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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오늘 저녁은 창경궁, 내일은 화성행궁…여름밤을 왕처럼 보내볼까

중앙일보

입력

옥천교에서 바로 명정문을 통과하지 않고 옆으로 빙 돌아 명정전으로 들어가는 길. 해 질 녘 노을이 고궁의 분위기를 한껏 멋스럽게 해준다.

옥천교에서 바로 명정문을 통과하지 않고 옆으로 빙 돌아 명정전으로 들어가는 길. 해 질 녘 노을이 고궁의 분위기를 한껏 멋스럽게 해준다.

무더운 여름, 한낮에는 이글거리는 햇빛에 바깥에 나가기가 꺼려집니다. 하지만 해가 저물고 나면 뜨거운 열기가 한풀 꺾이고 선선한 바람도 불곤 하죠. 여름은 밤을 즐기기 좋은 계절입니다. 밤에 더욱 멋지고 즐거운 야간 개장 명소를 소개할게요. 단, 여름밤을 안전하게 즐기려면 부모님 등 보호자와 함께 가는 것이 좋겠죠.

지난 4일 소중 학생기자단이 찾은 곳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창경궁입니다. 지난해까지는 정해진 기간에 한정된 인원만 야간 입장이 가능했지만, 올해부터 그런 제한을 없앴죠. 휴궁일인 월요일을 빼고 밤 9시까지 관람이 가능합니다. 만 24세 이하와 한복을 입은 사람은 무료입장이고요. 김민서 학생기자와 유다현 학생모델은 아직 해가 떠 있는 오후 7시 창경궁의 정문인 홍화문을 지나 김소숙 라이브뮤지엄 해설사를 만났어요.

김민서(왼쪽)·유다현 소중 학생기자단이 창경궁에서 무료로 대여해주는 청사초롱을 들고 불이 들어온 전각 앞에 섰다.

김민서(왼쪽)·유다현 소중 학생기자단이 창경궁에서 무료로 대여해주는 청사초롱을 들고 불이 들어온 전각 앞에 섰다.

“창경궁은 서울의 5대 궁궐 가운데 세 번째로 만들어졌어요. 처음 지어졌을 때 이름은 ‘수강궁’이었죠. 세종이 자신의 아버지를 위해 지었어요. 이후 성종이 세 왕후들을 모시기 위해 수강궁 터에 창경궁이라는 이름으로 궁궐을 새로 지었죠. 임진왜란 때 불에 타 소실됐다가 광해군 때 다시 지어졌어요. 하지만 이후에도 소실과 복원이 거듭됐죠. 1909년에는 일제가 창경궁을 허물고 동물원을 만들어 ‘창경원’이라고 이름을 바꿨어요. 1980년대에 와서야 창경궁을 복원하기 시작했답니다.”

학생기자단은 홍화문 옆에서 무료로 대여해주는 청사초롱을 하나씩 손에 들고 본격적으로 창경궁 탐방에 나섰습니다. 먼저 홍화문을 지나면 바로 만나게 되는 옥천교가 눈에 들어왔죠. 김 해설사는 “500년 역사를 가진 다리”라고 소개했어요. “옥처럼 맑은 물이 흘러간다고 해서 옥천교예요. 평소에는 물이 잘 흐르지 않는데 오늘은 마침 소나기가 내린 덕분에 물이 흐르고 있네요. 다리 양쪽을 보면 아치 밑에 도깨비 같은 얼굴이 보이죠? 궁궐 안으로 나쁜 기운이 들어오지 못하게 한 거예요. 물길이 들어오는 쪽은 험상궂은 표정이지만 반대편은 웃는 얼굴이죠.”

어둠에 잠기고 있는 명정전의 모습. 조정(마당) 가운데 삼도(왕과 신하가 다니는 길)가 있고 답도(계단)를 지나 정전(왕의 전각)으로 올라가게 된다.

어둠에 잠기고 있는 명정전의 모습. 조정(마당) 가운데 삼도(왕과 신하가 다니는 길)가 있고 답도(계단)를 지나 정전(왕의 전각)으로 올라가게 된다.

걸음을 옮겨 향한 곳은 국보 226호인 명정전이었습니다. 왕의 즉위식과 과거시험, 궁중연회, 혼례식 등을 치렀던 곳이죠. 현재 남아 있는 조선 궁궐의 정전 가운데 가장 오래된 건물이에요. 전각 앞쪽에 펼쳐져 있는 마당은 ‘조정’이라고 부르는데요. 바닥에는 ‘박석’이라고 부르는 울퉁불퉁한 돌이 깔렸죠. 마당 중앙에는 ‘삼도’라고 부르는 길이 있어요. 가운데 부분은 임금이 걸어가는 길, 즉 ‘어도’로 제일 높고, 그 양 옆으로 신하들이 걸어갔다고 해요. 마당에서 명정전으로 오르는 계단 중 가운데 부분은 ‘답도’라고 해서 왕이 탄 가마가 지나갔죠.

