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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용호 논설위원이 간다

김현미 “총리설 터무니 없다” 유은혜 “출마하고 싶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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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호 기자 중앙일보 편집국장

내년 총선 앞두고 내각에 남은 유은혜·김현미

유은혜 사회부총리는 취임 후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유총의 개학 연기 투쟁 등에 대해 엄정 대응했다. 사진은 3월 경기도 용인 유치원 학부모들이 한유총의 연기 투쟁에 반대하는 시위 모습. [뉴스1]

유은혜 사회부총리는 취임 후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유총의 개학 연기 투쟁 등에 대해 엄정 대응했다. 사진은 3월 경기도 용인 유치원 학부모들이 한유총의 연기 투쟁에 반대하는 시위 모습.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은 8·9 개각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그 자리에 그냥 뒀다. 내년 총선을 생각하면 당으로 돌려보내야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김 장관의 경우 지난 3월 후임자를 정했으나 최정호 후보자가 부동산 관련 문제로 자진 사퇴하는 바람에 싼 짐을 다시 풀었다. 웬만하면 ‘임명 강행’ 카드를 써온 문 대통령으로선 사실상 최 후보자를 포기한 셈이다.

두 장관, 내년 총선 출마 질문에 #“출마하겠다는 생각”이라면서도 #“임명권자 뜻 따를 것” 덧붙여 #연말 두 사람 운명 엇갈릴지 관심

여권 핵심 관계자는 21일 “문 대통령도 청문회 과정에서 최 후보자가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있을 거란 기대를 접은 것 아니겠냐”며 “‘그래도 김현미’라고 결론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여권 관계자도 “김 장관은 뭘 시키면 똑 부러지게 해내다 보니 문 대통령이 흡족해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예산편성권을 쥔 기획재정부의 말이 잘 안 먹힐 정도로 국토교통부의 위상이 세졌다. 요즘엔 국토부 공무원들까지 으쓱거린다고 한다. 집값을 그런대로 잡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김 장관은 최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란 초강수를 빼 들었다.

유은혜 부총리도 만만찮다. 취임하자마자 유치원 방과 후 영어를 허용했고, 크고 작은 반발 속에서 한유총에 대한 엄정 대응, 사립대학 종합감사 추진, 고교 무상 교육 실시 등을 밀어붙였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관료나 교수 출신보다 정치인 장관에 대한 평가가 후한 편”이라며 “이는 국정과제를 소화하는 능력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유은혜 부총리와 김현미 장관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을 두고 정책추진에 있어 지나치게 일방통행 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김현미 “옳은 일이면 전력질주 스타일”

김현미. [뉴시스]

김현미. [뉴시스]

두 사람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올 연말 어떤 행보를 보일까. 두 사람의 출마 여부는 민주당의 수도권 총선 전략과도 무관하지 않을 터다. 두 사람을 만나 장관 생활과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직접 물어봤다. 김 장관을 먼저 만났다. 지난 15일 오후 용산역에서 시간을 냈다. 독립기념관에서 8·15 기념식을 하고 올라오는 길이었다. 인터뷰가 부담스럽다고 내내 고사했지만 일단 얼굴을 보고나니 질문에 답은 했다.

분양가 상한제를 밀어 붙었다. 논란이 적지 않다.
“9·13 대책 이후 집값이 안정화하다 지난 3월에 이상 조짐이 보였다. 전체적으로 유동성 과잉이다. 디노미네이션(화폐 액면 단위 낮추기)에 대한 가짜뉴스가 돌면서 실물을 가져야 한다는 기대가 많아졌다. 그러다 재건축 시장이 끓어오르더라. 그걸 막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일산 지역구는 다니는 편인가.
“장관이 나랏일 하라는 건데 다니면 좀 그래 보이지 않나. 그래서 주말엔 책 읽고 공부하느라 돌아다닐 여가가 없다. 아시다시피 국토부는 전문적인 분야가 많다.”
장관직이 의원 때와 많이 다른가.
“의원은 주장하는 자리다. 장관은 집행하고 결정을 하고 변화가 일어나고 그런 면에서 성취감이 있다. 굉장히 바쁘고 빡빡한데 역동적이다. 긴장을 놓을 수 없지만, 보람이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밀어붙였다. 그러자 강남권 재건축 매매 시장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은 서울 잠실 주공 5단지. [연합뉴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밀어붙였다. 그러자 강남권 재건축 매매 시장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은 서울 잠실 주공 5단지. [연합뉴스]

내년 총선에는 출마하나.
“출마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으나 최종 거취는 임명권자 뜻에 달렸다”
이미 총선 출마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는 얘기가 있더라.
“그런 건 없다. (웃으며) 다만 당분간 더 하는 거는 맞다.”
총선에 안 나가고 내각에 잔류해서 연말쯤 이낙연 총리 후임이 될 거란 보도가 많이 나오는데.
“터무니없는 얘기다.”
초강수를 잘 두는데 일을 밀어붙이는 스타일은 어디서 나오나.
“성격일 수도 있고 국토부 공무원들이 잘 도와준다. 내가 한번 해야겠다, 필요한 일이고 옳은 일이라면 전력 질주하는 스타일이긴 하다.”
‘실세 장관’이란 소릴 듣는다. 어떻게 일하나.
“장관은 그 정부의 국정철학을 집행하는 최선봉이다. 이 생각 저 생각을 얘기하는 자리가 아니고 뭔가를 추진하고 만들어내야 한다. 국정 과제가 그런 거다. 그 과제가 대통령의 정치 철학인 거고 장관이 그걸 공유해야 한다.”

