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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산불이 육식 문화 때문이라는 주장, 억측일까요?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강하라·심채윤의 비건 라이프(9)

영화 '타이타닉', '아바타', '터미네이터'로 유명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열정적인 환경운동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의 가족들 역시 과도한 육식의 환경피해를 알리며 비거니즘을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카메론 감독은 당신이 고기를 먹는다면 당신은 환경 운동가가 아니라고 말할 정도로 공장 축산으로 인한 환경파괴를 비판하고 있다. (You’re not an environmentalist if you eat meat. / James Cameron)

수많은 환경운동가가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환경운동가는 공장 축산이 탄소 배출과 기후 변화에 가장 큰 원인이라는 사실을 모르거나 외면하고 있기 때문에 카메론 감독은 이런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좌)과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 2009> (우) [사진 위키백과]

제임스 카메론 감독(좌)과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 2009> (우) [사진 위키백과]

영화 '아바타'에는 세상의 모든 생명은 연결되어 있다는 감독의 세계관이 녹아있다. 파괴적인 방법으로 지구의 자원을 착취하고 다른 행성까지 침략하는 인간의 탐욕을 보여준다. 공장 축산은 인간의 욕심을 먹고 성장한 파괴적인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기후변화와 토양, 해양 오염에 가장 큰 원인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카메론 감독이 환경 운동을 하면서 비건 채식을 실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여름 아마존이 걷잡을 수 없이 불타고 있다. 벌써 몇 주째 계속되는 불길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된 이야기다. 불길이 거세지고 퍼지는데도 브라질 정부가 진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 상황이 외신을 통해 보도되면서 환경운동가들과 북유럽 선진국의 항의가 거세지고 있다. 자연스러운 산불이라고 일축했지만 실제로는 축산업을 위해 숲이 불타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주요 언론에서도 전 세계가 고기를 너무 많이 먹기 때문에 아마존이 불타고 있다는 기사를 현실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인류가 고기를 더 많이 먹기 위해 공장 축산이 성장했고 사료를 생산하기 위해 밀림을 태운다. 밀림이 사라진 땅에는 콩과 옥수수를 심고 거대한 공장 축산이 들어선다.

소, 돼지, 닭 등을 먹이고 키우기 위함이다. 아마존 밀림은 지구의 허파로 불린다. 탄소를 흡수하며 지구 온난화를 막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류가 역사에 없던 방식으로 더 많은 동물을 기르고 먹으면서 수만 년 동안 만들어졌던 원시 밀림을 태우고 있다.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눈앞의 탐욕과 이익에 무릎 꿇었기 때문이다.

우주에서 촬영한 불타는 아마존 숲 [사진 NASA]

우주에서 촬영한 불타는 아마존 숲 [사진 NASA]

기후변화 대응책은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지만 가장 주된 원인으로 공장 축산업을 빼놓고는 논할 수가 없다. 소비자가 있기에 생산자가 있고 시장이 있기 때문에 물건이 만들어진다. 과도한 육식 소비에 따른 환경파괴를 인식해야만 소비도 줄어들 수 있다. 우리가 선택한 한 끼의 육식 위주 식사 때문에 우리 아이들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세상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40도가 넘는 폭염, 더 강력해진 태풍과 쓰나미, 가뭄과 홍수, 물 부족과 사막화를 선물로 받게 될 것이다. 현재의 생활습관과 식습관의 지속으로는 지구 수명이 30년도 남지 않았다는 충격적인 연구 보고가 나오고 있다. 30년은 긴 시간이 아니다.

