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운명 결정 임박…美 "비핵화에 중요, 일방파기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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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7월 독일 함부르크 미국 총영사관에서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3국 정상회담을 가졌다.[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7월 독일 함부르크 미국 총영사관에서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3국 정상회담을 가졌다.[청와대 사진기자단]

청와대가 22일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를 열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가운데 미 국무부가 "어느 한쪽이 협정을 파기하려 한다면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한·일 지소미아를 전폭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한 말이다. 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지소미아 파기할 경우 한국 스스로는 물론 미국의 동북아 안보 이익을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한쪽 파기 추진한다면 유감스러운 일" #스틸웰, 이태호 차관에 "양국 대화로 해결"

국무부의 한 대변인은 21일(현지시간) 한국 청와대의 지소미아 결정이 임박한 데 대한 입장을 묻는 중앙일보 질의에 "미국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전폭 지지한다"며 "이 협정은 양국 방위 협력관계의 성숙함을 보여주는 것인 동시에 한·미·일 3국이 공조하는 능력을 향상해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한쪽, 일방이 협정을 파기하려고 한다면 유감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의 두 동맹이 군사정보를 공유하는 능력은 지역의 평화·안보를 유지하려는 공동 노력과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하는 중요한 도구"라고 덧붙였다.

이태호 외교부 2차관이 21일 워싱턴 국무부를 방문해 데이비드 스틸웰 동아태 차관보와 악수하고 있다.[국무부 트위터]

이태호 외교부 2차관이 21일 워싱턴 국무부를 방문해 데이비드 스틸웰 동아태 차관보와 악수하고 있다.[국무부 트위터]

국무부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나 고위 관리들이 강경화 외교장관이나 한국 측 상대 관리들에게 지소미아 파기 반대 입장을 전달했느냐는 질문에는 "비공개 외교 대화의 세부 내용에 대해서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태호 외교부 2차관이 워싱턴을 방문해 이날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키스 크라크 국무부 경제차관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이 같은 메시지를 전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 차관은 이날 면담 이후 특파원들과 만나 지소미아를 특정하진 않았지만 "스틸웰 차관보가 한·일 양국 간 대화를 통해 빠른 시일 안에 해결 방안을 모색하면 좋겠다"며 "미국은 양국이 대화를 잘할 수 있는 촉진자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그러면서 "지금 외교채널의 대화는 있지만 정작 중요한 산업통상자원부와 일본 경제산업성과 대화가 없는 데 일본이 그런 부분을 지금 안하고 있어 문제라고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외교 소식통은 "24일 자동 연장시한이지만 양자 협정 탈퇴는 이 시한과 관계없이 언제든 할 수 있기 때문에 계속 카드로 가져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비어 "양국 휴전협정 맺고 조용한 외교 시작해야"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선임부차관보는 본지에 "일본과 무역갈등으로 지소미아를 폐기하는 것은 한국이 자국의 안보를 약화하고 미국과 일본과 관계를 훼손해 자신을 고립시키는 일"이라며 "한·미·일 군사안보 협력을 그토록 지지한 워싱턴의 정책 결정자들을 소원하게 하고 한국이 신뢰할 만한 안보 파트너가 아니라는 최악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리비어 전 차관보는 대신 "한·일 양국이 이제라도 미국이 제안한 '휴전협정'을 수용해 추가 사태 악화를 중단하고 냉각기를 가진 것이 합리적인 대안"이라며 "양국은 그동안 분쟁 해결을 위한 조용한 외교를 시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일이 서로를 화이트 국가(안보 우대국)에서 제외한 상황에서 일단 휴전을 한 다음 사태 근본적 해결을 위한 물밑 대화를 시도하라는 조언이다. 일본도 반도체 소재에 대한 개별 허가를 내주면서 한국에 실질적 피해를 주는 것은 피하고 있다.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도 "한일 양국이 안보에서 협력할 수 없다면 미국은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부상하는 중국의 야망 억제 등 동북아 핵심 이익을 증진할 수 없다"며 "이 모든 목표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동맹의 공조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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