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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미사일 사드보다 세다···中, 韓 배치땐 단교도 불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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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러시아가 지난 8월 2일 중거리 핵전력(INF) 폐기조약을 파기하면서 그 배경과 파장에 관심이 집중된다. 지상 발사 중거리 미사일의 생산과 배치를 금지한 INF는 지난 31년간 핵 군비 통제와 냉전 해체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 INF가 사라지면서 이제 미국과 러시아 사이엔 뉴START 협정만 남았다. 그나마 2021년 5월에 시한이다. 이제 핵무기 경쟁의 신냉전의 시대가 열리는가.

[채인택의 글로벌 줌업] #신냉전, 전문가 4인에 한국의 길을 묻다 #INF 폐기로 지상발사 중거리미사일 경쟁 #미, 북핵협상 깨지면 배치 명분 삼을 것 #한국 배치 시도하면 중, 필사압박 예상 #중 핵전력, 미국·동맹국 타격 능력 확보 #북 중거리 미사일, 오키나와 타격 가능 #미, 한·미·일·호·뉴질랜드 아시아나토 구상 #한, 미 전략 호응하면 상응대가 요구 가능 #대중 견제에 북 미사일 대응도 가능해져 #한국의 선택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시기 #

INF가 파기되면서 미국은 중거리 미사일을 생산해 새롭게 동아시아 등에 배치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마크 에퍼트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3일 호주 방문 중 아시아 배치를 거론했다가 한국과 일본에 와서는 말을 바꿨다. 하지만 이미 러시아는 상당한 중거리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INF 조약 당사자가 아니었던 중국은 상당한 중거리 핵전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INF가 폐기된 요인이 됐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북한이 10일 함흥 일대에서 발사한 미사일의 모습. 북한판 전술 지대지 미사일로 추정된다. 미국과 러시아가 중거리핵전력(INF) 폐기조약을 파기한 8월 2일 이후에도 북한은 계속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10일 함흥 일대에서 발사한 미사일의 모습. 북한판 전술 지대지 미사일로 추정된다. 미국과 러시아가 중거리핵전력(INF) 폐기조약을 파기한 8월 2일 이후에도 북한은 계속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이제 INF 파기로 동북아 지역에서 지상발사 중거리 핵미사일 배치 경쟁이 벌어질 것인가. 미국이 아시아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한다면 어디가 가장 가능성이 높을까.
아울러 INF 파기 이후 미국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앞으로 미국과 러시아, 중국이 참여하는 새로운 핵 군축 협상이 이뤄질까?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핵 위상은 어떻게 변할 것이라고 보는가? 북한은 INF가 파기된 상황을 어떻게 활용할까? 이런 핵무기 경쟁의 신냉전 상황에서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국내 전문가 4명을 접촉해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들어봤다.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 최승식 기자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 최승식 기자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전 국방개혁 실장)

중, 동풍21·동풍26 미사일 개발해 미·동맹 타격 능력 확충
트럼프가 이런 중국에 불만 가진 게 INF 폐기 원인이 돼
중·북한 탄도미사일 대처에 일, 미와 협력하나 한국은 미지근
중, 한미일 삼각 협력고리에서 약한 고리인 한국 집중 공략
북 중거리 미사일, 오키나와까지 공격 가능/한미일 협력 관건

