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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이면 여론 바꾼다, 조국 갖고 장난친 실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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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OOOO미니이벤트·OOOOO이천만원퀴즈·조국힘내세요·조국사퇴하세요…

거리에 늘어선 광고판이나 정치포스터 문구가 아니다. 지난달 28일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의 급상승 검색어다. 급상승 검색어는 단시간 내에 얼마나 검색량이 증가했는가에 따라 순위를 매긴다. ‘날씨’처럼 꾸준한 검색이 이뤄지는 검색어는 높은 순위를 차지하기 어렵다. 반면에 이전까지 검색되지 않던 검색어는 조금만 검색해도 금세 높은 순위를 차지한다.

지난달 27일 오후 조국 법무부 장관을 지자하는 진영과 반대하는 쪽이 검색어 대결을 벌이면서 '조국힘내세요'와 '조국사퇴하세요'가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1,2위를 차지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오후 조국 법무부 장관을 지자하는 진영과 반대하는 쪽이 검색어 대결을 벌이면서 '조국힘내세요'와 '조국사퇴하세요'가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1,2위를 차지했다. [연합뉴스]

신제품만 나오면 실검 순위…마케팅 놀이터 전락

기업들은 급상승 검색어의 허점을 노려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주로 검색량이 적은 오전 시간대에 이벤트를 벌여 '○○대란' 등 자극적인 문구를 실검 순위에 올리면, 이를 보고 소비자들이 다시 검색하면서 검색량이 폭증한다. 실검과 관련된 기사까지 이어지면서 입소문 효과는 높아진다.

일부 업체가 검색을 유도하는 퀴즈 마케팅을 도입하면서 '실검 순위 도배'는 잦아지고 있다.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업체가 몇백원 내외의 상금이나 경품 추첨 기회를 미끼로 퀴즈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상품명이 실검 순위를 차지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업체들은 선착순 조건을 걸어 짧은 시간 내에 검색량이 몰리도록 유도한다.

이를 두고 광고비를 들여 실검 순위를 조작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용자들도 피로감을 호소한다. 직장인 정모(29)씨는 "사회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싶어서 실검 순위를 보는데 요즘은 기업 전용 광고판이 된 것 같다"면서 "피로감이 굉장히 높아졌다"고 말했다.

마케팅 수단에서 정치권 세 대결 장으로 

지난달 27일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출근하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좌). 지난달 28일 서울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학생회관 앞 아크로광장에서 열린 '제2차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에서 조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서울대 학생들(우). 임현동 기자, 우상조 기자

지난달 27일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출근하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좌). 지난달 28일 서울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학생회관 앞 아크로광장에서 열린 '제2차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에서 조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서울대 학생들(우). 임현동 기자, 우상조 기자

최근에는 '실검 전쟁'은 정치권으로도 옮겨붙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찬성·반대 양 진영에서는 소셜미디어와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작전'을 짠다. 급상승 효과를 높이기 위해 특정 시간을 정하고 일제히 검색하는 방식이다.

지난달 27일 오후 2시12분실검 순위(20위)에 등장한 '조국힘내세요'는 1시간여 만에 1위를 기록했다. 이에 대한 '맞불'로 조 후보자의 임명을 반대하는 이들이 움직이면서 '조국사퇴하세요'는 오후 5시20분실검 순위에 등장한 뒤 1시간 만에 2위를 차지했다.

조 후보자 관련 검색어 활동은  지난달 27일 이후에는 '한국언론사망' '정치검찰아웃' '보고싶다청문회' 등으로 검색어를 바꿔가며 실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포털 뉴스에 댓글을 남기고 좌표를 공유하며 '추천'해 순위를 올린 '댓글 전쟁'이 검색어로 옮겨 간 모양새다.

댓글 전쟁 이은 실검 전쟁…"여론 왜곡 불러"

포털은 지난해 뉴스 댓글 순위를 조작해 여론에 영향을 준 '드루킹 사건'으로 홍역을 치렀지만, '실검 전쟁'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포털 측은 비속어나 특정인을 비방하는 검색어나 매크로(명령어를 반복 검색하는 프로그램)를 쓴 경우가 아니면 실검에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특정 세력에 의해 검색어나 댓글이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그 결과 관심이 높아지는 편승 효과(대상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정보가, 그 대상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효과)가 나타날 경우 여론이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정 검색어가 여론을 과대 대표하고 언론 보도는 마치 이게 여론을 대표하는 것처럼 보도하며 부추기고 있다"면서 "여론조사 등 보다 정제된 방법으로 왜곡을 줄여 여론이 전해지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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