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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의 에코파일] “산림녹화 세계적 성공사례”…국민 1인당 249만원 혜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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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여름 휴가철이면 강으로 바다로 피서를 떠나지만, 산을 찾는 사람도 많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숲, 깨끗한 물이 흐르는 계곡은 쾌적한 휴식처이자 포근한 안식처이기 때문이다.

일제수탈·한국전쟁 탓 최악 상태 #73~78년 29억 그루 심어 대전환 #민수용 석탄 공급하고 화전 정리 #열섬현상 억제, 미세먼지 제거도

국토 면적의 70%가 산지이고, 그 대부분이 산림인 한국은 산림녹화에서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성공 사례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 세계를 통틀어 국토 전체가 헐벗었다가 성공적으로 복원된 처음이자 거의 유일한 사례다.

1960년대 경북 금릉 지역(현 김천시)에서 나무를 심기 위해 사방공사를 한 모습. [중앙포토]

1960년대 경북 금릉 지역(현 김천시)에서 나무를 심기 위해 사방공사를 한 모습. [중앙포토]

환경 분야의 세계적 저술가인 미국의 레스터 브라운 전 지구정책연구소장은 ‘플랜B 2.0’이라는 책에서 “한국의 산림녹화는 세계적 성공작이며 한국이 성공한 것처럼 우리도 지구를 다시 푸르게 만들 수 있다”며 “박정희(전 대통령)의 결단이 큰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국립산림과학원 배재수 박사와 서울대 규장각 이기봉 박사도 한국 산림녹화의 성공 배경을 2006년 ‘한국 임학회지’에 발표했다. 이들은 “가정용 연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일찌감치 판단한 정부의 산림 정책과 에너지 정책이 잘 결합했기에 산림녹화 성공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1973년 식목일에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식목행사에 참석해 나무를 심고 있다. [중앙포토]

1973년 식목일에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식목행사에 참석해 나무를 심고 있다. [중앙포토]

사실 1950년대 초반 한국의 산림은 최악이었다. 일제 수탈과 한국전쟁 때문이었다. 광복 전인 42년 남한의 나무 총량(입목축적)은 6500만㎥이었지만 52년에는 3600만㎥로 줄어들었다. 피란민들의 땔감 소비는 늘었으나 전력·석탄 부족은 심각했다. 산림을 보호할 치안력도 크게 달렸다. 전문가들은 “당시의 상황이 10년만 방치됐으면 전국은 민둥산이 되고 산림녹화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박정희 정부는 62년 제1차 경제개발계획을 세우며 민수용 석탄 공급계획을 포함했다. 64년에는 35개 도시에 민수용 석탄을 공급하면서 땔감 사용을 막았다. 65년부터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산림녹화 사업이 진행됐다. 화전(火田)을 정리하고 식목일마다 대통령부터 나서서 나무를 심는 행사를 했다. 73년 시작된 제1차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은 4년 일찍 달성했다. 6년 동안 29억4000만 그루를 심었다.

오대산에서 열린 숲 체험 여름학교에 참가한 학생들이 맑은 공기를 마시고 있다. [중앙포토]

오대산에서 열린 숲 체험 여름학교에 참가한 학생들이 맑은 공기를 마시고 있다. [중앙포토]

2017년 한국의 나무 총량은 9억7360만㎥다. 52년의 27배 규모가 된 것이다. 산지 1㏊당 나무 총량은 154.1㎥로 치산녹화 원년인 73년 11.3㎥의 13.6배로 늘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계산해보면, 2015년 기준으로 한국 산지 1㏊당 나무 총량은 148.5㎥로 320.8㎥인 독일이나 352㎥인 스위스에는 못 미치지만 131.2㎥인 미국은 앞질렀다.

이처럼 산림녹화에 힘쓰는 것은 숲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숲은 우리에게 어떤 혜택을 주는 것일까. 경희대 지리학과 공우석 교수는 최근에 낸 ‘우리 나무와 숲의 이력서’(청아출판사)란 책에서 숲의 기능을 크게 7가지로 나눠 제시했다. ①물을 정수하고 저장하는 녹색 댐 기능 ②공기 정화 ③기후 조절 ④생활 물자 공급 ⑤야생 동식물의 서식처 ⑥토사의 침식과 유실 방지 ⑦심신 수양 장소 제공 등이다.

공 교수는 책에서 “산에 울창한 숲이 조성되면 숲이 없는 곳보다 30배의 물을 저장할 수 있게 된다”며 “1정보(9917㎡)의 숲은 1년에 78명이 호흡할 때 필요한 18톤의 산소를 공급한다”고 설명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몇 해마다 국내 산림의 공익적 가치를 산출하는데, 가장 최근 것은 2016년에 발표했다. 당시 산림과학원은 2014년 기준으로 국내 산림의 공익적 가치가 연간 126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했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8.5%에 해당하고, 국민 한 사람당 약 249만 원의 혜택을 제공하는 셈이다.

사실 숲은 바라보는 것 자체로도 심리적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지난 2010년 전남대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종합 환경과학(Science of Total Environment)’에 게재한 논문에서 도시 풍경과 숲·공원 등 녹지대를 볼 때 뇌의 활성화 부위가 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보고했다. 30명의 학생 지원자를 대상으로 관련 사진을 보여주며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촬영한 결과, 녹지대 사진을 본 것만으로도 기쁨이나 즐거운 감정에 관여하는 대뇌 변연계가 활성화됐다는 것이다.

도시 열섬현상을 완화하고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기능도 확인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2017년 7~9월 북한산국립공원 내 서울 종로구 구기동 지역 두 곳에서 초미세먼지(PM2.5) 농도를 측정한 결과, 서울 시내 다른 측정소에서 측정한 값보다 평균 17% 낮았다고 밝혔다.

미국 농무부 소속 연구팀이 2013년 ‘환경오염(Environmental Pollution)’에 게재한 논문을 보면 애틀랜타에서는 도시 지역 나무가 연간 64.5톤을, 뉴욕에서는 연간 37.4톤의 초미세먼지를 걸러내는 것으로 분석됐다.

숲이 미세먼지를 제거함으로써 사람의 건강 피해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뉴욕시에서 연간 6000만 달러(약 655억 원)의 경제적 이익을 숲이 제공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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