INF 폐기협정이 사라진 원인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INF 파기 원인부터 근본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중국이 보유한 사거리 2150~3000㎞의 동펑-21(DF-21)이나 사거리를 4000㎞까지 늘린 동펑-26(DF-26) 중거리 탄도 미사일은 오키나와는 물론 더 먼 미국령 괌의 미군기지까지 노릴 수 있다. 중국이 미국과 동맹국의 군사 기지를 타격할 능력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는 점이 큰 원인을 제공했다. INF는 기본적으로 냉전 시절 미국이 소련과 맺고 러시아가 이를 계승해온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미국은 중국에 대한 본격적인 대응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었다."
중국이 INF 폐기의 결정적인 원인이라는 이야기인가. 
"결국 미국과 러시아의 INF 탈퇴는 중국의 군사적 역량의 성장과 야욕 때문이다. 미국에 도널드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면서 중국을 견제하고 중국 기술이 미국에 위협이 되는 상황을 차단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본다. 미국으로서도 이젠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대와 달리 이 부분에 주목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됐다."
INF를 파기한 미국은 앞으로 어떻게 나올 것으로 보나. 
"미국은 중국이 더 큰 위협이 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INF를 파기한 뒤 지상발사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고 전략 핵무기를 양산할 것으로 본다. 2018년 2월에 내놓은 핵 관련 보고서에 그런 부분들이 담겨있다. 2019년 4월 미국 국방부는 핵 현대화 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진행 중이다. 왜 이렇게 위험한 정책을 펴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핵 없는 시대'를 이야기했던 오바마 행정부 시절과 비교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핵 정책이 위험하고 공세적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 입장에서 중국이 신형대국론을 펴면서 이제는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그런 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 "  
미국이 중국에 계속 공세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하나. 
"미국은 우선 중국의 경제적 성장이 군사력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막기 위해 무역 전쟁을 벌이고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등 전방위로 대처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중국의 군사 기술이 미국을 따라오지 못하도록 격차를 계속 유지하는 측면이다. 2016년 말 미국에서 나온 보고서부터 그런 경향이 확연하다. 중국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미국을 추격하곤 있다. 미국은 비록 중국에 추격을 당하지는 않겠지만, 남중국해나 미국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러 영역에서 중국에 대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미국 스스로 인정한다. 다만 공세적으로 이를 차단하겠다는 것이 지금의 정책이다. "
미국이 추구하는 한·미·일 삼각협력도 결국 그런 의도에서인가.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일본과 적극적인 협력을 추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중국과 북한의 탄도 미사일도 일본과 함께 대처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과의 협력은 미진한 상태다. 문제는 한국이 한·미·일 삼각 협력 고리에서 약한 고리로 보이면서 중국이 한국을 강하게 압박한다는 점이다. 중국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는 최근 들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언어를 한국을 대상으로 사용하지 않았는가."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미국과 적극적으로 협력을 강화하는 일이 가장 절실하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도 언급했지만,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 방어(MD) 협력이나 공동 대처 방안 모색에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가 심각하다. 만일 INF를 탈퇴한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일본을 중심으로 중국에 대해 반격 태세를 갖추고 중국의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면, 한국 정부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 선택의 갈림길에 처하게 된다. "
한국이 한미 협력을 강화하면 북한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
