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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정재의 시시각각

기어코 청문회로 국민 고문할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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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정재
이정재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권력과 명예와 돈, 셋은 같이 갈 수 없다. 서로 앙숙이기 때문이다. 억지로 묶어 놓으면 기필코 화를 부른다. 누구나 아는 오래된 트릴레마(3중 모순)다. 그런데도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는 권력·명예·돈의 트릴레마에 도전했다. 거기까지만 해도 괜찮을 뻔했다. 그는 한 걸음 더 나갔다. 자식들에게도 물려주려 했다. 그러다 온갖 편법의 흔적이 까발려졌다. 그가 법무장관 자리에, 또는 더 큰 야망에 욕심내지 않았다면 이런 일들은 다 묻혔을 것이다. 그에겐 욕심이 화를 부른 격이지만, 대한민국을 위해선 다행이다. 뒤늦게라도 그의 민낯과 기득권 좌파의 후안무치, 대통령의 불통을 확인했으니 말이다.

검찰 수사받으면서 여는 청문회 #구차한 변명·사과, 모르쇠 불보듯 #국민 인내 시험 그만할 때 됐다

공자는 “작은 이익을 탐하는 이는 큰일을 이루지 못한다(見小利則 大事不成)”고 했다. 공자님 말씀에 따르면 조 후보자는 애초 큰일을 맡기 부적합한 인물이다. 그의 인생 궤적이 증명이다. 그는 일찍이 ‘돈의 길’을 택했다. 보통 사람은 잘 모르거나 안 하는 방식으로 돈을 불렸다. 20여년 전 외환위기 때 강남 아파트를 감정가보다 35% 싼값에 경매로 사들였다. 경매로 집을 산다는 생각을 못 하던 시절이다. 외삼촌·숙모 소유 부산 해운대 아파트는 ‘매매 예약 가등기’ 방식으로 넘겨받았다. 주로 재산을 은닉하거나 압류를 피할 때 쓰는 수법이다.

2018년 말 현재 그의 공개된 재산은 54억7645만원이다. 그의 집과 땅, 건물 등을 공시가격이 아닌 시세로 따지면 최소한 70억원은 된다는 게 부동산 업계 얘기다. 그는 상속받은 재산도 없다. 그의 선친은 2013년 작고할 때 42억원의 빚과 21원을 유산으로 남겼다. 조 씨는 6원으로 자기 몫 12억원의 빚을 탕감받았다. 교수 월급으로 이만큼 돈을 모으려면 얼마나 많은 ‘노오력’을 했을까. 애잔하다. 입으론 개혁·진보를 말하더라도, 가슴과 머리는 ‘이익’에 집착해야 가능할 일이다.

그는 ‘이익’ 본능을 민정수석이 되고도 참지 못했다. 사실상 가족 사모펀드를 만들어 10억5000만원을 넣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작은 건설업체가 관급공사를 따내는 방식의 투자는 업계에선 있을 수 없는 형태”라며 “그런 곳에 돈을 넣었다면 정상적인 거래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일반 증권사 사모펀드는 대개 유망 스타트업이나 리츠 투자, 상장기업 위주의 메자닌 펀드로 구성한다. 직접 투자가 금지된 공직자로서 ‘블라인드 펀드’에 투자하려 했다면 이런 수백~수천개의 사모펀드 중 하나를 골랐으면 될 일이다.

조국 씨가 굳이 ‘가족펀드’를 만들어 돈을 넣은 것은 두 가지 이유로밖에 해석하기 어렵다.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거나 증여·상속에 유리했거나 다. 둘 다였을 가능성이 크다. 공교롭게 2017년 8월 이 펀드가 스마트 가로등 업체를 인수한 직후 대통령은 연설에서 스마트 도로를 언급했다. 올 2월엔 직접 살펴보기도 했다. 전직 고위 관료는 “부처마다 대통령 연설문에 업무 내용을 한 줄 넣는 데 목숨을 건다”며 “그래야 힘이 실리고 다른 부처를 밀어붙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에게 스마트 가로등을 말하게 만든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가 누구냐가 스모킹 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미 사모펀드 핵심 관련자들은 일제히 해외로 나갔다. 검찰은 도피성 출국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돈은 꼬리가 길다. 꼭 흔적을 남긴다. 조국 씨가 걸은 ‘돈의 길’도 반드시 흔적을 남겼을 것이다.

이쯤 했으면 사퇴가 정답이다. 아무리 맞으면서 가겠다고 했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가. 저렇게 얻어맞으면 천하장사라도 죽을 판이다. 보기에도 안타깝다. 대통령은 왜 ‘읍참조국’하지 않나. 조 후보자도 끝을 볼 각오다. 하지만 국민 생각도 해줬으면 한다. 검찰 수사까지 겹친 청문회가 어떨지 안 봐도 비디오다. 구차한 변명과 사과, 진영에 대한 호소, 모르쇠의 향연이 펼쳐질 것이다. 그렇게 버텨 장관이 된들 검사들이 그를 존중할 것인가. 검찰 개혁은 가능하겠나. 청문회가 아니라 국민 고문회가 될 것이다.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