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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학교가···교사에게 술시중, 학생엔 대리채점 시킨 이사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구시교육청 [뉴스1]

대구시교육청 [뉴스1]

대구의 한 사학재단 이사장이 방과 후 수업 중이던 교사를 불러 술 시중을 시키는 등 비리를 저지른 정황이 드러났다. 대구교육청은 이 재단의 이사장에 대해 해임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대구교육청 Y교육재단 감사 결과 발표 #이사장, 수업 중인 교사 불러 술시중 #학생들에게 시험지 대리 채점도 #재단 측 "감사 결과 인정하지 않는다" #교육청 "재단 이사장 해임 절차 진행"

29일 대구교육청에 따르면 대구 Y 사학재단의 H 이사장은 2014년 9월 이사장 취임 후부터 지난해 4월까지 재단 고등학교 교사 등에게 노래방에 나오라고 요구했다. 교사 5명은 “월 2~3회 정도 이사장이 노래방에 출석할 것을 부장 교사를 통해 묵시적으로 강요했다”며 “노래방은 이사장의 지인이 운영하는 곳으로 추정되며 비용은 N 분의 1로 나눠 냈다”고 대구교육청에 진술했다.

특히 이 학교 여교사 3명은 “이사장이 이사장 취임 전 교장 재직 때도 오후 4시반쯤 수업 중이던 여교사들에게 술 시중을 시켰다”고 진술했다. H 이사장은 2008년과 2011년 두 차례 방과 후 수업을 하던 여교사들을 불러 자신이 초대한 교육청 장학관에게 술을 따라 주게 하는 등 접대를 하도록 했다. 현재 대구의 한 고등학교 교장으로 근무하는 해당 장학관은 “술을 먹긴 했으나 접대 형식은 아니었다”고 교육청에 진술했다.

대구교육청은 올 8월부터 실시한 감사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 과정에서 이 학교의 한 교사가 학생에게 시험지를 대리 채점하게 한 정황도 드러났다. 대구교육청에 따르면 이 교사는 지난 2016년도 3학년 1학기·2학기 중간고사에서 2명의 학생에게 2개반 60여 명의 시험지를 대리 채점하게 했다.

대구교육청은 다른 교사의 제보를 받아 감사에 착수했으며, 당시 대리 채점한 학생 2명의 진술을 확보했다. 이 학생들은 “교사가 시켜 시험지를 채점했으며 내 시험지도 내가 채점을 한 것 같다”고 했다. 해당 교사는 관련 사항을 부인하고 있다.

H 이사장도 감사 결과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교육청이 H 이사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출석을 요구했으나 출석하지 않고, 연락도 받지 않고 있다. 다만 서면으로 “감사 내용을 부인한다”는 입장만 전했다. 재단 측에서도 “이사장과 연락이 안된다. 우리는 아는 바가 없다”고 전했다.

대구교육청에서는 이사장 해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각종 비리가 드러난 Y재단 이사장에 대해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절차를 추진하겠다”며 “대리 채점과 관련해선 업무 방해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대구교육청 측은 술을 접대 받은 장학관에 대해서는 징계 시효가 3년으로 지나 엄중 경고 처분만 했다.

시민단체들은 비리로 얼룩진 Y 사학재단을 해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재단 고등학교는 운동부 학생 성적 조작으로 지난달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2016년 12월 한 교사는 운동부 학생의 성적이 최저학력 기준에 미달하자 성적을 올려 표기했다.

대구지역 26개 시민·교육단체들은 지난 22일 Y 고등학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 교육계가 아무리 썩었다고 해도 이런 사학재단이 독버섯처럼 존재하는 것은 대구시민의 수치”라며 “재단을 해체하고 학교를 사회 환원하라”고 요구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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