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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철 없는’ 모기 늘자…8월 모기퇴치용품 시장 호황

중앙일보

입력

말라리아 매기 모기인 얼룩날개모기. [중앙포토]

말라리아 매기 모기인 얼룩날개모기. [중앙포토]

#. 회사원 김민정(36)씨는 최근 부쩍 늘어난 모기 때문에 고민이 많다. 김씨는 “올여름 초에는 잘 안 보이던 모기가 이달 들어 자주 눈에 띄기 시작했다”며 “뿌리거나 피우는 제품 대신 전기 없이 사용 가능한 3D 홈 네트 제품을 구매해 모기가 들어올 만한 길목에 설치했다. 모기가 집 안에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 내달 초 싱가포르로 늦은 여름 휴가를 계획하고 있는 이종민(42)씨는 몸에 뿌리는 모기 기피제를 대량으로 샀다. 그는 “동남아시아 지역이 온난화로 모기 번식이 늘었다는 소식을 접해 여행 전에 미리 기피제를 준비했다”며 “뎅기열이나 일본 뇌염과 같은 모기가 옮기는 질병을 최대한 예방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철없는’ 모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늦여름 가정용 모기 살충제 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과거 국내에선 6~7월 집중적으로 모기와의 전쟁을 치렀던 것과 달리 최근엔 이른 봄이나 늦은 여름에 모기가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로 서울시의 모기 예보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모기 활동지수는 대부분 ‘쾌적’ 단계였지만 올해는 8월 말 기준 ‘관심’ 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경기도 안산에 있는 헨켈홈케어코리아연구소에서 모기 살충제 제품의 분사력을 실험하고 있는 모습. [사진 헨켈홈케어코리아]

경기도 안산에 있는 헨켈홈케어코리아연구소에서 모기 살충제 제품의 분사력을 실험하고 있는 모습. [사진 헨켈홈케어코리아]

국내 가정용 모기 살충제 시장도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 가정용 모기 살충제 시장 성장률은 전년 대비 1% 늘어난 데 비해 8월 1주~2주차엔 40% 이상 성장했다. 국내 한 대형마트는 8월 한 달간 가정용 모기 살충제 매출액이 5억 6000만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약 37%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사상 최대의 폭염이 8월까지 이어지며 모기의 활동이 급감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여름은 날씨가 비교적 덜 덥고 비가 많이 내리면서 모기의 번식과 서식 환경이 좋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롯데마트의 이제현 퍼스널 케어 MD는 “장마가 끝나고 본격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모기 관련 용품을 준비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화학제품을 거부하는 노케미 소비자가 늘면서 전자모기채, 모기장이나 타이머나 강도조절 등 소비자의 편의성을 돕는 기능을 담은 리퀴드 전자모기향 제품이 잘 팔리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경기 파주지역에서 올해 처음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된 '얼룩날개모기'가 확인됐다. 1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서 연구원들이 매개 모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말라리아 위험지역에 거주하거나 해당 지역 여행 시 말라리아 예방수칙을 준수하고, 모기에 물린 후 말라리아 의심 증상 발생 시 즉시 의료기관에 방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019.6.17/뉴스1

경기 파주지역에서 올해 처음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된 '얼룩날개모기'가 확인됐다. 1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서 연구원들이 매개 모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말라리아 위험지역에 거주하거나 해당 지역 여행 시 말라리아 예방수칙을 준수하고, 모기에 물린 후 말라리아 의심 증상 발생 시 즉시 의료기관에 방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019.6.17/뉴스1

모기의 종류와 활동 시기가 달라지면서 모기 살충제도 ‘박멸’에서 ‘질병 예방’에 초점을 맞춘 제품으로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 특히 몸에 뿌리는 모기 기피제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06년 헨켈홈케어코리아가 ‘마이키파’를 출시한 이후 기피제 시장은 매년 3%p 이상 성장하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 사태가 있었던 2016년엔 시장 규모가 123억원까지 확대됐다. 예년보다 빨라진 추석을 앞두고 성묘객이나 해외 여행객 등이 늘면서 초가을까지 모기 기피제 판매는 지속해서 증가할 전망이다.

헨켈홈케어코리아 연구소에서 살충제를 맞은 모기의 모습. [사진 헨켈홈케어코리아]

헨켈홈케어코리아 연구소에서 살충제를 맞은 모기의 모습. [사진 헨켈홈케어코리아]

헨켈홈케어코리아 R&D 센터의 장호현 이사는 “싱가포르는 올해 들어 뎅기열 발생 건수가 7월 기준 8000건을 넘어서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1400여건)보다 5배 이상 늘었다”며 “방글라데시에선 올해에만 6만여명이 뎅기열 바이러스에 감염돼 이 가운데 169명이 사망했다. 필리핀이나 태국에서도 뎅기열이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어 동남아시아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기피제를 미리 준비하는 등 모기의 공격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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