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목숨을 구하게 돼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하죠.”
올여름 물놀이 안전관리 요원으로 변신한 오세훈(46) 단양 노동감리교회 목사는 물에 빠진 시민 4명의 목숨을 구한 소감을 이같이 말했다. 24일 충북 단양군에 따르면 오 목사는 지난 15일 낮 12시50분쯤 단양 사인암 유원지에 놀러 왔다가 물에 빠진 20대 자매를 구했다. 사인암 하천은 갑자기 수심이 깊어지는 곳이 많아 물놀이 사고가 종종 발생한 곳이다. 당시 언니 A씨(24)가 급류에 발이 미끄러져 1.8m 깊이 물에서 허우적대자 동생이 구조에 나섰다가 함께 고립된 상황이었다.
충북 단양 오세훈 목사 안전요원으로 변신 활약 #단양 사인암 유원지서 20대 자매 혼자서 구해내 #오 목사 "소중한 목숨 지켜서 오히려 감사하다"
이 모습을 본 오 목사는 신발을 벗고 달려가 5m가량 헤엄친 뒤 동생과 언니를 차례로 구조했다. 오 목사는 “사고가 난 지점은 물살이 세서 A씨에게 깊이 들어가지 말라고 사전에 주의를 줬는데 10분 뒤에 보니 둘이 뒤엉겨 물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며 “자매가 구조된 뒤 심폐소생술 없이 의식을 회복하고, 크게 다치지도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오 목사는 이달 초와 지난달 말에도 물에 빠져 목숨이 경각에 달렸던 남자 대학생과 50대 중반의 여성을 구했다.
단양군은 휴가철 관광객이 몰리는 지난달 1일부터 2개월 일정으로 사인암 유원지에 9명의 안전요원을 배치했다. 군은 무료로 구명조끼를 빌려주고 안전요원도 배치하지만, 구명조끼 착용 권유를 마다한 채 허리춤 깊이의 물에 들어갔다가 빠른 물살에 밀리거나 미끄러져 물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한다고 한다.
오 목사를 비롯한 안전요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며 최저시급을 받는다. 오전 3시간은 유원지 순찰을 하고 나머지는 인명구조본부와 초소에서 근무를 선다. 초소 근무는 한 시간씩 교대로 한다. 두 달 동안 사인암에서 로테이션으로 근무 중인 9명의 안전요원 중 물에 빠진 사람을 구조한 사람은 오 목사뿐이다. 그는 “제 근무시간에만 사람들이 빠져 놀랐다”며 “처음 하는 일이라 생소했지만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는 순간엔 나도 모르게 몸부터 움직였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4월부터 한 달간 단양군 일자리종합지원센터가 주관한 레저스포츠 전문가 양성 과정에 참여했다. 오 목사는 지난 5월 인명구조, 응급처치, 산악안전지도 자격증과 동력수상레저기구 조정 면허를 취득했다. 그는 “단양읍 내에 걸린 레저스포츠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 현수막이 눈에 들어와 바로 신청했다”며 “교육 기간 하루 8∼9시간의 강도 높은 수영훈련이 구조활동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강원 삼척시가 고향인 오 목사는 초등학교 때 3년 동안 수영선수로 활약했다고 한다. 172㎝의 다부진 몸을 가졌지만, 키가 더는 자라지 않아 수영 선수의 길은 포기했다. 단양에 자리를 잡은 건 신학 공부를 마친 2000년 3월께다. 오 목사는 “단양에서 목회 활동을 한 지 20년째인데 지역 주민들을 위해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서 안전요원을 지원했다”며 “주말 예배가 있는 일요일에 근무를 대신한 동료들이 없었다면 두 달간의 활동을 이어 가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안전요원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데 고맙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뿌듯했다”며 “인명구조 외에도 주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라면 기꺼이 하겠다”고 덧붙였다.
단양=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