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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보겠다"고만 두 번 한 트럼프, 오늘 아베 만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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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비아리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에마늬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비아리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에마늬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AP=연합뉴스]

'지소미아'로 흔들리는 한미동맹…트럼프·아베 G7 회담에 달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나의 아주 좋은 친구다. 한국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42시간 만에 낸 반응이 “지켜보겠다”만 두 번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실망했다”, 국방부의 “강한 우려”와 국무부 “문 정부의 심각한 오해"와 같은 반발과 비교해선 상당히 낮은 톤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한국시간 저녁 6시 회담 후에도 진정국면으로 갈지, 미·일이 함께 한국을 압박할지가 관건이다.

[지소미아 국면 미·일 G7 회담이 갈림길] #"선 넘었다" 아베와 잔류 압박땐 한국 고립, #"가능한 정보 협력" TISA로 출구 찾을 수도 #'동맹 무시 징벌' 방위비 협상 지렛대 가능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밤 11시(현지시간) 프랑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백악관을 출발하면서 기자들이 한국이 일본과의 정보공유협정을 종료한 것을 우려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다음 “문 대통령은 나의 아주 좋은 친구(very good friend)”라며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볼 것”이라고 반복했다. 문 대통령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미국의 대응 카드를 준비하겠다는 해석도 가능한 답변이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시간 25일 오후 6시 15분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아베 일본 총리와 약 한 시간 동안 정상회담을 한다. 이 자리에서 "지소미아 파기로 한국이 선을 넘었다"는 아베 총리와 입장을 같이할 경우 한미동맹의 갈등이 고조될 수 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와 손을 잡고 지소미아 종료를 번복하라고 요구할 경우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물러설 수 힘든 문 대통령으로선 진퇴양난의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출발하면서는 “나는 아베 총리를 만날 것이며 그와 회담을 고대한다”며 “그는 휼륭한 신사이고 나의 절친(great friend)”이라고만 했다.

앞서 미 국무부ㆍ국방부는 성명에서 지소미아 종료에 대해 두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하나는 “한ㆍ일관계의 다른 영역에서 마찰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조약상) 상호 방위와 안보 유대 관계는 지속해야 한다”이다.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한국의 결정을 보고 실망했다”며 항의하면서 “우리는 두 나라가 관계를 정확히 제자리로 되돌리기를 바란다”고 한 것도 지소미아 잔류를 강조한 셈이다.

"‘가능한 선의’ 한국, 일본과의 양자 및 한ㆍ미ㆍ일 3자 안보협력을 계속할 것”이란 게 두 번째 입장이다. 미국도 주한·주일미군을 매개로 한 정보공유를 포함한 안보협력의 출구를 열어놓은 셈이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23일 브리핑에서 “지소미아 종료로 3국 안보협력이 와해하거나 일본과 정보교류가 완전히 차단되는 것은 아니다”며 “2014년 12월 체결된 한ㆍ미ㆍ일 3국 정보공유약정(TISA)을 통해 미국을 매개로 3국 정보공유 채널을 적극 활용할 것”과 같은 뜻이다. 이에 대해 고위 외교소식통은 “일본에 대한 통보로 지소미아 종료 절차를 완료했기 때문에 수출규제에 관한 일본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번복은 없을 것”이라며 "다소 불편하지만 정보공유 채널은 있다"고 말했다.

"지소미아·수출규제·위안부·징용 해결" 美 개입 목소리 커져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별도로 미국의 잔류 요구를 한국이 무시한 데 대해 대가를 청구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CNS) 국장은 중앙일보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지소미아 철수를 징벌하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문재인 정부가 동맹을 ‘무시'했기 때문에 더 큰 방위비용을 지불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9월 방위비 분담금(SMA) 협상에서 지소미아 파기를 빌미로 대폭 증액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문 정부는 워싱턴이 미국의 동북아 안보이익을 건드리지 말라는 조언을 무시한 채 SMA 협상 전야에 불필요하게 미국과 관계를 긴장시켰다”고 지적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대단히 중요한 두 동맹관계 악화에 미국이 지소미아와 일본 수출규제, 위안부 합의 철수, 강제징용 보상 판결까지 갈등의 해결책을 찾도록 촉진하기 위해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스 국장은 “북한과 진지하게 협상하지 않아 문 대통령을 정치적 곤경에 빠뜨린 트럼프 대통령의 탓도 크다”며 “문 대통령으로선 남북관계가 악화하며 대일 문제를 해결할 정치적 여지를 잃어버렸다”라고도 했다. 지소미아 종료로 워싱턴에 미국이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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