"한국이 MD 부분을 강화하면 그것이 비록 중국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북한은 자신에 대한 위협적인 요소라고 주장할 것이다. 최근 7차례 발사체 시험을 한 북한은 일본의 후방 기지를 미사일로 충분히 공격할 수 있다. 사거리 4000㎞의 무수단(북한 명칭 화성 10호)이라면 괌까지 공격할 수 있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1300㎞ 거리의 오키나와는 충분히 공격할 수 있다. 북한이 최근에 시험 발사한 미사일은 낮은 고도로 최장 630㎞ 정도 날아갔는데 이를 타원형으로 발사하면 일본 후방기지까지 사거리 안에 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본 입장에서 비핵화 해결이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나 원천 기술은 건드리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일본은 누구에게 손을 빌리겠는가. 우리 정부도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그런 차원에서 일본은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자신들을 스스로 방어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럴 경우 북한 입장에서는 공세적인 미사일 역량으로 공포심을 심어줄 수 있는 여지가 축소될 수 있다고 여길 수 있다. 이렇게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 커지는 것에 대해 북한은 조바심을 낼 수 있다. "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한국이 이런 사태에 어디까지 개입하고 미국과 협력할지가 관건이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도 한·미·일 삼각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에 경고성 메시지 던진 것인데. 잘못된 행동을 하지 마라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북한의 연속 미사일 시험발사는 어떻게 봐야 하나. 
"북한은 최근 과학자 103명을 선정해 승진시키고 칭호도 주는 등 치하했다. 북한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미사일에 집중하고 있다. 전략적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라고 본다. 발사한 7개 미사일 가운데는 이스칸데르-M처럼 요격 회피를 위해 종말 단계에서 재추진해서 상승하는풀업을 하는 것도 있다. 우리는 탄도 미사일로 관측했지만 북한이대구경조정방사포라고 발표한 발사체도 사실은 탄도미사일을 넘어서는 새로운 방사포다. 탄두에 자탄을 장착해 하나가 날아가도 여러 방을 때릴 수 있는 지대지 미사일도 마지막에 보여줬다. 북한 미사일은 기술 혁신을 계속하는데, 우리는 여전히 3축 체제로만 이야기하고 있다. 북한 미사일은 퀀텀 점프, 즉 비약적인 성장을 하는 데 비해 우리는 예측이 가능한 대응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정보통신기술(ICT)의 실질적인 활용을 통해 우리 만의 억지력을 만들든지, 아니면 북한의 변화에 대처할 능력을 동맹을 통해 보여주든지 해야 한다. 북한에 틈을 줘서는 안된다. 한국은 기술력으로나 경제적으로 큰 나라가 아닌가. '평화'를 앞세워 선한 결과가 나기만 바랄 것이 아니라 충분한 억지력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일이 정부의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 "
북한에 대해선 다양한 옵션이 필요하지 않나.   
"당장 하지 않더라도 모든 옵션을 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굳이 못박지 않더라도, 전술핵을 배치하는 방안도 있다. 미국 국방대 연구 논문에서는 미국과 한국의 공동핵 개발 이야기도 나온다. 핵 공유 이야기도 있고. 만약 북한 핵과 미사일이 중간에 요격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하다면 당분간 우리가 기술을 확보할 때까지는 모든 옵션을 열고 북한 도발에 대응해 국민을 충분히 안심시킬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게 외교안보팀의 기본적인 임무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
미사일 능력을 확대하는 북한에 대응하는 기본 원칙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안보 위협에 대처해 국민을 보호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얼마 전에도 정부가 북한의 막말에 대해서 ”이런 건 그냥 하는 말이고.. 진의가 담겼다고 볼 수 없고..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외교안보 담당자가 이렇게 말해서는 안된다. 신뢰(Credibility)와 능력(Capability)는 항상 별도로 가지고 있어야 국민을 지킬 수 있다. 신뢰는 실제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나타난다. 억지력을 확보하려면 북한이 우리의 역량에 대해 큰일 나겠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 북한 사람들이 한국을 어설프게 공격하거나 도발했다가는 심각한 보복을 받을 수 있고, 정권 안위에 결정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게 피요하다. 물론 대통령은 평화 국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외교로 노력하는 것도 좋지만 도발에도 대비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가져야 한다. "
박원곤 교수가 2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국제정치학회 기획학술회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2013.02.28 김상선

