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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활동은 8월, 저자 등재는 7월···조국 딸 이상한 공주대 인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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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28)씨가 공주대 연구실에서 인턴으로 일하기 전에 그의 이름이 국제학술대회 발표초록(요약문)에 기재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조씨가 고교 시절 저자로 이름을 올린 발표초록이 실린 학회지가 2009년 7월 초 발간된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앞서 조 후보자 측은 "2009년 8월 국제학회에 참가하는 등 인턴십 프로그램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해 제3저자로 기재됐다”는 해명을 내놨다.

22일 중앙일보가 당시 학술대회를 주최한 국제조류학회에 문의한 결과 2009년 학회 행사를 앞두고 발간된 국제조류학회지(Phycologia)의 발간일은 그해 7월 6일이다. 이 학회지에 실린 발표초록에는 조씨의 이름이 제3저자로 기재됐다. 발표초록은 논문보다 짧은 요약본을 말한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조씨가 2009년 공주대에서 3주간 인턴 활동을 하면서 발표에 기여했다는 게 조 후보자 측이 그간 내놓은 해명이다. 조씨는 그해 8월 2~8일 일본에서 진행된 제9회 국제조류학회에는 발표자로 직접 참여했다는 게 조 후보자의 설명이다. 조씨의 인턴 기간이 3주였던 점을 고려하면 조씨가 인턴을 시작하기도 전에 발표초록의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는 의혹도 제기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 측은 "7월 전부터 오랜 기간에 걸쳐 띄엄띄엄 인턴을 하면서 3주를 채운 것이다"고 추가로 해명했다.

통상 학회지에 실리는 발표초록은 발간일보다 몇 달 앞서 마감한다. 생명공학 분야의 한 교수는 “국제학회의 경우 아무리 늦어도 학회지 출간 1~2달 전에는 발표초록을 보내게 돼 있다”며 “해당 학회지가 7월 6일 나왔다면 발표초록의 마감일은 6월 이전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실제 2013년 8월에 진행된 제10회 국제조류학회의 경우 발표초록 마감일이 4월 30일이었다.

2009년 당시 조씨는 한영외고 3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7월 초는 고교 학기가 진행 중인 때로 여름방학 이전이다. 조씨가 방학을 하기도 전에 국제학회에 발표초록을 보내야 하는 마감기일이 지난 것이다.

조씨가 인턴을 한 공주대 연구소의 K교수는 조 후보자의 아내인 정모씨와 서울대 81학번 동기다. 정씨는 대학 시절 천문학 동아리에서 K교수와 함께 활동하면서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조씨가 공주대에서 인턴 면접을 보던 때에도 어머니인 정씨와 함께 K교수를 함께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오전 서울 적선동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오전 서울 적선동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공주대 측과 조 후보자 측의 해명도 엇갈리고 있다. 21일 공주대 고위 관계자는 “K교수는 2009년 7월 대학 홈페이지 등에 생명공학연구소 프로젝트에 참여할 학생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냈고 조씨가 이메일을 보내 면접을 봐 7월 3주 동안 인턴십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후보자 측에선 조씨가 띄엄띄엄 인턴을 했다고 밝혔다.

조씨는 고려대 입학 당시 제출한 자기소개서에 “공주대 인턴십 성과로 국제조류학회에서 발표 기회를 가졌다”고 했다. 또 그는 이 같은 이력을 설명하며 “고교 시절부터 전공분야에 대한 지식과 실습경험을 갖춘 지원자를 놓치는 것은 미래 국제무대에서 활약할 환경생태학자를 놓치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공주대 측은 22일 “시간이 오래 지나 정확한 기록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해명을 듣기 위해 K교수에게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김기정·김나현·정진호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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