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트럼프 "그린란드 사고싶다"···농담 아닌 이 말, 중·러 겨냥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그린란드 누크 부근에 형성돼 있는 피요르드. [중앙포토]

그린란드 누크 부근에 형성돼 있는 피요르드.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최대 섬인 그린란드를 사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세계가 술렁이고 있다.

트럼프 눈독 ‘농담’ 아니다 

지나가며 던진 농담인 줄 알았는데, 백악관 법률고문들에게 매입 방안에 대해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부동산 거물인 트럼프 대통령이 아파트를 사듯 덴마크령인 그린란드를 살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아니냐는 조롱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구애'는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 아니다. 그린란드는 지정학적으로 러시아를 대항할 미국의 군사적 요충지이며,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경제적 가치가 급등하고 있는 블루오션이다. 입맛을 다시는 강대국들이 비단 미국뿐만이 아닌 상황이 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부동산 재벌 출신 미 대통령, 동토에 눈독 #북극 잡으면 푸틴도 시진핑도 견제 가능

모스크바 3600km 최북단 군사 전략지 

캐나다 북쪽에 위치한 그린란드는 국토의 85%가 빙상으로 덮여 경작이 가능한 영토는 전체의 2%에 불과 한 말 그대로의 동토(凍土)다. 인구도 5만6000명에 불과하며 재정의 60%를 본국인 덴마크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으로부터 북극 진출의 교두보로 낙점찍힌 그린란드의 지정학적 위치. [구글맵 캡처]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으로부터 북극 진출의 교두보로 낙점찍힌 그린란드의 지정학적 위치. [구글맵 캡처]

이런 '얼음의 땅'이 미국에 중요한 이유는 그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다. 그린란드에서 모스크바까지는 불과 3600㎞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전략폭격기(핵무기 탑재 폭격기) 운용에는 최적지였다. 이에 미국은 덴마크와 군사방위조약을 맺고 1951년부터 그린란드에 툴레공군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툴레공군기지는 세계 미군기지 전체를 통틀어 최북단 기지다. 미국은 툴레공군기지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조기 경보기도 작동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국은 앤드루 존슨 대통령 때인 1867년 그린란드를 사들이려 했지만 실패했다. 또 1946년에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매입을 제안했으나 거래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린란드를 국가 차원에서 매입하고 싶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농담이나 과시를 위한 것이 아닌 셈이다.

북극 패권 장악 나선 중국에 '브레이크'  

특히 최근에는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중국이 북극권으로의 진출 교두보로 그린란드를 활용하려 하고 있다. 중국은 이를 위해 자본과 군사력을 대거 투입하고 있다. 지난 5월 미 국방부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군사력을 바탕으로 남중국해뿐만 아니라 북극권까지 군사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며 "중국이 북극권에서 진행하고 있는 활발한 활동은 이 지역에서 중국 군사력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토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시 중국이 그린란드에 연구소와 위성기지국을 세우고 공항을 개조하는 등의 제안을 했고, 덴마크가 큰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미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는 올해 7월 북극해 해빙 면적이 759만㎢에 달해 동월 기준 관측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출처=NCIDC]

미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는 올해 7월 북극해 해빙 면적이 759만㎢에 달해 동월 기준 관측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출처=NCIDC]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북극 패권 경쟁으로 그린란드가 중요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 캐나다와 북극 사이 바다는 빙하로 가로막혀 있는데, 지구온난화로 북극 빙하가 줄어들면 2~3년 이내로 러시아 동북부에서 캐나다 북부 해역, 유럽을 잇는 '북서항로'가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고 전했다.

그린란드의 가격은 얼마?

그렇다면 그린란드의 가격은 얼마일까? 경제종합지 마켓워치가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 구매 의사 타진 이후 그린란드의 가격을 산정해보려 했지만 정답은 없었다. 이미 미국은 1803년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의 주도하에 나폴레옹의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주 210만㎢의 땅을 1500만 달러에 사들인 전력이 있다. 또 미국은 1867년 러시아에 720만달러를 지불하고 17만㎢ 면적의 알래스카를 매입했다. 1946년 트루먼 당시 미 대통령이 그린란드 매입가로 1억달러를 제안했으니, 이를 오늘날로 환산하면 13억달러 수준이다.

그러나 화폐가치를 단순히 치환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린란드의 전략적 가치뿐만 아니라 그린란드의 천연자원이 가져다줄 경제적 효과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린란드 자치정부는 광물, 원유, 천연가스 등 그린란드의 천연자원 매장량이 북극권 전체의 절반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4년 맨해튼의 가치를 1조7400억달러로 추산한 제이슨 바르 미 럿거스-뉴어크대학 경제학자는 마켓워치에 "맨해튼은 도로 밑에 금광이 있지 않아 그 자산가치를 산출하는 게 쉽지만, 그린란드는 많은 지하자원으로 객관적 산출이 어렵다"고 말했다.

물론 그린란드의 가치가 산정되더라도 미국이 그린란드를 사들일 가능성은 현재로선 없다. 그린란드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비즈니스의 기회는 열려있는 곳이지만 파는 곳은 아니다"라고 일언지하 거절했다. 대신 외신들은 "그린란드가 사고팔 수 있는 매물은 아니지만, 그 가치가 점점 치솟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