박원곤 교수가 2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국제정치학회 기획학술회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2013.02.28 김상선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  

헤게모니 추구 중국, 한국 중거리 미사일 배치시 단교까지 고려
핵탄두 290개 중, 1600개 미와 전략핵 비균형-중거리 포기 못해
미, 북핵 협상 깨지면 동아시아 새로운 정책 추구할 것  
한국에 지상 발사 중거리 핵미사일 배치 추진할 것

INF가 폐기된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나.
"미국과 러시아가 중거리 핵전력(INF) 폐기조약을 파기한 것은 중국 때문이라고 본다. 미국의 겉으로 주장하는 것은 러시아가 INF 위반했다는 것인데,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러시아가 개발한 이스칸데르-M 지상발사 중거리 미사일이 사실 1000㎞를 날아가는데 INF 때문에 500㎞로 줄여서 이야기한다. 명분은 이렇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이 파기의 원인이 됐다고 본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과거 2011년 8월 15일 월스트리트(WSJ) 기고에서 냉전 시대 조약(INF)이 미국에 해를 끼치고 있으며 미국에 대한 전략적인 위협이 INF에 포함되지 않은 중국·이란·북한에서 비롯한다며 그렇게 공언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도 태평양사령관 시절이던 지난해 2월 미 의원들에게 만일 중국이 INF에 묶여 있다면 보유한 지상발사 미사일의 90% 이상이 금지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시아에서 중거리 미사일의 가치는.  
"미국이 INF 폐기로 사거리 500~5500㎞의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는 건 아시아 지역에 대한 장악력을 확보하고, 중국의 미국에 대한 군사적 대비 태세를 약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미국과 달리 대양함대를 갖추지 못한 중국은 지상에 대함 미사일을 배치하는 '반접근/지역거부(Anti Access/Area Denial=A2/AD)'라는 서태평양 영역지배 전략을 구사해왔다. 미국은 항공모함 전단을 활용해 중국의 A2/AD 전략을 깨려고 해왔다. 하지만 중국이 미사일을 계속 확충하고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중거리 미사일인 둥펑-21(DF-21)까지 배치하면서 미국이 군사적 우위를 점할 수 없게 됐다. 미국은 하루아침에INF 탈퇴를 결정한 게 아니라 상당 기간 중국의 군사력 확장을 바라보다가, 이제는 더는 안되겠다 해서 칼을 뽑아 든 것으로 보면 된다."  
미국이 중거리 미사일을 새로 개발하려면 시간이 들지 않나.    
"INF를 폐기하면서 미국이 중거리 미사일을 다시 개발할 것이란 말이 많은데,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INF는 '지상형 중거리 핵미사일'만 막아 놓은 것이다. 미국이 잠수함·항공모함·순양함·구축함에서 발사하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은 INF에 해당이 안 된다. 이를 지상형으로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만 어디에 배치하느냐, 그리고 언제 배치하느냐가 핵심 사안이다. INF는 '중거리핵전력'이란 의미로 원래 핵미사일을 의미했는데. 지금은 재래식으로만 말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말하는 재래식 탄두는 언제든 핵 탄두로 바꿀 수 있다. 관건은 언제 어디에 배치하느냐, 그리고 핵 탄두를 실제로 배치할 것이냐인데, 나는 이 사안이 여전히 의문부호라고 본다."
미국이 지상발사 중거리 미사일을 동아시아에 배치한다면 어디로 갈 것으로 보나.  
"미국령인 괌을 제외하고 이야기되는 데가 한국·일본·호주인데, 한국과 일본은 군사적으로 썩 필요하지 않다. 토마호크나 공중과 해상발사 미사일이 다 있어서 굳이 한국과 일본에 가져다 놓을 이유가 없다. 필요성은 오히려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이다. 그런데도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계속 이야기하는 이유는 두 나라가 중국과 거리가 가까워서 큰 위협이 뒬 수 있어 상징적 의미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에 배치했을 때의 군사적 효용성은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 "
군사적 효용성과 별개로 정치적으로 동아시아 배치가 가능할까.  
"우리가 또 생각해야 할 것이 한국·일본·호주 모두 결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란 점이다. 만일 이를 배치한다면,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중국은 한국과 단교까지 선언할 것이다. 이 문제는 중국의 사드(THAAD·종말고고도지역방어) 배치 문제와는 차원이 다르다. 중국의 국가 정체성을 바꾸지 않는 한 안 될 것이다. 중국이 헤게모니(패권) 국가로 일어서려고 하는데 이걸 포기하지 않는 한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두고 볼 수 없을 것이다. "
미국이 중국과 핵 군비통제 협상이 가능할까.  
"그래서 미국이 지상발사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한다면 미국령, 예를 들어 괌에만 배치해도 다 커버가 된다. 미국이 계속 강력하게 이야기하는 건 칼을 뽑았으니 뭐라도 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은 우선 1차적으로 중국과 협상할 생각이 있는 듯하다. 중국을 포함해 새로운 INF를 통해 새롭게 핵 군비 통제를 하는 형태로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중국이 이 제안을 받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래서 미국이 최후 수단으로 이를 동아시아에 배치하는 건 가능하다. 하지만 과연 한국·일본·호주까지 갈 것인지는 의문이다. "
INF 폐기는 북핵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북핵과도 긴밀한 관련이 있다. 만일 북한이 협상판을 깨고 트럼프가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어섰다고 하면, 미국은 이를 동아시아에 가져다 놓을 명분이 생긴다. 전술 핵을 반입하지 않더라도, 억지 수단으로 중거리 미사일을 갖다놓고 북핵을 억지하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동아시아에서 그걸 쉽게 받지는 않겠지만, 북미 협상이 깨졌을 때 미국은 중거리를 동사아에 가져오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이 문제를 논의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배치가 간단한 문제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8월 초 호주에서 이를 이야기했다가 나중에 말을 좀 바꿨다. 실제 배치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는데,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사드 문제와는 차원이 다른 갈등이라는 걸 강조할 필요가 있다. 또 INF는 지상발사형 미사일만 제한하는데, 중거리 미사일 전체를 포함하는 것처럼 보여서 잘못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