김 장관의 발언에는 자신감이 배어있었다. 스스로 ‘옳다고 생각되면 전력 질주한다’고 할 정도니 당분간 그의 질주는 계속될 듯하다. 김 장관은 총선 출마에 대해선 지난달 국회에 나와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 등의 질문에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이 변함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임명권자가 정할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당시는 공개 석상이라 ‘출마’를 다소 강조하는 듯했고 기자와 만나선 ‘임명권자의 의중’에도 힘을 줬다.

유은혜 “교육 분야는 갈등 최소화가 중요”

대학혁신 지원방안 발표하는 유은혜 부총리   (서울=연합뉴스) 김승두 기자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6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대학혁신 지원방안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9.8.6   kimsd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대학혁신 지원방안 발표하는 유은혜 부총리 (서울=연합뉴스) 김승두 기자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6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대학혁신 지원방안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9.8.6 kimsd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지난 18일 일산 중산동에서 만난 유 부총리도 비슷한 입장이었다. 전날 핀란드·덴마크 출장을 다녀온 뒤였다. 그 역시 조심스레 인터뷰에 응했다.

어떤 성격의 출장이었나.
“핀란드·덴마크 대학이 융합과 산학협력 분야에서 어떻게 혁신하고 있는지 등을 보고 왔다.”
김 장관과 정치적 행보가 계속 비슷하게 가는데.
“(웃으며) 이상하지. 이상하게 비슷하다. 근데 그 이유를 어떻게 알겠나. 지역구까지 옆인데 보통 지역구가 옆이면 사이가 껄끄러울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잘 지낸다.”
교육부를 맡아 보니 어떤까.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이 가장 힘들다. 정치인도 그렇지만 장관은 결과도 내야 한다. 국민들의 관심이 많고 현실적 갈등 요소들도 많다. 특히 교육은 갈등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이런 것들을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심리적 부담이 있다.”
부총리가 됐을 때 ‘길어야 1년 2개월’짜리라는 비판이 있었다. 그때 총선 출마 생각은 어땠나.
“일을 시작하는 마당에 총선 출마 여부를 어떻게 생각할 수 있었겠냐.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장관 자리가 갖는 책임이, 특히 교육과 관련해서 책임이 커 어떻게 이 일을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밖에 없었다. 장관직을 잘하는 게 앞으로 어떤 일을 하든지 반영되는 거고 가장 중요한 일이다.”
내년 총선 출마는 어떻게 할 건가.
“출마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다만 출마를 하고 안 하고의 결정권은 임명권자에 있는 것 아니냐.”
김현미 장관의 총리설에 대해선 어떤 생각인가.
“김 장관이 국토교통부 장관에 발탁됐을 때 좋았다. 지금까지 남성들만 해오던 자리 아니냐. 지금까지 건설·교통은 여성이 할 수 있다는 발상을 아무도 못 한 거다. 그가 맡았는데 신의 한 수라 생각했다. 국토·교통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어서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봤다. 총리 지명은 임명권자의 뜻이겠지만 된다면 잘하지 않겠나.”

문 대통령, 연말 이전 개각할 가능성 커

문 대통령은 이르면 10월이나 연말쯤 개각을 해야 할 상황이다. 여권에서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낙연 총리가 내년 총선에 나서든 아니면 당에서 선대위원장을 맡든 역할을 해야 할 판이라서다. 유 부총리와 김 장관의 거취도 그때 결론이 날 것 같다. 현재 두 사람이 내린 결론은 “출마하겠다는 생각이나 결정은 임명권자가 하는 것”이다. 사실상 문 대통령에게 맡긴 셈이다. 문 대통령이 지금 어떤 생각인지는 모를 일이다. 이미 정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랬더라도 그게 정답일 순 없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프레임이 어떻게 짜일지 모르고, 적절한 후임은 있을지, 교육과 부동산 상황은 또 어떻게 될지 모두 변수다. 장관직을 맡은 이상 나간다고 나갈 수도, 있겠다고 있을 수도 없는 게 두 사람의 운명이다.

닮은꼴 두 사람

총선 출마를 놓고도 같은 운명에 놓인 두 사람은 닮은 구석이 많다. 81학번 운동권 출신으로 62년생 동갑이다. 각각 5년(김현미 새정치국민회의), 6년(유은혜 열린우리당)의 부대변인 경력을 지낸 후 나란히 일산에 출마, 2012·16년 연이어 당선된다. 고양시 병(유은혜)과 정(김현미)으로 지역구가 붙어있다. 대통령과 인연도 같이 시작됐다. 2015년 2월, 문 대통령이 당 대표가 됐을 때 비서실장(김현미), 대변인(유은혜)으로 기용했다. 당시 친문도 아니었고 큰 인연도 없었다. 김 장관은 DJ(김대중) 때 정치를 시작한 범친노였고, 유 부총리는 GT(김근태) 직계였다.

신용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