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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테이너’ 전성시대 시즌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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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요즘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 만큼 자주 보이는 스타들이 있다. 허재(54)·김동현(38)·김병현(40) 등 이른바 ‘스포테이너(스포츠+엔터테이너)’들이다. 스포츠 예능인 1세대가 강호동(49)·안정환(43)·서장훈(45)이라면, 최근 강력한 2세대가 등장한 것이다.

허재·김동현·김병현 2세대들 #거친 이미지 벗고 예능서 맹활약 #스포츠 스타 영상 2억 9000만 뷰 #자신감과 솔직함에 시청자 열광

방송사 클립영상을 온라인 플랫폼에 유통하는 스마트미디어랩에 따르면 지난 3개월간(5월~8월) 스포츠 스타들이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 재생수는 2억9000만 뷰에 달한다. 특히 제목에 허재가 언급된 영상클립은 431만뷰를 기록, 예능 경력 20년이 넘는 강호동(349만뷰)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뭉쳐야찬다에 출연 중인 예능샛별 허재 전 농구대표팀 감독. [중앙포토]

뭉쳐야찬다에 출연 중인 예능샛별 허재 전 농구대표팀 감독. [중앙포토]

1990년대 ‘농구대통령’으로 불렸던 허재의 새 별명은 ‘예능 신생아’다. 지난 6월 ‘뭉쳐야 찬다(뭉찬)’에서 예능 신고식을 치른 허재는 ‘한끼줍쇼’, ‘라디오스타’, ‘집사부일체’,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등에 출연했다. 현재는 김병현과 인도네시아에서 ‘정글의 법칙’ 촬영 중이다. 중년의 예능 늦둥이 허재가 예능 섭외 1순위다.

허재는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해 대세임을 인정하면서도 더 떠야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캡처]

허재는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해 대세임을 인정하면서도 더 떠야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캡처]

축구 예능 프로그램 ‘뭉찬’에서 허재는 골키퍼를 맡았다. 룰을 정확히 몰라 자기편 백패스를 손으로 잡는 ‘허당끼’를 보였다. 또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해서는 “요즘 내가 대세지만 더 떠야 한다. 농구로 치면 이제 신발 끈을 묶은 정도”라며 입담을 뽐냈다. 허재는 “‘뭉찬’에서 섭외가 들어올 때 농구도 할 거라고 해서 수락했다. 그런데 축구만 하고 있다. 그래도 놀러 가는 마음으로 촬영하고 있다”며 허허 웃었다.

격투기 무대에서 스턴건으로 통했던 김동현은 예능에서는 호들이라 불린다. 겁 많고 호들갑스러운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중앙포토]

격투기 무대에서 스턴건으로 통했던 김동현은 예능에서는 호들이라 불린다. 겁 많고 호들갑스러운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중앙포토]

종합격투기 UFC에서 한국인 최다승(13승)을 올린 김동현이 고정 출연하는 예능만 3개(뭉찬, 놀라운 토요일, 플레이어)다. 격투기 무대에서 그는 ‘스턴건(전기충격기)’으로 통했지만 TV에서는 ‘호들이’라 불린다. 예능에서는 겁 많고 호들갑스럽기 때문이다.

김동현은 얼마전 예능 플레이어에서 알라딘 지니 분장까지 했다. 김동현은 유튜브 매미킴TV도 운영하며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 tvn 플레이어 캡처]

김동현은 얼마전 예능 플레이어에서 알라딘 지니 분장까지 했다. 김동현은 유튜브 매미킴TV도 운영하며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 tvn 플레이어 캡처]

얼마 전에는 영화 ‘알라딘’의 지니 분장까지 했다. 김동현은 싸울 때처럼 몸을 날리며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핵잠수함이라 불렸던 김병현은 요즘 법규형으로 통한다. [사진 김병현 인스타그램]

메이저리그에서 핵잠수함이라 불렸던 김병현은 요즘 법규형으로 통한다. [사진 김병현 인스타그램]

