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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법 시행으로 7834명 실직…"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6월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강사 구조조정 저지와 학습권 보장 결의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강사 구조조정 저지와 학습권 보장 결의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달 1일 시행된 시간강사의 처우 개선을 위한 강사법(이하 강사법)으로 인해 대학 강사 7834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직업 없이 강의에만 전념하는 전업 강사도 4704명이 강의 기회를 잃었다.

교육부 '2019 1학기 대학강사 고용현황' 결과 발표 #시간강사 7834명, 전업강사 4704명 강의 기회 잃어 #인문사회, 예체능계열 전업강사 해고율 가장 높아

29일 교육부는 '2019년 1학기 대학 강사 고용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강사법 적용 이후 399개 대학의 강사 고용 변동 현황을 파악한 자료로, 지난해 1학기에 고용된 강사 수에 비해 올 1학기에 강사 수가 얼마나 줄었는지를 집계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 관계자는 "이전 통계는 강좌 수를 기준으로 집계해, 한명의 강사가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하다 일자리를 잃으면 중복 계산됐다. 이번에는 강사 수를 기준으로 파악해 실제 일자리를 잃은 인원을 정확히 파악했다"고 밝혔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 1학기 강사 재직 인원은 4만6972명으로, 지난해 1학기(5만8546명) 대비 1만1621명이 감소했다. 이중 3787명은 전임강사나 초빙·겸임 교원 등 다른 교원 지위로 강의를 유지하고 있어, 교육부는 이들을 제외한 7834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봤다.

다른 직업 없이 강의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전업강사는 올 1학기에 총 6681명이 감소했다. 교육부는 이중 1977명은 다른 학교에 교원으로 재직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강의 기회를 완전히 잃은 강사 규모는 4704명으로 보고 있다.

일자리를 잃은 전업 강사 중 인문사회계열이 1942명으로 가장 많았다. 예체능계열이 1666명, 자연과학계열 633명, 공학계열 362명이다. 강의 기회를 잃은 의학계열 강사는 101명으로 실업률이 가장 낮았다.

교육부는 올 추경 예산에 반영된 시간강사연구지원사업을 통해 박사금 비전임 연구자가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280억원의 예산을 마련했다. 또 내년에는 박사학위를 취득한 비전임 연구자 3300명에게 총 540억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 대학에서 강의 기회를 얻지 못한 강사에게 대학 평생교육원 강의 기회를 제공해 교육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지원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강사법이 현장에 안착되는 과정에서 강의 기회를 잃은 강사들을 위한 연구·교육 안전망 마련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28일 서울 청와대 분수 앞에서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이 '강사법 시행 첫 학기를 맞이한 입장 발표 및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 안정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서울 청와대 분수 앞에서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이 '강사법 시행 첫 학기를 맞이한 입장 발표 및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 안정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김진균 비정규교수노조 성균관대 분회장은 "강사법 시행으로 강사의 근무 실태가 열악해진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강좌 수를 기준으로 삼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김 분회장은 "이전에 여러 대학에서 6학점의 강좌를 맡았던 강사가 강사법 시행 이후에 3학점짜리 강좌밖에 못하게 된 경우가 수두룩한데, 이 경우 해고 강사로도 잡히지 않고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10년차 시간강사 A씨는 "지난 학기에 한 대학에서 매달 68만원, 다른 대학에서 34만원씩 받고 강의했는데 강사법 시행으로 68만원 받던 대학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A씨는 "지금 34만원을 받으며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강의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교육부의 '시간강사연구지원사업'에 지원 자격조차 없다"면서 "정부가 마련한 구제책은 생색내기일뿐 일자리를 잃고 어려움에 빠진 강사들에게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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