배치에 대한 정치적인 반대도 상당할 텐데.  
"사례로 알아두면 좋은 것이 INF 체결 전에 유럽에서도 비슷한 일 있었다. 1976년 소련이 SS20 중거리 핵미사일을 개발해 동유럽 14개 발사장에 실전 배치하자 미국이 대응 수단으로 1979년 퍼싱2 중거리 탄도 핵미사일을 개발해 독일에 배치했다. 당시 서유럽 국가에서도 반대가 굉장히 심했다. '반전' '평화'를 외치면서 서유럽 5개 국가에서 반대가 엄청 심했다. 그 결과 배치까지 5년이 걸렸다. SS20이라는 실제 위협이 있는데도 5년이 걸렸는데 우리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결국 INF 폐기협정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당시 INF가 가능했던 건 미국과 소련이 전략 핵무기에서 서로 균형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 본토 공격 능력이 유사했던 것이다. 그래서 유럽에 한정돼 배치됐던 중거리 핵전력의 폐기협정이 가능했다. 물론 소련에서 미하일 고르바초프라는 인물이 나타나 가능하기도 했다. 지금 미국과 중국은 핵전력 균형이 맞지 않는다. 핵탄두가 중국은 290개인데 미국은 1600개로 균형이 맞지 않다. 그래서 중국 입장에서는 중거리 핵 미사일을 포기할 수 없다. 그것도 현실적으로 그걸 받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다. "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최정동 기자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최정동 기자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INF 폐기 목표는 중 포함한 중거리 군축조약 맺는 것
중국, 지대함 미사일도 다량 확보해 위협적
미국의 동아시아 중거리 미사일 배치, 이견 있어도 이뤄질 것
한국 미국 지상발사 중거리 미사일 배치 입장 정리해야
반대하면 방위비 분담금이나 파병 등 상응대가요구 받을 것
중거리 미사일 받으면 미 전략 부응 보상 받을 수 있어

미국이 INF를 파기한 배경을 어떻게 보나.
"일단 현재 미국의 INF 파기의 1차적인 목표는 중국을 포함한 중거리 미사일 군축조약을 희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미국이 INF를 준수하는 동안 러시아는 순항 미사일을 발전시키고, 중국은 중거리 미사일을 발전시키고 지대함 미사일을 개발했다. 중국은 이를 통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파고든 상황이었다. 미국이 INF를 준수해서 얻는 것이 없었던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깨기로 한 것이다. 이 조약을 깨는 원인 중 하나가 중국도 그 군축조약 안에 들어오라는 의미도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
중국이 들어오지 않으면 미국은 어떻게 대응할까.  
"중국이 새로운 군축협상에 들어오면 좋지만, 들어오지 않으면 재래식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해서 우방국에 배치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당장 배치하려는 것 같진 않고, 지금 각국의 입장도 다 다르다. 우리는 사실 배치가 어렵다는 입장이고, 호주나 일본은 물음표다. 일본은 자기들이 특정 보상을 받으면 가능하다는 것인데, 일본의 탄도미사일 능력이나 방위산업과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고민해 보겠다는 것이다. 대만과 베트남은 조금 더 유연하긴 하다는데 정확한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국가간·지역간 입장이 서로 다르다. 이렇게 중거리 미사일 배치와 관련해서 이견은 존재하지만 미국의 동아시아 역내 배치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 이 점을 고려하면 군비 확장 측면에서 중국은 미국과 맞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고, 결국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1차적으로 군축조약을 수용할 것이냐가 첫째 관건인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중국이 군축협상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작다. 일부 전문가는 중국이 이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중국이라는 국가의 투명성이 낮기 때문에 믿을 수가 없다고 지적한다."
북핵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북한도 동아시아에서 군비 경쟁이 치열해지면 그 틈을 노릴 것이다. 중국으로부터 후원을 받거나 지시를 받으면서 그런 상황을 활용할 것이다. 북한은 당연히 이 상황을 이용해 미사일 등의 군비 확장에 나설 것이다. "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한국은 지금 당장 중거리 미사일을 받겠다, 안 받겠다는 입장을 정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상황이 전개되는 것을 보면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여러 조건이 있을 텐데, 우선 문재인 정부는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럴 경우 미국과 갈등 요인이 될 테고 우리가 안 받겠다고 하면 미국도 강요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우리가 이를 거부한 것에 대해 방위비 분담 증액이나 해외 파병을 더 요청하는 등 상응하는 대가가 따를 수 있다. 거꾸로 우리가 필요에 따라 배치를 수용하면 같은 맥락에서 미국 전략에 부응한 것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 결국 상황을 봐가면서 접근해야 한다."  
김기호 교수