스웨덴의 16세 학생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는 2018년 8월 이후, 기후 위기에 대한 긴급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면서 매주 금요일마다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툰베리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세계 여러 나라의 청소년들이 기후변화 대책을 마련하고 즉각적으로 행동하라는 동맹휴학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툰베리는 지금 당장 어른들이 행동하지 않는다면 우리들의 전 생애와 후손들의 삶이 영향을 입게 될 것이라고 호소한다. 과학이 알려주는 중요한 사실들을 정치가와 사회에서 외면하고 있는데, 학교에 가서 지식을 배우는 것이 미래에 쓰일 수나 있을지 걱정한다. 2018년 스톡홀름 ‘TED 토크’ 연설에서 툰베리는 기후과학자들이나 녹색 정치가들도 고기와 낙농제품을 먹으며 위기에 처해 있는 것처럼 행동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2019년 5월, 파리의 청소년들이 학교 수업을 거부하고 기후변화 대책 마련 촉구를 외쳤다.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기후변화는 생존 위협의 문제다. [사진 Greta Thunberg 인스타그램]

2019년 5월, 파리의 청소년들이 학교 수업을 거부하고 기후변화 대책 마련 촉구를 외쳤다.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기후변화는 생존 위협의 문제다. [사진 Greta Thunberg 인스타그램]

모든 생명은 연결되어 있다. 지구 반대편 청소년들의 시위가 더는 남의 일이 아니다. 생물 다양성이 붕괴하고 수많은 생명의 종들이 사라지고 있으며 오직 인간이 먹기 위해 낳게 하고 기르는 소, 돼지, 닭 등 가축 동물의 수만 늘어나고 있다. 지구에서 다양한 종들이 살아갈 수 없게 될 때, 우리 인류도 생존 위협을 받을 것이다.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를 깨닫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국내에서도 ‘기후위기 비상행동’이라는 이름으로 기후변화에 관심이 있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였다. 9월 21일에는 대학로에서 시민들에게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대규모 집회를 준비 중이다. 많은 사람의 관심과 참여가 기후변화를 늦추는 희망이 될 것이다

수백 년간 그 자리를 지켰을 나무들로 이루어진 런던의 아름다운 숲. 자연은 아낌없이 인류에게 휴식과 먹을거리를 내어준다. 런던 숲보다 더 오래전부터 지구를 지켰을 아마존 숲은 지금도 불타고 있다. 옥수수와 콩을 심고 가축을 방목하기 위한 이유로 수천 년간 이어왔던 숲은 사라지고 수많은 야생동물이 불타 죽는다.[사진 심채윤]

수백 년간 그 자리를 지켰을 나무들로 이루어진 런던의 아름다운 숲. 자연은 아낌없이 인류에게 휴식과 먹을거리를 내어준다. 런던 숲보다 더 오래전부터 지구를 지켰을 아마존 숲은 지금도 불타고 있다. 옥수수와 콩을 심고 가축을 방목하기 위한 이유로 수천 년간 이어왔던 숲은 사라지고 수많은 야생동물이 불타 죽는다.[사진 심채윤]

몇 해 전, 런던 도심에서 떨어진 하이게이트 우드(Highgate wood) 숲을 거닐면서 〈연결〉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우리가 생존을 위해 최소한의 해를 끼치는 식생활에 도전하고 비건 채식으로 생활한 지 3개월 남짓 지났던 시기였다. 살면서 한 번도 경험 못 했던 놀라운 심경이었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인식의 문이 열리는 것 같은 깨달음의 날이었다. 역사 속의 많은 수행자가 정신적 수양과 성장을 위해 음식을 가렸던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다.

먹는 음식이 바뀌면서 생각의 많은 부분이 바뀌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날 숲을 거닐면서, 생명은 저마다의 삶이 있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작은 숲에서 얻은 깨달음으로 지금까지 소박하지만 충만한 삶을 누릴 수 있었는데 지구의 가장 큰 숲인 아마존이 불타는 소식을 접하며 인간의 탐욕을 생각하게 된다.

다른 나라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이기 때문이다. 강원도의 산불도, 축산분뇨와 도살처분으로 땅과 물이 병들고 있는 것도 모두 안타까운 일이다. 지구에 생을 의지하고 사는 한 인간으로서 우리가 가장 빨리 실천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강하라 작가·심채윤 PD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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