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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5000억 아시아나항공 인수전···뚜껑 여니 대기업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미래에셋대우ㆍHDC현대산업개발, 애경그룹, 사모펀드 KCGI가 뛰어 들었다. 신규 진입이 어려운 항공산업에서 ‘국적 항공사’라는 대형 매물이 인수ㆍ합병 시장에 나왔지만 주요 대기업의 관심은 뜸했다.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과 매각주간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은 3일 오후 2시 아시아나항공 매각 예비입찰을 마감했다. 재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에 일찌감치 관심을 보인 애경그룹과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 미래에셋대우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업계에서는 인수 가격을 약 1조5000억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과 에어서울ㆍ에어부산 등 자회사 6개를 모두 인수하는 조건이다.

이륙하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연합뉴스]

이륙하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연합뉴스]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금호산업 측은 이달 중순 이내에 인수의향서를 낸 기업 중 인수적격후보(쇼트리스트)를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쇼트리스트에 오른 기업이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자체 실사를 진행하고, 채권단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채권단은 11월 내에 새 주인과 아시아나항공 주식 매매 계약을 완료해 연내에 매각을 끝내겠다는 방침이다.

예상보다 흥행이 저조했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은 예비입찰 마감 하루 전에 미래에셋대우가 참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살아났다. 재무적투자자(FI)로서 HDC현대산업개발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자본력이 있는 미래에셋대우가 사업 다각화를 추진 중인 정몽규 HDC 회장과 손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종합건설업체 HDC현대산업개발의 지주사인 HDC는 지난해 지주사로 전환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앞서 HDC는 2015년 호텔신라와 손잡고 면세점 사업권도 따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시 항공업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접점이다. 지난 6월엔 한솔그룹으로부터 골프ㆍ스키리조트 오크밸리를 인수하기도 했다.

IB업계 관계자는 “HDC현대산업개발은 미래에셋대우에서 지난 2017년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부동산114'를 인수하는 등 신뢰 관계가 돈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 등을 두루 고려해 인수전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애경그룹은 국적기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항공업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로 인수전에 참여했다. 애경그룹은 지난 2006년 제주항공 취항을 시작해 현재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LCC)로 키웠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제주항공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와 인수후 노선 최적화로 항공사로서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여객기. [중앙포토]

대한항공 여객기. [중앙포토]

‘강성부펀드’ KCGI도 인수의향서를 냈다. 강성부 KCGI 대표는 "일본과 미국 등 글로벌 항공사들은 재무구조 개선과 산업 구조조정으로 경쟁력이 많이 강화됐지만 한국 항공업은 정반대 상황이라 조정자 역할을 할 것"이라며 "아시아나를 인수해 부채비율을 낮추면 대한항공도 따라가지 않고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KCGI는 대한항공을 보유하고 있는 한진칼의 2대 주주이기도 하다. 한진칼에 대해 그는 “시어머니처럼 간섭하겠다”며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고 있다. 강 대표는 다만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할 전략적투자자(SI)에 대해선 "여러 시너지 파트너와 함께할 수도 있다"면서 "시너지 파트너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이번 인수전 참여 여부를 놓고 기대를 모았던 SKㆍ한화ㆍGS 등 10대 그룹은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해당 대기업의 한 임원은 “검토한 적이 있으나 생각보다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검토도 해본 적 없다”며 “채권단이나 금호산업 측에서 대기업 인수자를 기대하다 보니 인수 대상자로 거론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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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이런 분위기는 아시나아의 불안한 재무구조 영향이 크다. 아시아나항공의 2분기 기준 부채는 9조5988억원으로 새 주인이 1조5000억원가량으로 주식을 인수한 후에도 상당 기간 투자를 해야 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적기 항공사를 보유한다는 것은 대기업으로선 매력적인 포트폴리오”라며 “이번 인수가 성사되지 않고 유찰된다면 대기업이 다시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수련ㆍ강광우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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