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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서 산으로 웅동중 옮긴 조국 부친…"땅장사한다" 소문도

중앙일보

입력

19일 웅동학원이 운영하고 있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 웅동중학교 산중턱에 위치하고 있다.웅동학원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모친이 이사장으로 있다.송봉근 기자

19일 웅동학원이 운영하고 있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 웅동중학교 산중턱에 위치하고 있다.웅동학원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모친이 이사장으로 있다.송봉근 기자

경남 창원시 진해구 두동에 있는 웅동중학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를 앞두고 논란의 발단이 된 학교다. 웅동중학교를 소유한 웅동학원은 조 후보자의 부친이 25년간 이사장을 맡았다. 현재는 조 후보자의 모친이 이사장을, 아내가 이사를 맡고 있다.

1997년 시내 → 외곽 학교 이전 추진 #당시 학원감사 "면학분위기 때문에 옮겨" #신축 공사, 조 후보 동생 회사가 맡아 #옛 학교터엔 18층 아파트 단지 들어서 #노무현 전 대통령, 두 차례 찾아 특강

18일 웅동학원이 운영하고 있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 웅동중학교의 강당'계광누리'.이 강당은 2003년3월13일 노무현 전 대통령 방문을 기념하기 위해 교육부 특별교부금 8억원과 진해시 지원금 2억원 등 총 10억원을 지원받아 2004년10월22일 준공하였다. 송봉근 기자

18일 웅동학원이 운영하고 있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 웅동중학교의 강당'계광누리'.이 강당은 2003년3월13일 노무현 전 대통령 방문을 기념하기 위해 교육부 특별교부금 8억원과 진해시 지원금 2억원 등 총 10억원을 지원받아 2004년10월22일 준공하였다. 송봉근 기자

웅동중학교는 11개 학급에 전교생은 243명이다. 웅동중학교 운동장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심은 나무가 있다. 노 전 대통령은 2001년과 2003년 이 학교를 방문했다. 2000년 노 전 대통령은 부산 북구·강서구을 지역 국회의원으로 출마하면서 웅동중학교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당시 지역구인 강서구를 가려면 웅동중학교를 지나야 했다. 그때마다 노 전 대통령은 ‘특강이라도 한번 가겠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2000년 국회의원 낙선 이후 해양수산부 장관이 된 노 전 대통령은 2001년 장관직에서 물러나자 고향으로 내려왔다. 이때 웅동중학교에서 명사 특강 요청이 오자 노 전 대통령은 흔쾌히 응했다고 한다. 조종호 웅동중학교장은 “당시 시골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꿈을 가지도록 명사 초청 특강을 종종 진행했다”며 “지역 인사를 통해 노 전 대통령에게 특강 요청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때 특강을 들은 한 지역 주민은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면 또다시 특강을 오겠다’고 약속했다”며 “2003년 2월 대통령으로 당선되자마자 학교 측에서 약속을 지켜달라고 수차례 요청했고, 그해 3월 13일 노 전 대통령은 약속을 지켰다”고 회고했다. 학교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정부 지원금 10억원으로 강당을 지었다. 강당 이름은 웅동중학교의 전신인 ‘계광학교’에서 본떠‘계광누리’로 지었다.

1908년 세워진 계광학교는 지역에서 유서 깊은 명문 사학이었다. 계광학교 교사들은 1919년 웅동지역의 4.3 독립 만세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1933년 폐교됐지만 광복 직후인 1946년 웅동고등공민학교(중학교 교육과정)로 부활했다. 1952년 교명을 웅동중학교로 바꿨다.

80년대 들어 학생 수가 줄고 재정 상황이 악화하자 지역 유지들이 조 후보자 부친에게 웅동중학교 인수를 권했다고 한다. 당시 그는 고려종합건설을 운영하고 있었다. 조씨는 1985년 웅동중학교를 인수하고 웅동학원 이사장을 맡았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조씨는 학교 이전을 추진했다. 시내 한복판인 경남 창원시 진해구 마천동에서 외곽인 두동으로 이전했다. 웅동학원은 이전 공사를 조씨가 대표로 있던 고려종합개발에 맡겼다. 실제 공사는 조 후보자의 동생이 대표로 있는 고려시티개발에서 했다고 한다.

18일 웅동학원이 운영하고 있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 웅동중학교.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도 한 때 웅동학원의 이사로 재직했으며 현재 이사장은 조 후보의 모친이다. 송봉근 기자

18일 웅동학원이 운영하고 있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 웅동중학교.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도 한 때 웅동학원의 이사로 재직했으며 현재 이사장은 조 후보의 모친이다. 송봉근 기자

당시 지역 주민들 사이에 ‘학교가 어려워 땅을 아파트 부지로 팔고 외곽으로 간다’ ' 땅 장사하는 거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이에대해 웅동학원 감사였던 주모(66)씨는 “1997년 당시 학교 옛 부지 뒤로 새 도로가 뚫려 면학 분위기가 나빠지자 위해 한적한 산 중턱으로 학교를 옮긴 것”이라고 반박했다.

부동산공시가격 알리미에 따르면 1997년 웅동중학교 옛 부지 공시지가는 ㎡당 25만8000원이었고, 이전한 곳(두동 1166-4)은 6만9800원이었다. 학교 부지가 1만㎡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최대 25억원의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로 건설 경기가 얼어붙은 탓에 웅동중학교 부지는 팔리지 않았다. 주씨는 “땅이 팔리지 않아 조씨가 학교 공사 대금 16억원 가운데 9억원을 은행에서 대출받았다”고 회고했다.

은행에서 빌린 9억원에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면서 공사 대금을 갚지 못해 땅 부지는 경매로 나왔다. 1997년 고려종합개발과 고려시티개발은 웅동학원의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부도났다. 보증을 섰던 기술보증기금(기보)이 대신 빚을 갚았다.

땅은 2001년 남명산업개발에 팔렸다. 이 부지에는 현재 ‘남명플럼빌리지’라는 18층짜리 아파트 5개 동이 들어섰다. 남명산업개발에 받은 부지 대금은 얼마인지, 웅동학원에서 어떻게 회계 처리했는지는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웅동학원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조종호 웅동중학교장은 “용지 매각 등 학교 재산과 관련된 사항은 웅동학원 이사진에서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모른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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