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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수사 개시돼 당황” 피의자 신분으로 청문회 받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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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윤석열 검찰총장이 28일 오전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는 차량에서 통화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28일 오전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는 차량에서 통화하고 있다. [뉴스1]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8일 출근길에서 “검찰 수사가 개시돼 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담담히 인사청문회 준비에 임하겠다”며 사퇴 의사가 없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조 후보자가 검찰 수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국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할 가능성이 커졌다.

“검찰 수사로 모든 게 밝혀질 것 #담담히 청문회 준비 임하겠다” #야권 “검사 주축 청문 준비단 #조 후보자 법률자문 부적절”

조 후보자는 이날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검찰 수사가 개시돼 좀 당황스럽다”며 “저희 가족들은 검찰 수사에 성실히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전날 오전 30여 곳에 달하는 전방위적 압수수색을 통해 조 후보자에 대해 제기된 대부분의 의혹을 겨냥했다.

검찰은 최고 수준의 보안을 유지하며 청와대나 법무부에 사전 보고 없이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조 후보자를 법무부 소속의 청문회 준비단 검사들이 돕고 있는 만큼 수사 상황이 후보자 측으로 흘러나가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조 후보자는 출근길 도중 “압수수색을 당했다”는 친인척의 전화를 받고 검찰의 강제수사 착수 소식을 알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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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적법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온 조 후보자는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엔 “검찰 수사를 통해 모든 게 밝혀질 것”이라며 “인사청문회를 통해 제가 드릴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중도 사퇴 없이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8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8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검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으로 조 후보자의 신분 변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는 장관 후보자였다면 이제는 검찰의 수사에 대비하는 신분이 됐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 출신인 김종민 변호사는 지난 27일 자신의 SNS에 “압수수색은 조국이나 조국 가족이 피의자로 입건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썼다.

이 때문에 야권에선 검찰 수사 대상인 조 후보자가 현직 검사들이 주축인 법무부 인사청문회 준비단의 도움을 받아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 출신인 김경진 무소속 의원은 “피의자 조국에 대해 국가 공적 기구인 법무부에 소속된 검사들이 법률 자문을 하고 방어 논리를 개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준비단은 후보자 딸의 진학 문제를 비롯해 고려종합건설과 웅동학원의 채무변제, 후보자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등 각종 의혹에 대한 답변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주로 언론이 의혹을 제기하고 준비단이 답변하는 ‘팩트체크’ 형식으로 진행된 반면 이젠 검찰 수사에 대응하는 차원으로 바뀐 만큼 준비단이 직접 나서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미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도 “검찰 특수부의 수사를 검찰로 꾸려진 준비단이 방어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며 “피의자를 상대로 국회가 청문회를 한 전례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조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고 검찰은 조 후보자 일가족에 대해 신속히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조 후보자는 이날 평소보다 1시간가량 늦은 오전 11시쯤 자신의 소형 SUV 차를 타고 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도착했다. ‘왜 평소보다 늦었느냐’는 질문엔 “특별한 건 없다”고 답했다.

조 후보자를 응원하는 화환과 꽃바구니 등이 준비단 사무실로 배달되는 모습이 취재진에 목격되기도 했다. 인근에선 보수단체의 ‘조 후보자 사퇴’ 집회와 조 후보자 지지자들의 ‘힘내세요’란 응원 집회가 동시에 열려 눈길을 끌었다.

김기정·유성운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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