김기호 교수

@김기호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전 국방대 안보대학원 군사전략학부 교수)   

INF 폐기, 중거리 미사일 개발한 러 책임/중은 수혜자
한·미·일·호·뉴질랜드 동맹 잘 되면 전술핵 공유도 가능
대중 견제에 북한의 미사일 억제까지 가능해져
북한은 치밀하게 미사일 전력 증강해 한국 위협
일의 이지스 어쇼어엔 침묵한 중, 한국엔 시비 걸 것

INF 파기의 국제정치적 군사적 함의는 무엇인가.    
"INF 파기의 주된 이유는 중국이 맞긴 하지만, 직접적인 원인은 러시아가 제공했다. 유럽에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무력화 할 수 있는 지상발사 중거리 미사일을 러시아가 개발했기 때문이다. 극동에도 이런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 있다고 보이면서 미국이 결국 파기한 것으로 봐야 한다. "
INF 파기에서 중국 요인은 어느 정도로 보나.
"사실 INF로 가장 이익을 본 건 중국이다. 중국은 INF와 관계 없이 핵과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고 배치해왔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막으면서 북한도 견제하기 위해서 INF를 폐기하고 동아시아 지역에 중거리 핵 전력을 배치하려고 하는 것이다. 나토처럼 한·미·일·호·뉴질랜드 동맹이 잘 되면 핵무기 공유까지 고려하게 될 것 같다. 한 나라에 핵을 주면 위험하기 때문에 나토 5개 국가가 공유하는 것처럼 ‘또 하나의 나토’를 동아시아에 만들려고 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하면 미국은 대중국 견제는 물론 유럽 대신 아시아로 진출하려는 러시아의 남진정책도 억제할 수 있고,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3종세트 미사일도 억지할 수 있게 된다. "
포스트 INF, 또는 신냉전 시대에 한국의 상황은 어떻게 전망하나. 
"그런 상황에서 가장 새우 등이 터지는 나라가 한국이다. 증거리 미사일을 일본에 배치하는 건 중국이 시비를 걸지 못할 것이다. 일본이 미사일 요격 체계를 지상에 설치한 '이지스 어쇼어' 시스템에 미사일을 요격하는 SM-3 미사일을 배치하고,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체계에 가입돼 있어도 중국은 일본에 아무런 시비를 걸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2016년 주한미군의 사드 ‘임시’ 배치 때 그렇게 엄청난 압박과 한국의 롯데그룹에 불이익을 줬지만, 일본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상황에서 중거리 미사일을 한국에 배치하게 되면 중국은 물론 북한까지도 강경하게 나오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수 있다. 북한과도 군사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이지 않은가. 일이 그렇게 되면 문재인 정부는 도저히 풀 수 없는 난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미·러·중이 새로운 핵 군비통제 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삼국간 신핵군축 협약은 장기적으로는 그렇게 돼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당위성만 있을 뿐 현실적으로 지금은 어려울 것 같다. 현재의 국제 정세 사이클을 보면 군축 약속인 INF를 파기하고 핵 전력을 증강하는 분위기로 가고 있다. 이렇게 전력을 증강하다 서로 공멸할 것 같은 위협을 느끼면 다시 군축으로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시기가 아니라고 본다."  
북한은 어떻게 나올 것 같은가. 
"동북아에서 핵무기 경쟁 레이스가 벌어지면 북한은 건조 중인 3000t급 잠수함을 핵 추진으로 만들거나 핵탄두를 장착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하려고 할 것이다. 일본도 말은 하지 않고 있지만 핵연료 재처리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언제든지 핵을 만들 능력이 있다. 여기에 미국이 우리한테 전술핵 을 공유하든지 하면 동북아도 핵 경쟁 레이스에 접어들 것으로 본다. "
그렇게 되면 북한의 핵 위상이 변하게 될까.
