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너흰 괜찮니?""나도 그래" 50세 여고동창들의 수다 메뉴는?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현주의 즐거운 갱년기(20)

고교 동창들과 떠난 여행에서 우리는 서로의 생리 근황을 거침없이 풀었다. [사진 pixabay]

고교 동창들과 떠난 여행에서 우리는 서로의 생리 근황을 거침없이 풀었다. [사진 pixabay]

지난 글에 이어 다시 친구들의 이야기다. 올해 50세가 된 고교동창 5명이 모인 저녁 식사 자리. 갑자기 한 친구가 생리 이야기를 꺼냈다.

“너희는 생리 괜찮아? 난 얼마 전부터 생리가 좀 달라지기 시작했거든. 좀 묽어졌다고 해야 하나? 그리고 양도 많아졌어. 생리 시작하는 10대처럼 바지에 묻기도 했다니까.” “맞아. 나도 이제 슬슬 조짐이 오는 것 같아. 주기가 불규칙해졌거든. 항상 한 달 주기로 했었는데 이제는 3주 정도에 한 번씩 하더라고. 기간도 짧아지고.” “아, 나는 짧아졌다가 다시 길어졌는데. 한 달 훌쩍 지나 하더라고.”

갱년기, 호르몬의 변화, 완경! 일반적으로 여성은 50세를 기점으로 앞으로 5년, 혹은 뒤로 5년 사이에 갱년기를 맞이한다. 여성 호르몬이 줄어들며 생기는 변화와 증상들을 갱년기라고 하는데, 가장 눈에 띄는 징후가 바로 불규칙한 생리, 그리고 생리의 종결이다. 우리 나이 또래 여성들 누구나 경험하는 일들이지만, 누군가에게 편하게 물어볼 수 없는 질문들. 역시 어릴 적 친구들이라 그런지 이야기는 거침없이 펼쳐졌다.

“막상 생리를 안 한다고 생각하니 아쉽더라고. 그래서 더 늦기 전에 호르몬 치료를 받아볼까도 생각 중이야. 그럼 폐경 시기를 좀 더 늦출 수 있다고 들었거든.” “생리를 더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니? 번거롭기만 하지. 난 완전히 끝난 것 같아. 불규칙한 시기는 이미 지났고 지금은 몇 달 동안 안 하고 있으니 말이야. 편하고 좋던데.” “그래? 다른 변화는 없어? 심리적으로 우울하다던가. 몸이 좀 불편하다던가.” “글쎄, 난 괜찮던데. 갱년기를 겪는 강도나 방식도 사람마다 다르다고 하더라고. 어쨌든 난 아이를 안 낳아서인지 폐경이 빨리 온 것 같아. 여성호르몬의 부족! 하하하.”

일반적으로 여성은 50세를 기점으로 앞으로 5년, 혹은 뒤로 5년 사이에 갱년기를 맞는다. [중앙포토]

일반적으로 여성은 50세를 기점으로 앞으로 5년, 혹은 뒤로 5년 사이에 갱년기를 맞는다. [중앙포토]

의학적으로는 1년 이상 생리가 없으면 폐경이라고 말한다고 하니, 친구가 진짜 폐경을 맞이했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난포호르몬)의 분비는 뇌와 난소가 서로 자극을 주고받음으로써 원활하게 이루어지는데, 그러니까 뇌에서 분비된 난포자극호르몬이 난소를 자극해 에스트로겐을 분비하고, 에스트로겐이 다시 뇌를 자극해 배란을 유도하는 황체형성호르몬을 분비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 이후 난자가 배란되고, 난소에서는 프로게스테론(황체호르몬)이 분비되어 자궁 내막이 두꺼워진다. 임신이 아닐 경우 이것이 몸 밖으로 배출되는 데 이게 바로 생리다.

학창시절 배운 내용이지만, 호르몬이 변동되는 시기인 갱년기를 맞이해 다시 한번 떠올려 보았다. 갱년기 증상 역시 여성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관인 난소와 분비 명령을 내리는 뇌의 상호작용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것일 테니 말이다. 45세 이후 난소 기능은 급격히 떨어지는데 이에 따라 에스트로겐 분비 역시 확연히 줄어든다. 이때 뇌는 난포자극호르몬을 더 많이 생성해 에스트로겐 분비를 촉진하지만, 난소의 기능 저하로 뇌의 명령에 난소가 제대로 응답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호르몬 중추가 혼란스러워지고 이것이 자율신경에도 여파를 미쳐 발한, 두근거림, 안면홍조 등 자율신경실조로 나타난다. 그러니 우리가 알고 있는 갱년기 증상이다. 결국 갱년기는 난소 기능이 저하되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또 뇌가 난포자극호르몬을 많이 생성하면 난포가 평소보다 일찍 발달하게 되고 이에 의해 배란이 일찍 일어나 생리 주기도 짧아지게 되는 것이다.

