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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멜로영화 내놓는 정해인 “사랑받을수록 두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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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의 1994년 장면. 현우(정해인)가 알바로 일하게 된 미수(김고은)네 빵집에 학생들이 몰려온다. 현우는 미수와 11년에 걸친 엇갈린 만남을 이어간다. [사진 CGV아트하우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의 1994년 장면. 현우(정해인)가 알바로 일하게 된 미수(김고은)네 빵집에 학생들이 몰려온다. 현우는 미수와 11년에 걸친 엇갈린 만남을 이어간다. [사진 CGV아트하우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이하 밥누나) ‘봄밤’으로 TV 멜로 장인이 된 배우 정해인(31)이 처음 멜로영화 주연에 나섰다. 28일 개봉하는 ‘유열의 음악앨범’(감독 정지우)이다. 가수 유열이 동명 라디오 프로그램을 처음 방송한 그 날, 1994년 10월 1일 처음 만난 미수(김고은)와 현우(정해인)의 11년에 걸쳐 엇갈린 사랑 이야기다. 첫 입맞춤의 설렘, 현우의 아픈 과거가 빛과 어둠처럼 정해인의 얼굴을 오간다. 영화는 취향이 갈리더라도, 배우로서 그의 싱그러운 존재감만큼은 인상 깊다.

‘유열의 음악앨범’ 김고은과 호흡 #휴대폰 없던 시절의 엇갈린 사랑 #“저도 PC통신세대…애틋함 알죠” #드라마 ‘밥누나’보다 먼저 캐스팅

정해인으로선 ‘밥누나’를 먼저 촬영했지만, 출연이 먼저 결정된 것은 ‘유열의 음악앨범’이었다. 실제로 그가 처음 ‘선택한’ 멜로였단 얘기다. 지난 22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그는 “아직 멜로를 안 해봤을 때라, 내 나이 때 할 수 있는 모든 장르를 다해보고 싶었다”며 “따뜻하고 서정적인 시나리오도 좋았다”고 말했다.

김고은과는 드라마 ‘도깨비’에서 짝사랑 상대인 야구선수로 호흡을  맞춘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다.

정해인은 “고은씨와는 촬영할 때도 ‘쿵짝’이 잘 맞았다”면서 “서로 눈만 봐도 통하는 에너지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같이 누워 만화책 보는 장면을 찍을 때의 에피소드도 전했다. 김고은이 만화책을 보던 중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애드리브 연기였다. 그는 “당연히 잡아달라는 줄 알고 손을 잡았는데, 알고 보니 만화책 다 본 것 있으면 건네 달라는 의미였다”면서 “그 순간 너무 뻘쭘했지만 재미있는 기억”이라고 했다.

유열의 음악앨범’의 김고은(왼쪽)과 정해인.

유열의 음악앨범’의 김고은(왼쪽)과 정해인.

휴대폰이 없던 시절의 연애담이다. 시대 분위기엔 어떻게 젖어 들었나.  
“대본에 집중했다. 휴대폰이 생겨서 더 쉽게 연락하고 표현 방법도 많아졌지만, 그 시대도, 지금도 사랑하는 감정은 똑같다. 연락이 잘 끊기고 기다려야 해서 더 애틋하지 않았을까. 저도 초등학생 때 친구와 PC 통신 메일을 주고받은 기억이 생생하다(그는 1988년생이다). 5~6학년 때 e-메일 주소가 한창 유행하던 ‘1004’로 끝났다. 지금은 안 쓰지만. (웃음)”
라디오는 즐겨 듣나.  
“학창시절 자율학습시간에 몰래 ‘심심타파’ ‘컬투쇼’를 종종 들었다. 요즘은 이동할 때 93.1FM 클래식 채널도 자주 튼다. 음악 취향이 나이보다 ‘올드한’ 편이다. 뉴에이지·발라드를 즐겨 듣고 이문세·김광석 노래를 제일 좋아한다.”
극 중 미수는 미소 짓는 현우를 보고 “어떻게 그렇게 웃어? 진심일까, 애쓰는 게 아닐까”라고 말한다. 실제로도 환한 미소가 트레이드마크인데, 미수의 질문에 답을 한다면.  
“마냥 밝은 성격은 아니다. 오히려 비관적인 편에 가깝다. 안 된다고 생각하고 경우의 수를 따져서 플랜A·B·C·D까지 더 많이 준비하는 스타일이다. 그래도 내가 미소 짓고 웃을 땐 정말 즐거워서다. 솔직한 편이어서 억지로 웃으면 얼굴이 떨린다.”
인간 정해인과 현우의 닮은 점은.
“두 남자 다 유머러스한 편은 아니고, 진취적인 건 비슷하다. 어떻게든 노력해서 상황을 이겨내려고 한다. 그래도 현우처럼 혼자 끙끙 앓는 타입은 아니다. 나는 가족한테 많이 의지한다. 일곱 살 터울 남동생과 둘도 없는 친구다. 아버지와 아무 말 없이 커피 한 잔 마시는 것만으로 힘이 된다. 밖에선 배우 정해인이지만 집에 가면 엄마·아빠의 평범한 아들이란 사실만으로 충분히 위로받는다.”
두 편의 멜로 ‘밥누나’‘봄밤’을 함께한 안판석 PD와 이번 영화 정지우 감독의 연출 스타일을 비교하면.
“카메라 앵글 속에 소신과 철학을 담는다는 점에서 두 분이 비슷하다. 정 감독님도 안 감독님을 좋아하시기에 직접 만남을 주선한 적도 있다. 두 분과 LP 바에서 술 한잔하면서 너무너무 좋았다.”

2년 전 소규모로 개봉한 저예산 사극 ‘역모-반란의 시대’를 제외하면 그에게 상업영화 주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사랑받을수록 행복하고 감사하지만 한편으론 두렵고 무섭기도 하다”면서 “이제는 지켜보는 대중이 더 많아졌다는 데 책임감을 강하게 느낀다”고 말했다.

자존감을 자주 언급하던데.
“솔직히 많이 흔들린다. 이제 괜찮아졌지만, 얼마 전 면역력이 떨어져 크게 아팠다. 아프니까 연기도, 좋아했던 음식도, 가족도, 아무것도 안 보이더라. 내 꿈이 건강하게 오래 연기하는 것이다. 그게 어렵단 걸 너무 잘 알고 스스로에 만족하는 순간 망가지고 무너질 거란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자꾸 나를 채찍질하다 보면 자존감을 잃기도 하는데, 그럴수록 더 단단하게 다잡으려 애쓴다. 안 그러면 배우는 버티기가 너무 힘들다. 몸이 건강하고 자기 자신을 많이 사랑해야 남을 사랑할 여유도 생긴다.”

차기작은 마동석·박정민 등과 함께 찍은 영화 ‘시동’이다. 그는 “열아홉 살 질풍노도 시기를 연기했지만 이번 영화와는 결이 많이 다르다”며 “‘봄밤’과 동시에 촬영했는데 내년 상반기쯤 선보이게 될 듯하다”고 밝혔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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