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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lonely 같은 새 단어 1700~3000개 만들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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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호 17면

김환영의 영어 이야기

윌리엄 셰익스피어 초상화. [사진 영국 국립 초상화 미술관]

윌리엄 셰익스피어 초상화. [사진 영국 국립 초상화 미술관]

군사력·경제력 같은 경성권력(hard power)을 뒷받침하는 것은 문학·사학·철학 같은 연성권력(soft power)이다. 연성권력이 경성권력 못지않게 중요하다. 경성권력만 있으면 진정한 강대국이 아니다. 자국의 문화력을 홍보하려면 간판 스타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세종대왕, 중국은 공자, 독일은 괴테다. 영국은 셰익스피어(1564~1616)다. 영국문화원(British Council)같은 영국의 공공·문화외교 기관은 셰익스피어를 통해 영어를 배우는 방법을 제시한다.

고급 영어로 가는 마지막 관문 #원본·현대문 대조해 읽어볼 만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셰익스피어는 영국·미국 사람들도 어렵다. 그의 희곡은 ‘초기 근대 영어(Early Modern English)’로 돼 있다. 그가 사용한 단어 중 5%는 사어(死語)가 됐다. 뜻이 바뀐 경우도 많다. 셰익스피어는 성공회 『공동기도서』(1549)와 ‘킹제임스성경’(1611)과 더불어 당시에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던 영문법의 발전에 기여했다. 하지만 그가 구사한 문법은 낯설다.

원어민도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오늘 읽으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언어학적 문제만 있는 게 아니다. ‘인생을 인식하는 깊이’ 문제도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가능한 한 빨리 셰익스피어를 접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65세 이전에는 읽어봤자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다. 65세는 넘어야 희로애락 경험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왕족·귀족·평민 모두를 만족하게 한 38개에 달하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은 대부분 현대 영어로 번역됐다. 또 우리말을 비롯해 적어도 80여 개 언어로 번역됐다. 식자층은 현대 영어 번역에 대해 부정적이다. 하지만 ‘셰익스피어가 뭐가 그리 대단한지’ 궁금한 독자들은 왼쪽에 원본, 오른쪽에 현대어 번역본으로 구성된 판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왼쪽·오른쪽 페이지를 대조해가며 읽으면 된다. 그게 번거로우면 한글판만으로 셰익스피어를 맛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셰익스피어의 언어(Shakespeare’s language)’는 영어의 별칭이다. 셰익스피어는 1700~3000개의 새로운 영어 단어를 만들었다. generous(후한), lonely(외로운), majestic(위풍당당한), manager(매니저), gloomy(우울한) 같은 단어들이다. break the ice(모임에서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깨다), brave new world(멋진 신세계), for goodness’ sake(제발), heart of gold(순수한 마음), in a pickle(곤경에 처한), love is blind(사랑하면 눈이 먼다), the world is your oyster(세상에 못 할 것이 없다)와 같은 표현도 그가 원조다. 그는 고급영어로 올라서는 데 필요한 마지막 관문이다.

김환영 대기자 / 중앙콘텐트랩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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