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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두바이 공주도 왔다, 의료관광 판 키우는 판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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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한국을 방문한 중동 환자와 그 가족이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하이메디]

한국을 방문한 중동 환자와 그 가족이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하이메디]

주베이다 알블루쉬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지난 5월 척추측만증 치료를 받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입국 이후 그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한 대학병원에서 성공적으로 수술을 받았다. 주베이다는 자신 외에 함께 온 가족 3명과 함께 서울에 있는 레지던스에 머물며 3개월 넘게 외래진료를 받고 있다. 그와 그의 가족들은 최근 한국문화 체험 행사에도 다녀왔다.

외국인 환자 한해 38만명 시대 

한국을 찾는 외국인 환자가 늘고 있다. 미국이나 독일 같은 의료 선진국과 실력은 비슷하고,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게 가장 큰 무기다. 덕분에 2009년 외국인 환자 유치를 허용한 이래 한국을 찾는 외국인 환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3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환자 수는 37만8967명에 달한다. 전년보다 17.8%가 늘었다. 의료관광 관련 업체도 증가세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등록된 의료관광 기업은 1345개(2017년 기준)에 달한다. 하지만 한해 유치 환자가 500명을 넘기는 곳은 8곳이 전부다. 중앙일보는 의료관광 스타트업인 ‘하이메디’를 통해 의료관광의 현재를 살펴봤다. 2011년 창업한 하이메디는 한국의 의료관광을 이끌어 가는 업체 중 하나다.

늘어나는 외국인 환자 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늘어나는 외국인 환자 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두바이 왕세자도 한국으로 친지 문병 

주요 병원과 의료 관광 업체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나라는 중동 국가들이다. 절대 숫자가 많진 않지만, 1인당 평균 진료비는 610만원(2017년 기준)으로 전체 외국인 환자 1인 평균 진료비(199만원)보다 3배 이상 더 쓰기 때문이다. 의료업계는 걸프협력회의(GCC) 소속 중동 국가 환자들이 한해 해외에서 쓰는 진료비 총액은 연간 2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부분 산유국이다 보니 해외로 향하는 환자들에게 국가에서 지원금도 제공한다. 또 환자와 가족 등이 함께 해외 병원을 찾는다는 것도 특징이다. 한국 의료의 우수성이 알려지면서 VVIP 고객도 늘고 있다. ‘두바이 장동건’, ‘만수르 처남’ 등의 별명으로도 유명한 두바이 왕세자 셰이크 함단 빈 무함마드 알막툼(37)도 지난 4월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한 친지를 방문하기 위해 한국을 찾아 화제가 됐다. 하이메디 정경미 홍보팀장은 “올해 들어 두바이의 한 공주와 카타르 왕족 등도 하이메디를 통해 한국에서 각각 진료를 받았었다”며 “특히 엄청난 재산을 가졌을 카타르 왕족은 BTS 관련 굿즈를 수백만 원어치 사가 기억에 남는다”라고 전했다.

환자 포함 가족 4명 동행, 한 번 오면 평균 50일 머물러 

하이메디 같은 의료관광 업체를 통해 온 환자들은 다른 환자들보다 체류 기간이 더 길고 더 많은 수의 가족을 대동하는 게 일반적이다. 사전에 의료관광 업체를 섭외해 꼼꼼히 병원을 알아볼 정도라면 중동 현지에서도 어느 정도 경제력을 인정받는 이들이 대부분이어서다. 지난해 하이메디 서비스를 받은 중동 환자는 3000명 선이다. 이들은 평균 환자 포함 4명이 동행했고, 한 번 입국하면 진료비로만 2300만원가량을 썼다. 평균 체류 기간은 50일에 이른다.

외국인 환자 주요 진료 과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외국인 환자 주요 진료 과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외국인 환자들 대형병원 선호 뚜렷 

외국인 환자, 특히 중동 출신 환자들은 서울대학병원을 비롯한 국내 대형 병원을 선호한다. 각 대형 병원마다 진료영역별 1등인지 여부도 꼼꼼히 따진다. 성형외과도 서울 강남에 단독 빌딩을 갖고 있거나, 빌딩 안에 호텔이나 스파를 갖춘 병원을 선호한다. 최근에는 외국인 환자가 늘면서 서울 소재 대학병원에서 경기도 성남시 분당 소재 병원 등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꼭 대학병원이 아니어도, 불임이나 척추질환 전문 등 진료과목별로 특화된 병원도 인기를 얻고 있다.

