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중 다이빙 갔다가 선박 화재·침몰…美 34명 사망·실종 참변

미 서부 산타크루즈에 정박해있던 소형 다이빙 보트에서 2일(현지시간) 화재가 발생해 34명이 사망 또는 실종된 상태다. [신화통신=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2일(현지시간) 소형 선박이 침몰해 탑승자 34명이 사망 또는 실종했다. APㆍCNN 등 보도를 종합하면 이날 새벽 3시께 캘리포니아주 산타크루즈 섬 연안에 정박해있던 상업용 다이버 선박 ‘컨셉션’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선체 길이가 22m 정도로 작은 이 선박은 곧 뱃머리 일부만 남기고 침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최악의 선박 참사"라고 표현했다.

원인 모를 화재, 자고 있던 탑승객 덮쳐 #한국인 피해는 현재까지 파악 안 돼

 산타크루즈 섬은 로스앤젤레스(LA)에서 북서쪽으로 140㎞ 떨어진 말리부 서쪽 해상에 있으며 ‘북미의 갈라파고스’라고 불릴 정도로 자연이 잘 보존된 곳이다. 다이빙으로 해저를 탐험하려는 관광객들도 많이 몰리는 관광 명소다. 이날 컨셉션호엔 미국 노동절 연휴를 맞아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기 위한 관광객들과 승조원들 39명이 탑승해 있었다. 화재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현지 당국이 파악 중이다.

미 캘리포니아 해안 선박 화재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미 해안경비대는 이날 오후 “사고 선박 주변에서 시신 4구를 수습했다”며 “나머지 탑승자 30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라고 말했다. 해안경비대는 기자들에게 “탑승객 5명은 구조했으나 나머지 34명은 사망한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미 서부 산타크루즈에 정박해있던 소형 다이빙 보트에서 2일(현지시간) 화재가 발생해 34명이 사망 또는 실종된 상태다. [신화통신=연합뉴스]

현지 소방당국은 이날 새벽 3시15분께 “배에 불이 났다”는 조난 신고를 받고 헬기 2대와 쾌속정 등을 긴급 투입했다. 해당 선박이 규정 등을 위반해 사고가 발생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해안경비대 측은 밝혔다. 탑승자의 한 가족은 현지 방송에 “선상에서 프로판 가스 폭발이 있었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안경비대와 소방당국은 “현재로선 화재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관광객들은 갑판 아래쪽 선실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소방 당국은 “탑승객들이 화재가 탈출할 수 없을 정도로 급속도로 번진 것 같다”고 전했다.

화재 후 침몰한 컨셉션호의 피해자들을 위해 한 현지인이 바다에 꽃을 던지며 추모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화재가 발생하자 선장과 승조원들은 구조를 도왔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일부 승조원들은 갑판 위에 있다가 불길을 피하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기도 했다. 이 선박은 1981년 건조됐으며 46명이 최대 탑승 인원이다. 사고 당시 선박엔 110명 분의 구명조끼와 뗏목이 구비돼 있었다. 당국은 그러나 이런 장비를 활용할 시간도 없이 불길이 삽시간에 번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로선 한국인 또는 교민 피해 상황은 파악되지 않았다. 주LA 총영사관은 “현재 한국인 또는 한국 교민 탑승자가 있는지 확인 중”이라며 “현재까지 관련 문의 전화 등은 없었다”고 밝혔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