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영어로 actor다. 그리고 여배우는 actress라고 쓴다. 하지만 요즘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여배우도 actress가 아닌 그냥 actor라고 한다. 물론 아카데미 여우주연상(Academy Award for Best Actress) 같은 공식 명칭이나 문맥상 여배우라는 걸 밝혀 줘야 하는 경우엔 actress라고 쓸 수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010년부터 여배우를 actress가 아닌 actor로 쓰고 있다. 배우 우피 골드버그는 2011년 한 인터뷰에서 “An actress can only play a woman. I’m an actor - I can play anything.”(actress는 여자만 연기할 수 있다. 나는 actor다. 어떤 것도 연기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영어에서는 남성 명사와 여성 명사에 대한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 남자가 하는 일, 여자가 하는 일이 구분돼 있지 않은 직업의 세계에선 더욱 그렇다. 여성 명사를 쓰면 오히려 구식(old fashioned)으로 느껴진다.
여자 승무원은 스튜어디스(stewardess), 남자 승무원은 스튜어드(steward)로 구분하지 않는다. 모두 캐빈 크루(cabin crew)다. 또 경찰관은 더는 폴리스맨(policeman)이 아닌 폴리스 오피서(police officer)다.
앵커맨(anchorman)과 앵커우먼(anchorwoman)을 구별하지 않고 모두 앵커(anchor)라고 부른다. 소방관은 파이어맨(fireman)이 아니라 파이어 파이터(fire fighter)다. 우편집배원은 매일맨(mailman)이나 포스트맨(postman)이 아니라 포스탈 오피서(postal officer)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개그맨이나 개그우먼의 경우엔 어떨까? 사실 gagman이나 gagwoman은 현실 영어에선 거의 쓰이지 않는 단어다. 남녀 구별 없이 모두 코미디언(comedian)으로 쓴다.
이런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건 여성 운동이 본격화된 1970년대 이후다. 오랜 시간을 거쳐 조금씩 변화해 왔다. 2001년 미국 뉴욕주 상원은 주법을 개정했는데 ‘he’는 모두 ‘he or she’로, ‘to all mankind’는 ‘to all humankind’로, assemblymen은 assembly members로, Chairmen은 Chairpersons로 바꾸는 내용이었다. 2013년 워싱턴주는 주법에 성중립적 표현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clergyman(성직자)은 clergy로, 철도신호원 signalman은 signal operator로 수정됐다.
코리아중앙데일리 박혜민, Jim Bulley 기자 park.hye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