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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일가에 보증 섰다 9억 날린 기보 "채권 매각돼 현재로선 할 수 있는 일 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술보증기금(이하 기보)은 19일 조국(54·사진) 법무부 장관 후보자 부친이 운영하던 고려종합건설과 동생인 J 씨의 고려시티개발에 보증을 섰다가 9억5000만원가량의 은행 대출금 전액을 대신 갚은 것과 관련 “2013년 관련 채권이 캠코(자산관리공사)에 매각돼 현재로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밝혔다. 기보 관계자는 이날 “당시 이미 기보의 부실채권 처리 관련 내규에 따라 충실히 임했고, 관련 채권의 회수관리 주체가 바뀌어 우리가 내놓을 수 있는 추가 대책은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동 현대적선빌딩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동 현대적선빌딩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재판 두 번 모두 이겼지만…

사건은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법원 판결문 등에 따르면 조 후보자 선친은 1996년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던 웅동학원의 16억원 대 공사를 고려종합건설에 발주했다. 이 공사의 하도급 공사는 조 후보자 동생이 대표이사로 있던 고려시티개발이 맡았다. 당시 이들은 공사비 충당을 위해 농협과 부산은행 등에서 9억 5000만원가량을 대출했다. 대출 보증은 기보가 섰다. 하지만 고려종합건설이 1997년 도산하면서 은행 대출금 전액을 기보가 대신 갚게 됐다.

이에 기보는 채무자인 고려종합건설과 7인의 연대보증인에 대해 구상금 청구 소송을 내 2001년 6월 승소했다. 당시 연대 보증인에는 조 후보자 부친과 모친 박 모(81) 씨, 조 후보자 동생 등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빚을 갚지 않았다.

19일 웅동학원이 운영하고 있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 웅동중학교. 웅동학원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모친이 이사장으로 있다. 송봉근 기자

19일 웅동학원이 운영하고 있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 웅동중학교. 웅동학원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모친이 이사장으로 있다. 송봉근 기자

부실채권은 캠코로 넘어가

기보는 2011년에도 두 번째 구상권 청구 소송을 냈다. 첫 번째 판결로 인한 채권의 소멸 시효 기간(10년)이 지나려 했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 판결에서도 기보는 승소했다. 이자 등이 눈덩이처럼 불어 받아야 할 돈이 40억 원대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번에도 돈을 돌려받지는 못했다.

이후 이 돈은 부실채권으로 분류돼 2013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 매각됐다는 게 기보 측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기보 측은 “기보로선 두 차례의 구상금 청구 소송 등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당시에 이미 모두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에서처럼 제대로 회수하지 못한 부실채권은 내규에 따라 캠코에 매각됐을 것이고, 이 채권이 캠코에 지금 어떤 상태인지 등은 현재의 기보로선 사실상 알기 어렵다”고 밝혔다. 기보는 2011년 4월 업무협약을 맺고 부실 구상채권의 정리를 캠코에 맡겨왔다.

하지만 기보가 첫 번째 구상권 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뒤 두 번째 구상권 청구 소송을 내는 데 10년이 걸린 점에 대해선 추가로 해명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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