호르몬이 변하는 갱년기에는 발한, 두근거림, 안면홍조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사진 pxhere]

호르몬이 변하는 갱년기에는 발한, 두근거림, 안면홍조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사진 pxhere]

다른 친구 하나가 불쑥 이야기를 꺼낸다. “너희 나 시험관 아기 시술했던 것 알잖아. 물론 실패했지만. 그때 한 번에 난자를 여러 개 꺼냈는데, 혹시 그때 난자를 많이 사용해 폐경이 빨라지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해. 어떻게 생각하니?” “맞아. 우리 학교 다닐 때 가사 선생님이 난소 속 난자의 수는 정해져 있는데 이것을 쓸 때까지 생리한다고 했던 것 같아.” “얘들아, 우리가 임신할 것도 아닌데, 난자가 더 이상 안 나오면 어떻다고(웃음).” “그래, 그래. 이 갱년기를 어떻게 잘 보내느냐가 문제인거지. 건강하게! 그리고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유지하며!”

앞에서 말했듯이 난소 기능은 나이가 먹을수록 떨어지기 시작한다. 최정점인 20대가 지나 30세가 되면 서서히 감소하기 시작해 37~38세 이후에는 난소 기능의 감소가 더욱 급격하게 일어난다. 난소 기능 저하는 난소 내에 존재하는 예비 난자 수가 감소하는 현상으로 배란할 수 있는 난자 수가 감소하고, 배란되는 난자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다.

정자는 사춘기 이후 생식세포의 분열을 통해 계속 생산되지만, 난자는 태아 때부터 보유한 일정량을 평생 사용하는 것이 특징인데 여성의 인생 주기를 통해 보면 임신 상태 중 태아의 난자 보유량이 600~700만 개 정도로 가장 많고 출생할 즈음에는 100~200만 개로 줄어들었다가, 사춘기에는 30만 개까지 떨어진다. 물론 이 난자가 전부 배란이 되는 것은 아니며, 평생 300개에서 500개 정도의 난자만 배란된다. 노화가 진행될수록 난자의 개수도 줄어드는데, 50세 무렵에는 1천 개 미만의 난자만 남는다고 한다.

여성호르몬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아름다움과 젊음을 지켜주는 여성 호르몬’이라 불리는 에스트로겐은 사춘기인 초경부터 증가해 20대에 최고점을 찍고 그 뒤 30대 후반 무렵부터 서서히 감소하다가 40대 후반 이후에 뚝 떨어진다. 갱년기를 맞이하면 급격히 감소한다는 말인데, 그렇다고 일직선으로 하강하는 것은 아니고 오르락내리락 불규칙하게 떨어진다.

여성호르몬이 부족하면 위의 갱년기 증상 외에 심혈관질환 뿐 아니라 치매, 관절염, 방광염 등 발생위험이 커진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호르몬 치료를 하기도 하는데, 유방암이나 자궁내막암 등 에스트로겐 의존성 악성종양이 있는 경우라면 호르몬 치료는 신중히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니 의사의 진단 후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호르몬 주사를 맞아볼까 하는 거야. 생리도 생리이고 다른 증상도 예방하고. 다행히 우리 집 병력에는 유방암은 없어서. 어쨌든 의사랑 상담받으려고 한다.” “그래, 다녀와서 이야기 좀 해 줘. 난 병원까지 갈 생각은 없고 음식 잘 챙겨 먹고, 운동 꾸준히 하려고. 이미 석류 주스도 여러 통 사놓았고, 콩밥으로 바꿔 먹고 있다(웃음).”

식물성 에스트로겐을 넉넉히 함유한 석류는 여성호르몬 분비를 돕는 대표적인 식품이다. [사진 pxhere]

식물성 에스트로겐을 넉넉히 함유한 석류는 여성호르몬 분비를 돕는 대표적인 식품이다. [사진 pxhere]

폐경 전후 약 10년을 갱년기라고 한다. 딱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시기다. 친구의 말처럼 이 시기에는 좋은 음식을 꾸준하게 먹는 것이 필요한데, 여성호르몬의 수치가 저하된 만큼 음식으로 부족한 호르몬을 보충하라는 말이다. 그래서 갱년기를 겪는 여성들에게 좋은 식품들은 대부분 여성호르몬의 분비를 돕거나 여성호르몬 성분을 함유한 것들이다.

대표적인 식품으로 여성호르몬과 비슷한 식물성 에스트로겐 성분을 넉넉히 함유한 '석류'. 석류는 여성갱년기에도 좋을 뿐만 아니라 미용과 고혈압에 좋다고 한다. 이 밖에도 여성호르몬과 유사한 이소플라본 성분이 풍부한 콩, 두부, 검정콩, 달맞이꽃종자유, 자두, 하수오 등도 갱년기 증상을 이겨내는 데 좋은 식품이다.

생리가 불규칙해졌다는 건 갱년기에 본격적으로 들어섰다는 신호다. 자연스러운 호르몬의 생성과 작용이 이제 어려워졌기에, 조금 더 자신의 건강에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을 몸이 전해주는 것이다. 나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조금 더 건강한 환경을 만들 때다. 심한 스트레스와 과로, 흡연과 음주, 잘못된 식생활 등은 그나마 남은 호르몬의 자연스러운 생성을 방해한다. 변화하지 않는 한 건강해질 수 없다는 생각이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더 들었다. “얘들아, 얼마 전에 내가 산 석류즙인데, 괜찮더라고. 자 링크 보낼게.” 그래, 이렇게라도 시작해야 한다.

참고자료
친절한 여성 호르몬 교과서(구로즈미사오리, 사다 세쓰코 지음/이선정 옮김/이석수 감수/북라이프) 북라이프
폐경기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크리스티안 노스럽 지음/이상춘 옮김/홍성환 감수/한문화)

김현주 우먼센스 편집국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