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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고시 세부사항 교육감이 결정…필기 비중 줄고 면접 커질 듯

중앙일보

입력

지난 4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4회 교육장치정책협의회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4회 교육장치정책협의회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립학교 교사 임용시험에서 필기시험의 영향력이 줄고 수업 시연이나 면접의 비중이 커진다. 교육부가 교원 임용시험의 세부 사항을 시도교육감이 정하도록 위임키로 했는데, 상당수 교육감은 전국 공통인 필기시험보다 시도별로 평가하는 면접 등 2차 시험의 비중을 높인다는 입장이다. 교육계 일각에선 이런 변화가 국가공무원인 교원의 지방직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5일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교육감의 인사 자치 확대를 위해 관련 규정을 개정해 교원 임용시험의 세부사항 결정 권한을 시도교육감에 위임하는 데 양측이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안은 양측의 협의 거처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23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시도교육감들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5회 교육자치정책협의회에서 관련 사안을 논의했다.

현재 공립학교 교원 선발은 시도교육청이 주관한다. 하지만 실제 시험 형식과 내용은 지역별 차이가 거의 없다. 사범대 졸업자가 응시하는 중고교 교원 선발의 경우 1차 시험은 필기(교육학·전공), 2차는 수업 시연과 심층 면접이다. 최종합격자의 1.5배수를 선발하는 1차 시험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제출한 문항을 전국 시도교육청이 동일하게 사용한다.

2차 시험은 수업 능력 평가와 교수학습지도안 작성을 중심으로 한 수업 시연, 교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해 본인이 가진 생각을 묻는 심층 면접이 진행된다. 2차 시험의 내용은 교육청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1차·2차 시험 결과를 각각 만점의 50%로 환산해 합산하고, 이 총점으로 최종 합격자를 가르는 방식이라 1차 필기 결과가 임용 여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현재 교육부와 시도교육감들이 논의 중인 방안은 현재 ‘50:50’으로 정해진 1차·2차 시험의 환산점수 비율을 교육감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이 경우 시도교육감들은 전공 공통인 1차 필기의 비중을 줄이고 교육청이 평가하는 2차 시험은 높일 것으로 예상한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관계자는 “예비 교사의 수업 능력을 중시하고 지역·학교 사정에 맞는 교원을 선발하려는 시도교육청은 1차 비중을 낮추고 2차를 높일 것”이라며 “지역에 따라 아예 1차 필기시험의 환산 점수를 0으로, 2차를 100으로 정하는 곳도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중등교사 임용시험 준비생들이 12일 오후 서울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교과 교사 인원증원과 중장기 교원수급계획 수립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7년 중등교사 임용시험 준비생들이 12일 오후 서울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교과 교사 인원증원과 중장기 교원수급계획 수립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는 현행 교원 임용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혜진 교육부 교원양성연수과장은 “교육감에게 세부사항의 결정 권한을 위임하는 것은 교육 자치의 이념에 부합할 뿐 아니라 단순 지식 위주라는 비판을 받아온 임용시험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현행 임용고시는 다수 지원자 중 소수를 선발하는 특성상 지나치게 어렵거나 실제 교사로서의 역량과 관계없는 지엽적인 문제를 낸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이런 방안인 실제로 적용될 때까지는 수년 이상이 걸린다. 이혜진 과장은 “교원 임용시험의 개선은 중장기적인 프로젝트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특히 임용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많은 학생을 고려해 제도 변경 전에 충분한 사전 예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계 일각에선 우려도 나온다. 김동석 한국교총 정책본부장은 “교사 임용에서 시도교육감의 재량권을 강조하다 보면 자칫 전반적인 신규 교사의 질 관리에 문제가 생기거나 교육의 지역 간 편차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시도별 특성을 강조하고, 선발 방식도 달라질 경우 현재 국가공무원인 교사가 '지방직'으로 바뀌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성평가 중심의 수업 시연, 면접에서 공정성을 담보하는 것도 숙제다.

한편 23일 회의에서 교육감들이 교육부에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지정취소 최종 동의권을 내려놓을 것을 요구했지만, 교육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육감들은 교육청이 자사고를 지정 취소하기 위해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받도록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교육감과 장관이 '협의'하도록 고치거나 아예 최종 결정권을 교육감에게 넘겨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교육부 관계자는 “유 부총리는 내년 상반기 나머지 자사고와 외국어고의 재지정 평가가 있는 만큼 이를 마무리하고 재논의하자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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