"미국과 러시아가 INF를 폐기한 것이 북한을 자극해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한다면 핵 위상이 더욱 강력해질 수 있다. 핵탄두가 100발 이상이 돼야 충분한 핵 억지력을 갖추게 된다. 많은 전문가는 북한이 지금같이 협상 시간을 질질 끌고 1~2년을 더 버티면서 핵을 개발하면 100발 이상을 보유하게 될 것으로 본다. 그렇게 되면 북한 핵은 제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다. 동북아에서는 현재 중국과 러시아가 원자력 추진 탄도미사일 잠수함(SSBN)을 운영하는데, 북한까지 가지게 되면 문제가 더욱 커진다."
최근 북한의 미사일 시험도 이런 핵전력 구축과 관련이 있을까.  
"3종 미사일 발사에 대해 북한은 말로는 한미 군사연습 때문에 무력 시위를 하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떤 치밀한 계획에 따라 전력을 증강하는 것으로 본다. 지금 한국에는 탄도탄 요격 미사일인 사드나 패트리엇이 들어와서 과거처럼 스커드나 노동 미사일로 공격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북한은 사드나 패트리엇을 무력화하기 위해 신형 전술무기 3종 세트를 만든 것이다. 거기에 SSBN과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까지 더하면 감당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북한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  
"지상에 핵 시설이 있을 경우 사전에 타격하면 무용지물이 된다. 하지만 바닷속에 있는 SSBN은 때릴 수가 없다. 그런 걸 ‘제2 병력’이라고 하는데, 북한이 이를 갖게 되면 북한 핵에 대한 선제 타격이 어려워진다. 북핵에 대응하는 한국의 킬 체인도 어려워진다. 이번 북한 미사일 사태에서 봤듯이 국은 이미 북한 미사일의 비거리도 식별 못 하고 많이 놓친다. 일본같이 발전한 나라도 미국 위성에 의존한다. 그래서 이번에도 북한 미사일 보지도 못하고 계속 분석 중인 것이다. 기술적인 면에서 떨어진다는 의미다. 
미사일 식별이 왜 이리 어렵나.  
"미사일 발사부터 전 궤도를 추적하는 건 한두 가지로 되는 게 아니다. 정찰부터 각종 루트를 중첩해서 관찰해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 그렇게 해서 요격 레이더에 인계해야 한다. 미국은 적외선으로 돼 있어서 발사단계부터 포착한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MD)에 동참하지 않으면 최초 단계에서 미사일을 찾기 힘들다. 북한의 3종 미사일은 패트리엇과 사드의 사각을 노린다. 여기에 중거리 핵전력까지 더해지면, 한국은 미·중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화약고가 될 수 있다. 지금 안보 위협에 경제 위협까지 가중되면 우리 정권이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중거리 미사일의 한국 배치 문제는   
"한국에 배치되면 중국이 격렬하게 반대하는 것은 물론 북한에도 반대와 대응조치를 사주할 것이다. 중국은 한국을 상대로 경제 전쟁도 벌일 것이다. 그럴 경우 그야말로 새우등이 터지는 형국이 될 것이다. 주목할 점은 중거리 미사일을 한국에 배치하는 건 미사일뿐 아니라 하나의 패키지를 통째로 들여오는 것이다. 고성능 위성 레이더 등도 함께 전술 배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미사일을 발사 단계부터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지금도 안 보는 건 아니지만, 위성으로 보기 때문에 가끔 사각지대가 생긴다. 근데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해 위성 레이더를 코앞에 가져다 놓으면 중국 앞마당을 들여다볼 수 있다. 사드 배치 때도 중국이 격렬하게 반대한 이유가 레이더 때문이다. "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제는 어정쩡하게 양다리 걸치기를 할 때가 아니다. 그렇게 하면 양쪽에서 동시에 얻어터질 수 있다. 한쪽에서 얻어터져도 덜 얻어터지는 쪽으로 줄을 서야 할 것이다. 미국이나 중국이 한국을 대상으로 압력을 넣는 게 바로 이런 줄서기를 강요하는 것이 아닌가.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위한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김다영 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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