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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독일 코어스포츠에 송금한 돈 처분권, 최순실이 보유” 판단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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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1호 03면

이재용. [뉴시스]

이재용.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등 혐의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 중 큰 관심을 끈 부분은 ‘재산국외도피죄’ 대목이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인 법무법인 태평양 이인재 변호사는 선고 직후 “형이 가장 무거운 죄였는데 무죄가 확정돼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산국외도피죄 무죄 왜 #이재용 혐의 중 가장 무거운 죄 #50억 넘으면 10년 이상 징역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국외도피죄는 ‘법령에 반해 자기 재산을 국외로 빼돌리거나 국내로 들어와야 할 재산을 국외에 은닉한 경우’를 말한다. 국외도피액이 50억원 이상일 때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처벌할 수 있다. 박영수 특검은 삼성 측이 코어스포츠(최순실이 독일에 설립한 용역·컨설팅회사) 계좌로 현금 36억원을 송금한 행위에 대해 뇌물공여와 특경가법상 횡령 및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모두 4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이 가운데 가장 중한 죄가 바로 재산국외도피였다. 하급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특검이 제기한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결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이 중 재산국외도피 부분은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인용한 판례는 ‘대법원 2002도7262 판결’이다. 판례에 따르면 특정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되, 그 재산을 자신이 원하는 수단과 방법으로 언제든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때 비로소 죄가 성립한다. 코어스포츠에 송금한 돈을 삼성 혹은 이 부회장 측이 언제든지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어야 유죄가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 돈에 대한 처분권을 보유한 것은 최순실 측이었다. 때문에 재산국외도피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최종 판단이 나온 것이다. 항소심의 이 같은 판단은 이 부회장에 대한 집행유예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삼성 측은 파기환송심에서 이 부분이 양형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고성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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