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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조국 결단 불가피” 청와대 “청문회서 검증” 입단속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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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해찬 민주당 대표(오른쪽)가 21일 조국 후보자 의혹과 관련해 ’언론이 부풀린 것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이 대표가 의총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왼쪽은 이인영 원내대표. 김경록 기자

이해찬 민주당 대표(오른쪽)가 21일 조국 후보자 의혹과 관련해 ’언론이 부풀린 것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이 대표가 의총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왼쪽은 이인영 원내대표. 김경록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 특히 조 후보자 딸의 ‘금수저 입학 전형’ 관련 의혹이 2030세대의 공분으로 번지자 집권 여당의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21일 오후 열린 더불어민주당의 긴급 의원총회에선 “조국이 아닌 정권의 문제” “밀리면 대통령에게 타격” 등의 발언이 쏟아졌다. 지난 9일 조 후보자 지명 이후 처음 열린 의원총회였다. 김해영(부산 연제), 기동민(서울 성북을), 금태섭(서울 강서갑), 김종민(충남 논산계룡금산), 이철희(비례대표) 의원 등 주로 초선 의원들이 목소리를 냈다.

여당 긴급의총 열어 대응 논의 #일부 “불법 없다고만 해 답답” #“밀리면 대통령 타격”에 묻혀 #이해찬 “대응팀 짜서 난국 극복”

참석 의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 의원은 “웅동학원이나 자녀 문제가 후보자와는 관련이 없고, 법무부 장관직하고도 무관하다”면서도 부모의 재력이 자녀의 학력으로 연결되는 것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금 의원은 “국민은 언행불일치를 문제삼는데 우리 당은 불법이 없다고만 한다”며 당의 대응을 지적했다.

위기의식은 그러나 단일 대오와 내부 단속을 촉구하는 목소리로 귀결됐다. 조 후보자 사퇴 등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없었다. 한 초선의원은 “이것은 ‘조국 개인의 싸움이 아니다’는 기동민 의원의 발언이 좌중의 주목을 받았다”고 전했다. 기 의원은 “전쟁터 한복판에 있는데 여기서 밀리면 총선에서도 밀리고, 결국 대통령에게도 타격을 준다”며 엄중 대응을 주문했다고 한다. 기 의원은 노무현 정부 당시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 해임안 처리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3년 한총련 회원들의 미군기지 기습 시위를 막지 못한 것과 관련, 야당이 김 전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밀어붙여 통과시키자 국정 동력이 큰 타격을 입은 적이 있다.

또 이날 공개적으로 ‘조국 우려론’을 얘기한 박용진 의원을 겨냥한 듯 “조국 후보자 지명을 다시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 공개적으로 나오면 안 된다”는 입단속도 나왔다고 한다. 당내 비문(非文)에 속하는 박 의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조 후보자가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해명을 내놓는다면 최악의 상황으로 갈 수밖에 없다. 결단이 불가피한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교육 문제는 대한민국 국민의 역린”이라며 민주당 및 문재인 지지층이 (조 후보자를 둘러싼)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있고, 민심 이반으로 번지는 현상이 우려된다고도 했다.

의총에서 이철희 의원은 “내부 균열이 생기면 망한다” “야당은 조 후보자를 대선 후보로 보고 물어뜯고 있는데 못 버티면 다음 싸움이 더 어려워진다”고, 박광온 최고위원도 “조국의 문제가 아니라 정권의 문제”라며 당의 결집을 촉구했다. 의총은 “당에서 긴급대응팀을 짜서 난국을 극복해 가겠다”는 이해찬 대표의 말로 마무리됐다.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개별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일치 단결해 총력 대응하자는 데 의원들이 동의하는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이날 의총은 청와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이 “조 후보자의 가족에 대한 의혹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합리적인 것도 있지만 일부 언론은 사실과 전혀 다른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고 밝힌 뒤 열렸다. 윤 수석은 “후보자가 하지 않은 일들을 했을 것이다, 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식으로 언론에서 제기한 설과 가능성은 모두 검증을 거치게 될 것”이라며 “조국이라고 해서 남들과 다른 권리나 책임을 갖고 있지 않다. 다른 장관 후보자들과 동일한 방식으로 검증받아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윤 수석의 이날 브리핑은 언론을 향한 것은 물론, 박용진·송영길 의원 등 조국 후보자 비판론을 제기하는 ‘여권 에 대한 단속’ 메시지로도 읽힌다.

김형구·임장혁·권호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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