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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기적의 초대형 방사포”…김정은, 트럼프와 약속도 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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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5일 북한 관영 매체들은 전날(24일) 함남 선덕에서 발사한 발사체를 ‘초대형 방사포’로 지칭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발사장면을 참관했고, 새로 개발한 무기의 발사 실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는 내용을 전하면서다.

한·미훈련 끝나면 안 쏜다더니 #직경 400㎜ 이상 미사일급 발사 #사거리 380㎞ 한국 대부분 사정권

방사포는 2010년 11월 23일 북한이 연평도를 공격할 때 실전에서 사용한 무기다. 전직 군 고위관계자는 “북한군은 107㎜, 122㎜, 240㎜ 방사포를 운영해 오다 최근 300㎜ 방사포를 개발해 실전 배치 중인 것으로 안다”며 “이번에 공개한 방사포는 400㎜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북한은 2000년대 들어 중국·러시아 등의 기술로 300㎜ 방사포를 개발하면서, 러시아판 GPS(위성항법장치) 글로나스를 장착해 명중률을 높였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방사포는 목표지역 일대를 무차별 포격하는 방식의 ‘지역 공격’을 위해 개발된 무기”라며 “그러나 300㎜ 방사포에는 유도 기능을 탑재하고 사거리를 늘려 단거리 지대지 미사일을 대체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미사일처럼 정밀 타격이 가능하도록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공개된 포탄(로켓)의 탄두 부분과 화염이 분사되는 엔진 옆에도 방향타로 추정되는 장치가 붙어 있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국방과학 기술자들과 군수공업부문 노동계급은 세계 최강의 우리 식 초대형 방사포를 연구개발해내는 전례없는 기적을 창조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수퍼 방사포’는 기존 300㎜ 방사포보다 사거리가 두 배 늘어난 380여㎞로, 북한 전방에서 쏠 경우 F-35A 기지가 있는 청주와 평택 미군기지,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계를 배치한 경북 성주와 부산 일부 지역도 사정권에 들어간다.

북한의 이날 방사포 발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약속을 깬 도발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서 친서를 받았다며 “한·미 연합훈련을 종료하면 (단거리 미사일)시험발사도 종료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한·미 연합훈련은 지난 20일 종료됐다.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이나 F-35A 등 한국의 전력 증강에 반발하는 건 명분일 뿐, “단거리 미사일은 어느 나라나 실험한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면죄부’성 언급을 이용해 개발한 재래식 무기의 실험을 완료하겠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최근 선보인 ‘미사일 3종 세트’, 즉 북한판 이스칸데르와 대구경조종 방사포, 북한판 에이태큼스 추정 미사일을 각각 4회, 2회, 2회 등 짝수로 발사 실험을 했다.

무기의 안정성 검토나 “적대세력 압박할 무기개발을 계속해야 한다”는 김 위원장의 언급(25일 북한 매체 보도)을 고려하면 김 위원장은 약속 파기는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나는 그렇게(약속 파기) 생각하지 않는다”며 “나는 우리(트럼프-김 위원장)가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현재 거론되고 있는 북·미 실무협상이나 3차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북한 달래기 또는 무시 전략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정용수·이근평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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