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카잔 월드컵 독일 꺾은 영광 재현"…대를 이은 금메달 도전, 여성 최초 가구직종 출전

중앙일보

입력

한국선수단이 러시아 카잔에서 개막된 제45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장에 입장하고 있다

한국선수단이 러시아 카잔에서 개막된 제45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장에 입장하고 있다

제45회 국제기능올림픽이 러시아 카잔에서 22일(현지시각) 막을 올렸다. 27일까지 열린다. 68개국 1300여 명이 참가했다. 한국은 47개 직종에 52명이 출사표를 내고 20번째 종합우승에 도전한다.

러시아 카잔 기능올림픽 열전 돌입

김동만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러시아 월드컵에서 독일을 2대 0으로 제압한 곳에서 선수들은 다시 한번 카잔의 승전보를 국민께 전할 각오로 대회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선수단에는 남다른 각오를 다지는 선수가 많다. 메카트로닉스 직종에 출전한 김주승(21·삼성전자), 산업기계설비 직종의 임채원(21·현대중공업) 선수도 그들 중 일부다. 이들은 대를 이은 메달리스트를 꿈꾸고 있다.

김주승 선수

김주승 선수

김 선수의 아버지 김락준(45)씨는 1995년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제33회 국제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 선수가 출전한 것과 같은 직종에서다. 그해 대한민국은 대만과 독일을 제치고 종합우승하며, 직전 대만 대회 준우승의 한을 풀었다. 김 선수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진 손을 잡고 기능대회나 공장을 견학할 기회가 많았다"며 "아버지께서 걸어온 길을 다시 한번 빛내고 싶다"고 말했다.

임 선수는 부모가 모두 메달리스트다. 93년 대만 대회에서 아버지 임성수(49)씨는 철골구조물에서 금메달을, 어머니 박영자(49)씨는 양장 직종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임채원 선수

임채원 선수

부부는 다른 학생들처럼 아들이 대학에 진학하길 바랐다. 임 선수는 공고진학을 고집했다. 부모와 자식 간에 심한 충돌이 있었지만 결국 임 선수는 공고로 진학했다. 이후 부부는 아들에게 맞는 직종을 찾아주려 외부 자문을 구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임 선수가 출전하는 직종은 올해 처음 한국이 참여한다. 이전까지 산업기계설비 직종은 국내 대회에도 없었다. 그는 "과제가 갑자기 추가되는 등 변수가 있지만 후회하지 않는 경기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최은영 선수

최은영 선수

이번 대회에선 가구 직종에 여성이 처음 대표로 출전한다. 최은영(21·에몬스 가구) 선수다. 2017년 제주도에서 열린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여성 최초로 가구 직종 금메달을 땄다. 그가 가는 길이 한국 기능 역사의 족적이 되는 셈이다. 국내 대회가 끝난 뒤 에몬스 가구는 최 선수를 비롯한 목공과 실내장식 직종 국가대표 3명을 정식 사원으로 채용했다. 최 선수는 "뜻밖이었다. 여성이란 편견 없이 실력을 인정받아 기뻤다"고 말했다.

한국이 처음 도전장을 내민 직종도 많다. 안전하고 안정적인 식수 공급을 위한 공학기술을 겨루는 수처리기술 직종의 강현구(24·한국수자원공사) 선수, 중장비 정비 직종의 유정룡(20·한양공고) 선수, 클라우드컴퓨팅 직종의 송무현(19·안양디지털고) 선수 등이다. 수처리기술과 클라우드컴퓨팅은 이번 대회에 신설됐다.

유정룡 선수는 독일의 일·학습병행 과정인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에 합격해 교육입소를 앞뒀지만 대회 출전을 위해 입소를 포기했다. 아우스빌둥 교육을 이수하면 전문학사 학위가 주어지고 메르세데스 벤츠나 BMW를 비롯한 국내외 자동차 회사 입사에 큰 도움이 된다. 유 선수는 "교육입소를 원하는 부모님을 겨우 설득해 태극마크를 달았다.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송 선수는 지난해까지 IT네트워크시스템 직종에서 뛰다 직종을 갈아타고 국가대표가 됐다. 강 선수는 사내 게시판을 보고 국가대표 선발전에 뛰어들어 최종 평가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