국 딸, 생활부 유출 경찰에 고소
◆제1 저자 논문, 입시 관련 의혹=주광덕 의원은 단국대 의학논문에 딸이 제1 저자가 된 경위에 대해 “저희 아이가 영어를 조금 잘하는 편이다. 연구성과와 실험성과를 영어로 정리한 기여를 크게 생각해 제1 저자로 해준 것 같다”는 취지로 조 후보자가 해명한 것에 반박했다. 주 의원은 “한국말을 하고 이해해야 하는데 영어작문·영어독해 평가는 상당히 하위 등급이다.대부분 6등급, 7등급, 8등급 이하다. 유일하게 영어회화는 4등급을 받은 적이 2번 있고, 6등급도 2번 이상 있다”고 했다. “어제 조 후보자의 해명을 본 제보자가 ‘추가 제보하지 않을 수 없다’며 생활기록부 내용을 공익제보했다”고 주장하면서다. 영어를 잘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논문 윤리 느슨했다? 이미 기준 강화”
이에 대해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딸의 영어 성적은 AP 대부분 만점. 그 정도만 말하겠다”고 했다. 야권에선 AP의 미적분학 시험 문제 등을 사례로 들며 “AP는 영어 실력 위주 시험이 아니다”(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라고 재반박하기도 했다. 조 후보자의 딸은 AP의 미적분학·화학·생물학·경제학 등을 수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의원은 단국대 논문과 고려대 입시 연관성을 부인한 조 후보자의 전날 발언도 반박했다. 조 후보자는 “딸의 (생활기록부에) 논문명 자체가 기재 안 되고, 논문 자체도 제출 안 됐다”고 했다. 생활기록부에 논문 관련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하지만 주 의원은 “생활기록부에 논문, 단국대 인턴과 관계된 상세한 내용이 있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생활기록부엔 단국대 인턴 14일 항목이 있다. 하단에 ‘①유전자 구조와 복합 과정에 대한 이론강의를 습득했고 ②효소 중합반응 검사를 이용한 유전자 검사에 대한 이론을 습득했고 ③실제 환자 검체를 이용한 효소중합반응 검사를 실습했고 ④eNOS 효소의 유전자 다양성에 관한 연구에 참여했다’고 적혔다”고 했다. 맨 뒤 ‘eNOS 유전자’는 조씨가 제1 저자로 등재된 논문 소제로 제목 첫머리에 등장하는 단어다. 조씨는 자기소개서에도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인턴으로 논문에 이름을 올린 사실을 적었다. 주 의원은 “입학사정관이 분명히 논문에 대해 묻고 평가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딸의 논문과 관련해 조 후보자가 “당시에는 1저자와 2저자 판단 기준이 모호하거나 책임 교수의 재량에 많이 달려있었던 것 같다”는 주장도 반박 대상이 됐다. 김도읍 한국당 의원은 “2008년 1월 대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는 의학논문 출판윤리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조국 후보자의 딸 논문 제출 시기는 그해 12월로 이 가이드라인의 적용 대상”이라며 “조 후보자 답변은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원내 전략·전술 다 실패” 한국당 내 비판
더욱이 김 의원에 따르면 조 후보자는 서울대 교수 시절 이른바 ‘황우석 연구조작 사건’을 계기로 연구 윤리를 강화하겠다는 차원에서 2008년 ‘진리탐구와 학문윤리’라는 과목을 개설, 수업한 적이 있다고 한다.
◆사모펀드 의혹=김종석 한국당 의원은 “74억원 투자약정액은 마이너스 통장, 신용카드 한도액 같은 것”이라며 “전액을 투자할 필요는 없다”고 한 사모펀드 관련 해명을 반박했다. 김 의원은 “펀드 정관에는 납입 의무를 불이행하면 지연이자 등 페널티를 내게 돼 있는데, 그럼에도 조 후보자가 ‘10억원 정도만 투자해도 되는 것’이라고 한 것은 ‘10억원만 넣어도 된다’는 이면계약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남 전 의원은 “조 후보자가 과거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 관련 성명서에 이름을 올리고, 론스타가 인수한 뒤 ‘먹튀’한 외환은행 주식 갖기 운동에도 동참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며 “조 후보자는 론스타 논란이 한창일 때 공개 석상에서 ‘론스타 문제를 잘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했다. 이는 전날 “경제나 경영을 잘 몰라 사모펀드가 무엇인지 이번에(인사청문회를 준비하며) 공부했다”는 조 후보자 발언을 꼬집었다.
◆장학금 관련 의혹=곽상도 한국당 의원은 “(서울대 환경대학원) 장학금을 청탁한 적이 없다”고 한 조 후보자 해명을 반박했다. “딸이 환경대학원 장학금을 처음 수령한 때는 2014년 2월이다. 입학이 3월인데 2월에 장학금을 받은 게 가능한 일이냐”는 게 곽 의원 주장이다. 그는 “보이지 않는 손을 작동한 것 외에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다.
기자간담회까지 열며 반격에 나서긴 했지만, 당 내부에서는 조 후보자의 전날(2일) 기자간담회를 허용한 걸 두고 원내 전략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지금 한국당 원내 전략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 전략·전술 다 실패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판단”이라고 말했다.한편 조 후보자의 딸은 한영외고 재학 당시 생활기록부와 의전원 학사 기록 등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남 양산경찰서가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시교육청도 생활기록부 유출 경위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