김병현은 예능 데뷔에 앞서 메이저리그 해설위원으로 화제를 모았다. 류현진(LA 다저스)이 호투하면 말을 멈추고 박수를 쳐서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중계 화면에 박찬호(46)가 나오자 “‘투머치 토커’께서 관전하고 계시다. 지금도 말씀하시느라 바쁘신 것 같다”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김병현은 2003년 메이저리그 보스턴에서 뛸 때 관중에게 손가락 욕을 날려 물의를 빚었다. 당시 많은 비난을 받았으나 긴 세월이 흘러 김병현의 이미지가 달라졌다. 과거를 반성하고 온화한 모습으로 변한 김병현은 팬들은 ‘법규형’이라 부른다. 손가락 욕과 김병현의 전공(성균관대 법대)에서 착안한 별명이다.

김병현은 예능 라디오스타에서 법규형이라 불리는 이유를 밝혔다. [사진 라디오스타 캡처]

김병현은 예능 라디오스타에서 법규형이라 불리는 이유를 밝혔다. [사진 라디오스타 캡처]

김병현은 ‘라디오스타’에서 “그땐 홈 관중들이 야유하길래 ‘에라 모르겠다’며 손가락을 들었다. 전광판에 찍힌 줄 몰랐는데 동료가 손을 내려주더라”며 “큰 딸이 어딘가 가려울 땐 가운데 손가락으로 긁는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스포츠 스타들의 예능 입성 일등 공신은 JTBC 뭉쳐야 찬다다. 15일 방송은 자체 최고시청률 5.6%를 기록했고, 7주 연속 동시간대 1위를 사수했다. 분당 최고 시청률은 7.3%까지 올랐다. [사진 JTBC]

스포츠 스타들의 예능 입성 일등 공신은 JTBC 뭉쳐야 찬다다. 15일 방송은 자체 최고시청률 5.6%를 기록했고, 7주 연속 동시간대 1위를 사수했다. 분당 최고 시청률은 7.3%까지 올랐다. [사진 JTBC]

스포테이너가 사랑받는 이유는 반전 매력 때문이다. JTBC ‘뭉찬’의 성치경 CP는 “이들은 스포츠 분야에서 톱에 오른 분들이다. 모든 국민이 다 아는 인지도를 갖고 있지만, 경기장 밖의 모습을 보여줄 기회는 없었다”며 “허재는심판 판정에 불같이 항의하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코트를 떠나면 동네 형같은 친근한 매력을 선보인다”고 말했다. 김동현은 “난 학창 시절 싸움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힘 센 친구들을 피해 다녔다. 운동선수들에게는 의외로 여리고 순수한 면이 있다”고 했다.

스포츠맨 특유의 자신감도 매력 포인트다. 김동현은 “개그맨 신동엽 형이 ‘대중들은 TV에 나오는 사람이 주눅 들어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감 넘치는 스포츠 선수들의 모습을 잘 활용하라’고 말해줬다”며 “난 UFC에서 화끈한 경기를 하지 못했다. UFC가 날 퇴출시키려 브라질 대회(2013년 에릭 실바)에 보냈는데 KO로 이겼다. 지옥에서도 살아 돌아왔다. 예능이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김병현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허재 감독 옆에서 머리 박고 반성하는 중이란 농담 글을 남겼다. [사진 김병현 인스타그램]

김병현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허재 감독 옆에서 머리 박고 반성하는 중이란 농담 글을 남겼다. [사진 김병현 인스타그램]

허재의 아내 이미수씨는 “아들 웅이와 훈이가 ‘방송에서 보는 아빠는 평소와 똑같은데 왜 인기가 많지?’라며 궁금해 하더라. 남편이 서슴없이 말하는 걸 좋아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포테이너’에게는 선수 시절의 다양한 에피소드가 많다. 또 에너지가 넘쳐서 촬영시간이 길어도 순발력을 잃지 않는다는 강점이 있다.

한편으로는 ‘스포테이너’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서장훈은 스포츠 출신 예능인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자신만의 콘텐트와 캐릭터로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요즘 등장한 ‘스포테이너’들이 에피소드가 다 떨어진 뒤에도 성공을 이어갈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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