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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기 맞아 출간된 황현산의 문장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650호 21면

책 속으로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황현산 지음
난다

어떤 이들은 잘 잊히질 않는다. 아니 그의 부재를 실감하기 어렵다. 지난해 이맘때, 정확하게 8월 8일 세상을 뜬 문학평론가 황현산 선생이 적어도 기자에게는 그렇다. 생전 그와 몇 장면을 공유했기 때문일까.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는 그의 유고집이다. 유고집이 나온 이유도 비슷할 것이다. 그만큼 그의 부재를 안타까워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다음 대목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일 텐데, 선생이 2014년 11월부터 숨지기 두 달 전까지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 액정화면에 파묻혀 세상과 소통한 트위터 글을 모은 것이다.

계급장 떼고 언설을 주고받는 트위터라는 플랫폼의 민주적(?) 속성, 겸손함을 적극적으로 표현한 책 제목이, 책 안에 담긴 글들의 성격을 예고한다. 아무 쪽이나 펼쳐 드는 것으로 선생 생각의 방향과 깊이, 사적인 일상 속으로 파고들 수 있다.

“지금 김수영의 시집 『달나라의 장난』을 구하기는 어렵다. 전집에서도 어리석은 편집위원들이 시집을 해체시켜 시편들을 연대순으로 집어넣어버렸다. 김수영에 관한 여러 헛소리는 사람들이 이 시집을 보지 못한 데도 원인이 있다.”

2016년 10월 5일 오전 11시 51초의 글이다.

이런 글도 있다.

“‘진정성’은 참 이상한 말이다. 우선 이 말은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없다. 원래 authenticity의 번역어인데, 실제로는 진실됨, 진짜임 같은 뜻보다 고은이 시를 정의할 때 쓴 말인 ‘염통에서 나온 소리’ 같은 뜻으로 쓰인다.”

같은 해 10월 7일 오전 9시 49초의 글인데, 거의 잠언 수준이다. 용어에 대한 고은 시인의 정의가 알 듯 말 듯 해 그럴 텐데, 사실 절묘한 해석 아닌가. 그런 대목을 선생의 눈은 놓치지 않은 거다.

문단 안팎의 독자들에게는 함께 출간된 평론집 『잘 표현된 불행』이 더 반갑다. 재출간 본인데, 시론(詩論) 성격의 글, 작고 문인에 대한 글, 현역 시인들에 대한 현장비평 등을 묶었다. ‘ ‘완전소중’ 시코쿠-번역의 관점에서 본 황병승의 시’, 김수영의 난해시 ‘공자의 생활난’ 해석을 시도한 ‘꽃이 열매의 上部(상부)에 피었을 때’ 같은 글이 눈길을 끈다.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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