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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상고심서 파기환송…"공직선거법과 분리선고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국정농단 의혹에서 수사가 시작돼 직권남용ㆍ뇌물 등 혐의로 재판을 받은 박근혜(67) 전 대통령이 고법에서 다시 한번 재판을 받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9일 오후 2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상고심에서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대법관 전원 일치 판결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이 박 전 대통령의 사건을 고법으로 돌려보낸 것은 박 전 대통령의 1심과 2심이 공직선거법상 분리 선고하게 돼 있는 사건을 하나로 선고했기 때문에 절차상 법률을 위반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법, “특가법(뇌물) 위반 혐의, 다른 죄와 분리 선고해야”

공직선거법 제18조3항은 대통령이 재임 중 직무와 관련해 형법 제129조(수뢰), 제132조(알선수뢰),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뇌물죄의 가중처벌)에 의해 가중처벌되는 경우에는 다른 죄와 함께 선고할 수 없고 분리해서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직자의 뇌물죄는 선거권이나 피선거권 제한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반드시 분리해서 선고하도록 정해놓은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선고된 2심에서 특가법상 뇌물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강요미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이 인정돼 징역 25년과 벌금 200억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주문에서 뇌물 혐의와 다른 혐의를 분리해서 선고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날 선고에서 “원심은 피고인에게 특가법상 뇌물죄와 다른 죄에 대해 형법 38조를 적용해 하나의 선고를 했다”며 “이는 공직선거법 18조 제3항을 위반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한다고 밝혔다.

대법, “원심 무죄 부분 빼고 다시 판단하라”

다만 대법원은 “검사의 상고 이유 중 무죄 판단에 잘못이 있다는 상고 이유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박 전 대통령의 무죄 부분은 확정했다.

원심에서 박 전 대통령이 무죄로 판단 받은 부분은 ▶기업들이 미르 재단과 K스포츠 재단에 출연금을 내게 한 대목(뇌물) ▶정유라 승마지원 용역 관련 일부(용역 대금 213억 약속, 말 3마리 보험료, 선수단 차량 비용) ▶현대자동차에 플레이그라운드와 광고 발주를 하게 한 부분(직권남용) ▶KT에 채용ㆍ보직 변경과 플레이그라운드 광고대행사 선정 요구(직권남용) ▶포스코에 펜싱팀을 창단해 더블루K와 용역계약을 맺도록 한 부분(직권남용) ▶하나금융그룹 본부장 임명(직권남용)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임직원 관련(직권남용 및 강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중 일부 등이다.

또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증거능력에 대해서도 “단독 면담 후 안 수석에게 면담 내용을 불러준 부분은 간접 사실을 추론하는 증거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은 1심에서도 공직선거법상 분리선고를 하지 않았다”며 “파기환송 후 원심은 대법원에서 검사의 상고로 무죄가 확정된 부분을 뺀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 다시 심리ㆍ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순실 상고심도 파기환송…일부 강요죄 인정 안 돼

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에 이어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씨에 대한 선고도 이어갔다. 대법원은 상고심의 주요 쟁점이었던 ▶말 소유권이 최씨에게 있었는지 ▶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2800만원에 대해 삼성의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에 대해 판단했다. 대법원은 삼성이 정씨에게 제공한 말 3마리는 실질적으로 소유권이 최씨에게 있었다고 보고 최씨의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삼성의 부정한 청탁과 관련해서는 "뚜렷한 목적과 성격을 가진 승계 작업 자체로 대통령의 직무 행위와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됐다"며 삼성측이 영재센터에 낸 16억2800만원을 뇌물로 인정했다.

다만 최씨의원심판결 중 강요죄 부분은 원심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원심은 최씨가 ▶전경련을 통해  대기업에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 요구 ▶현대자동차에 지인 회사 납품 계약과 광고 발주를 요구 ▶KT에 채용 및 보직 변경을 요구 ▶롯데그룹에 대한 K스포츠재단 추가지원 요구 ▶삼성그룹에 대한 영재센터 지원 요구 ▶그랜드코리아레저에 스포츠단 창단 요구 ▶포스코 그룹에 스포츠단 창단 요구를 하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및 강요죄를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최씨의 각 기업에 대한 요구가 강요죄의 요건인 '협박', 즉 해악의 고지라고 보기 어렵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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