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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하수 슬러지 감량 시설비 86억 날리나?

중앙일보

입력

대전시가 하수슬러지 감량화 사업비 86억원을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시는 설계사와 시공사 등을 상대로 사업비 반환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이 시설은 2015년 5월 설치한 직후 고장 나 지금까지 4년 4개월 동안 한 번도 가동하지 못했다.

대전시 유성구 원촌동 대전시시설관리공단 내 하수슬러지 감량화시설. 2015년 5월 설치이후 고장이 나 한번도 가동하지 않았다. [중앙포토]

대전시 유성구 원촌동 대전시시설관리공단 내 하수슬러지 감량화시설. 2015년 5월 설치이후 고장이 나 한번도 가동하지 않았다. [중앙포토]

하수슬러지 감량화시설 설치 과정은 이렇다. 대전시는 하수슬러지 해양투기가 금지(2013년)됨에 따라 사업에 착수했다. 유성구 원촌동 대전시시설관리공단에 관련 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2012년 12월 기술공모를 통한 수의계약으로 업체를 선정했다. 설계는 ㈜도화엔지니어링, 시공은 ㈜팬아시아워터가 맡았다. 총 사업비 90억5000만원 가운데 30%는 국비, 나머지는 대전시 예산이었다. 시는 ㈜팬아시아워터 측에 53억원을 지급했다.

2015년 5월 설치후 고장난 채 방치 #시설비 81억원, 철거비 4억7000만원 #대전시, 비용 청구 소송했으나 패소

하지만 이 회사는 경영악화를 이유로 2014년 9월 사업을 포기했다. 이후 또 다른 업체가 공사를 맡아 2015년 5월 시공을 끝냈다. 미국 호크마이어사가 만든 장비다. 지름 1㎝ 크기의 세라믹 볼이 하수슬러지의 미생물 세포를 터트려 부피를 줄인 다음 물기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이 사업의 목표는 대전에서 발생하는 하루 102t의 하수슬러지를 53t으로 줄이는 것이었다. 시설관리공단 측은 시공 초기 며칠 동안 시운전을 한 뒤 운영을 포기했다. 장비가 고장 났기 때문이다. 장비는 녹이 슨 채 방치돼 있다. 이 사업비로만 총 81억6100만원이 투입됐다. 이 시설을 철거하는 데만 4억7000만원이 든다고 대전시는 설명했다.

대전시 유성구 원촌동 대전시시설관리공단 내 하수슬러지 감량화시설. [중앙포토]

대전시 유성구 원촌동 대전시시설관리공단 내 하수슬러지 감량화시설. [중앙포토]

시설 설치 당시 대전시 환경녹지국장 K씨는 “당시 어떻게 업체를 선정했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했다. 기술평가위원으로 일했던 A대학 교수는 “도화엔지니어링이 응모 업체 가운데 규모가 가장 커서 믿음이 갔다”고 했다.

결국 시는 2016년 1월 말 설계·감리업체와 시공사에 계약 해제를 통보하고 시설비를 청구했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응하지 않았다. 시는 그해 12월 시설비와 철거비 등 86억3200만원을 반환하라는 약정금 청구소송을 대전지법에 제기했다.

대전지법은 지난 2월 대전시 패소 판결을 내렸다. 대전시와 시공사 등이 작성한 성능보증서가 법적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게 이유였다. 시는 곧바로 항소했다. 항소심 선고 공판은 오는 9월 5일 대전고법서 열린다. 만일 대전시가 항소심과 대법원에서 잇달아 패소한다면 사업비는 그대로 허공에 날리게 된다.

대전시 관계자는 “설치한 시설이 작동이 안 되는 것은 분명히 시공사 책임인데 재판부가 패소 판결을 내린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항소심 재판부는 대전시 입장을 반영해 판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전시의회는 발끈하고 나섰다. 시가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 사업 관련 소송에서 졌는데도 시의회에 보고조차 하지 않은 것은 시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전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는 지난 27일 상임위원들을 긴급 소집해 소송 패소 관련 대책회의를 갖고 특위 구성 여부 등을 논의했다. 허태정 대전시장을 찾아가 항의하기도 했다.

대전시의회 손희역(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전시가 시설이 작동이 안되는 것을 알고도 단지 계약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업비의 90%를 지급했다”며 “어떻게 이런 식의 행정을 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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