유튜브 등 인플루언서 마케팅도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방송인인 오므란 자매가 한국 의료관광을 알리기 위해 방한했다. 사진 가운데는 하이메디의 이정주 대표. [사진 하이메디]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방송인인 오므란 자매가 한국 의료관광을 알리기 위해 방한했다. 사진 가운데는 하이메디의 이정주 대표. [사진 하이메디]

최근 들어서는 외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하이메디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같은 SNS를 통해 마케팅한다. 중동 환자들이 아랍어 기반 의료관광 서비스를 받는 모습을 콘텐트로 제작해 이를 SNS로 홍보하는 식이다. 특히 중동 사람들이 선호하는 왓츠업 메신저와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의료관광 관련 문의를 받아 실시간으로 응대한다. 지난 6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인기 방송인인 로자인 오므란과 유명 배우인 아씰 오므란 자매를 초대해 한국 의료와 관광을 소개토록 하는 인플루언서 마케팅도 진행했다. 관련 콘텐트 조회 수는 100만 건을 넘겼다. 덕분에 SNS를 통한 진료 문의가 7월에만 1700여 건을 기록했다.

비누 만들기 등 가족 위한 프로그램 인기 

의료관광 업체들의 서비스도 고도화하고 있다. 특히 중동 출신 환자들은 가족과 동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가족들이 즐길 수 있는 한국어 교실, 시티투어, 비누 만들기, 한복체험 등 다양한 체험행사를 진행한다. 특히 비누 만들기 클래스가 인기다. 한국에서 이를 경험한 환자 가족 등이 한국인 강사를 두바이로 초대해 현지에도 비누 만들기 초청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두바이 현지에서 열린 비누 만들기 체험 행사장. 한국을 방문한 환자 가족이 비누 만들기를 경험한 뒤 한국인 강사를 현지로 초대해 열린 행사다. [사진 하이메디]

두바이 현지에서 열린 비누 만들기 체험 행사장. 한국을 방문한 환자 가족이 비누 만들기를 경험한 뒤 한국인 강사를 현지로 초대해 열린 행사다. [사진 하이메디]

외국인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문화적 차이 등으로 아직은 어려움이 많다. 의료관광 초기 한국인 의사가 여성 환자와 보호자가 있는 병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거나, 이들의 기도시간을 몰라서 이런저런 불편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았다. 병원에서 제공되는 할랄(이슬람에서 허용된 먹거리) 음식 등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대학병원 관계자들이 직접 중동 현지를 방문하는 일도 있었다.

외국인 환자 유치 위해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 강화 

최근에는 의료관광에 빅데이터나 인공지능(AI) 같은 기술을 입히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예를 들어 자체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해 외국인 환자에게 우수 병원과 의사를 추천해주고, 진료예약까지 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이를 위해 하이메디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서비스 총괄을 지낸 유광진씨를 최고제품책임자(CPO)로 영입했다. 이정주(38) 하이메디 대표는 “결국 의료관광 역시 단순 서비스뿐 아니라 콘텐트와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기업이 될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 병원 업무 외에 환자 가족을 위한 여행과 쇼핑, 공연 등 즐길 거리까지 손쉽게 찾아서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판교소식] 기보, ‘최대 100억원 지원…예비유니콘특별보증’ 2차 설명회 개최
기술보증기금(이하 기보)는 기업당 최대 100억원까지 지원하는 예비유니콘 특별보증 제도와 관련한 ‘예비유니콘 특별보증 2차 설명회’를 개최한다. 설명회는 지난 22일 열린 1차 설명회에 이은 두 번째로 오는 2일 서울시 강남구 소재 마루 180 이벤트홀에서 열린다. 참여 신청은 기보 홈페이지를 통해 할 수 있다. 회사명과, 주소 등 간단한 이력사항을 1일까지 입력하면 된다. 기보는 예비유니콘 특별보증 2차 공모를 통해 15개 내외의 기업에 총 1000억원 규모의 특별보증을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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