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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라니와 모빌리티 혁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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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동현
이동현 기자 중앙일보 기자
이동현 산업1팀 차장

이동현 산업1팀 차장

“‘킥라니’ 문제는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기자가 쓴 ‘자동차 업체가 ‘씽씽이’ 만드는 까닭’(중앙일보 27일자 경제4면) 기사를 보고 독자 문의가 적지 않았다. ‘왜 마이크로 모빌리티(대중교통·승용차에서 최종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1인 운송수단)가 필요한지 모르겠다’거나, ‘유럽에서도 라임(공유 전동 스쿠터)이 방치돼 흉물이 되고 있는데 한국은 대책이 뭐냐’는 질문도 있었다.

‘킥라니’는 ‘킥보드’와 ‘고라니’의 합성어다. 산길에서 고라니가 튀어나오듯 스쿠터가 도로나 골목에서 갑자기 튀어나온다 해서 ‘킥라니’라는 말이 생겼다. 부주의한 스쿠터 운전에 대한 부정적인 의미인 셈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선 킥보드를 스쿠터(scooter)라 부른다.

한국에도 벌써 15개가 넘는 공유 전동 스쿠터 업체가 성업 중이다. 주말 서울 홍대나 망원동에 가면 길거리에 널브러져 있는 공유 스쿠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소셜미디어에선 운전 중에 갑자기 튀어나온 전동 스쿠터와 부딪혀 사고를 냈다는 경험담이 넘쳐난다.

공유 스쿠터 사고가 잦은 유럽은 법제화를 서둘러 왔다. 프랑스 파리에선 인도에서 스쿠터를 운행하면 135유로(약 18만2000원)의 벌금을 낸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선 음주 운전이 적발되면 우리 돈 36만원이 넘는 벌금을 물린다. 나이 제한, 안전장구 착용 의무화 등 각종 규제가 있지만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확산 속도가 워낙 빠른 탓이다.

미래 이동성 혁명을 맞아 어느 나라든 마이크로 모빌리티를 포기하긴 어렵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친환경 근거리 이동수단이어서다. 먼저 대응에 나선 국가도 어려움을 겪는다면 후발주자인 한국은 사고나 부작용 예방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금은 ‘킥라니’지만 방치했다간 어떤 괴물이 될지 모른다.

이동현 산업1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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