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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고 쌍둥이측 "성적 올랐다고 유죄냐" 첫 재판서 주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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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16일 숙명여고 정문. [연합뉴스]

2018년 10월 16일 숙명여고 정문. [연합뉴스]

숙명여고 교무부장이던 아버지와 공모해 시험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쌍둥이 자매가 첫 정식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김상규 판사 심리로 23일 열린 1회 공판기일에서 쌍둥이 자매 측 변호인은 “합리적 근거 없는 추측과 의혹, 일부 간접 사실에 기초한 무리한 기소”라며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쌍둥이 측 “간접 사실 인정되려면 과학적 통계 뒷받침 돼야” 

변호인은 쌍둥이 자매의 혐의를 부인하며 “형사소송에서 간접 사실이 유죄로 인정되려면 과학적 통계가 뒷받침되는 객관적 사실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자매가 갑작스럽게 성적이 상승했다는 점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하지만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을 만큼 데이터가 추출된 바 없이 ‘이상하다’는 이유만으로 유죄로 판단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쌍둥이 자매, 여유 있는 모습 보여  

이날 처음으로 법정 피고인석에 나란히 선 쌍둥이 자매는 비교적 담담한 표정이었으나 법원에 들어서기 전 변호인이 쌍둥이 자매 중 한 명을 달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변호인이 “사람들의 시각은 다 다를 수 있다”며 말을 건네자 A양은 고개를 끄덕였다.

쌍둥이 자매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변호인의 주장과 같은 입장이냐”는 재판부의 질문에는 함께 일어나 “네”라고 짧게 답했다. B양은 재판 내내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판사의 질문에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답변했다. 방청석에 앉아있는 기자들을 둘러보며 미소를 짓기도 했다.

재판이 끝나자 법정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쌍둥이 자매의 엄마가 딸들을 반겨줬다. 변호인은 쌍둥이 자매의 아버지인 교무부장 현모씨의 2심 결과를 지켜본 뒤 쌍둥이 자매의 재판 절차 진행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이 지난 5월 2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이 지난 5월 2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씨에 대한 1심은 그의 업무방해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딸들과의 공모관계도 인정됐다. 현씨는 2심에서 쌍둥이 자매와 같은 취지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검찰 “죄질 극히 불량한데 반성 안 해”  

검찰은 그러나 총 5차례의 교내 정기고사에서 현씨가 시험 관련 업무를 총괄하면서 알아낸 답안을 쌍둥이 자매가 받아 시험에 응시해 현씨와 쌍둥이 자매가 학교의 성적 평가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현씨의 죄질이 극히 불량하고 불법이 매우 중해 사회에 미친 해악과 충격이 큰 데다, 끝까지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고려할 때 1심 선고형이 낮다고 판단된다”며 현씨에 대해 항소하기도 했다.

현씨의 1심에서는 자매의 시험지와 답안지 및 메모 등이 증거로 제시됐다. 영어시험의 주관식 정답인 ‘are given over to parking lots rather than to trees and birds’라는 어구가 기록돼 있는 B양의 휴대전화 메모 등이다. 해당 메모는 시험 3일 전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돼 재판부가 유죄 판단을 내리는 데 결정적 근거가 됐다.

자매는 출제자가 잘못 낸 문제의 틀린 답을 똑같이 적기도 했다. 2학년 1학기 화학 시험의 수소 원자 비율을 구하는 문제에서 틀린 답인 ‘10대 11’을 적어냈다. 해당 문제에 대한 실제 답은 ‘15대 11’이었는데 학교에서는 처음에 정답을 ‘10대 11’로 발표했다가 후에 정정했다.

쌍둥이 자매의 재판에서도 검찰은 시험 정답을 미리 알지 않고는 설명되기 어려운 부분들을 핵심쟁점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서울 수서경찰서가 공개한 숙명여고 쌍둥이 문제유출 사건 압수품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유출 정황. [사진 수서경찰서]

지난해 11월 서울 수서경찰서가 공개한 숙명여고 쌍둥이 문제유출 사건 압수품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유출 정황. [사진 수서경찰서]

쌍둥이 자매 측은 다음 기일을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는 공판준비기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음 공판기일은 내달 27일에 열릴 예정이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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