명정전 내부에 일월오봉도가 그려진 병풍이 있다. 해와 달은 왕과 왕비를, 다섯 봉우리의 산은 전국의 국토를 상징한다.

명정전 내부에 일월오봉도가 그려진 병풍이 있다. 해와 달은 왕과 왕비를, 다섯 봉우리의 산은 전국의 국토를 상징한다.

명정전을 둘러보는 사이 어느덧 해가 저물었습니다. 해 질 녘 노을이 비친 창경궁은 신비로운 하늘 색깔과 어우러져 더욱 아름다웠죠. 석양을 배경으로 그림자 진 기와지붕의 처마 끝 곡선이 선명하게 드러났어요. 해가 완전히 지고 난 다음에는 어둠 속에 잠긴 전각에서 은은하게 불빛이 새어 나왔어요. 창살 무늬 사이로 비치는 노란 불빛이 따뜻하게 느껴졌죠. 명정전의 바로 옆에는 문정전이 자리합니다. 왕의 집무실과 같은 공간인데, 바로 이곳에서 영조가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숨지게 하는 사건이 있었죠.

명정전에서 왕의 사적인 공간인 ‘내전’으로 향하는 곳에는 ‘빈양문’이라는 문이 있는데요. 왕의 생활공간으로 통하는 곳이기 때문에 출입이 엄격하게 제한되었던 곳입니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관람객들의 포토존이 되었죠. 김 해설사는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스폿”이라면서 “창경궁을 소개하는 브로슈어에도 빈양문의 사진이 실렸다”고 설명했어요. 소중 학생기자단도 그냥 지나칠 수 없죠. 청사초롱을 나란히 들고 은은한 불빛이 흘러나오는 꽃창살을 배경으로 빈양문 앞에서 사진을 한 컷 남겼습니다.

춘당지(연못) 물에 비치는 은은한 조명이 예쁘다. 가운데 나무에도 조명이 비춘다.

춘당지(연못) 물에 비치는 은은한 조명이 예쁘다. 가운데 나무에도 조명이 비춘다.

이번에는 경춘전과 환경전, 통명전, 양화당 등을 지나 ‘춘당지’로 향했어요. 나무가 우거진 샛길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커다란 연못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 연못의 일부는 원래 왕이 백성들이 짓는 농사를 궁궐 안에서 직접 지어보기 위한 공간으로 쓰던 곳이었는데, 일제가 이곳에 연못을 만들었다고 해요. 캄캄한 밤이지만 조명에 불이 들어와 연못에 비치는 풍경이 일품이었습니다. 멋진 야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다 보니 어느새 폐장 시간이 다가왔어요. 창경궁의 구석구석을 모두 살펴보기에는 조금 짧은 시간이었죠. 아쉬움을 간직한 채 소중 학생기자단은 다음에 다시 찾아올 것을 기약했어요. 창경궁을 비롯해 경복궁·창덕궁·덕수궁 등 4대 궁궐과 종묘, 조선왕릉은 8월 25일까지 제74주년 광복절을 기념해 무료로 개방된다고 해요. 소중 독자 여러분도 여름밤 궁궐 나들이에 나서보는 건 어떨까요.

전각과 소나무가 어우러진 고풍스러운 풍경 위로 푸른 밤하늘에 초승달이 걸려 있다.

전각과 소나무가 어우러진 고풍스러운 풍경 위로 푸른 밤하늘에 초승달이 걸려 있다.


<여름밤 야간개장 명소>

글=최은혜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김민서(경기도 신원초 6) 학생기자·유다현(경기도 위례중 1) 학생모델, 도움=체험학습플랫폼 아자스쿨

<정가희 학생기자의 제주 야간 명소 추천>

폭염으로 무더운 여름, 제주도에 사는 우리 가족이 더위를 피하러 가는 곳을 소개할게요. 우리 가족은 해수욕을 자주 합니다. 스노클링·모래찜질·파도타기를 하다 보면 더운 줄도 모르죠. 특히 함덕바다에서는 저녁 9시까지 야간수영을 할 수 있어요. 밤에 수영하다 보면 수평선에 불빛들이 보이는데 바로 한치와 오징어를 잡는 배랍니다. 밤 수영을 하고 난 후에는 에어컨이나 선풍기 없이도 시원하게 잘 수 있어요. 해수욕장 야간개장은 아쉽게도 15일까지였는데요. 올해 놓쳤다면 내년을 기대해 보세요.

또, 더위를 피하고 야경도 멋진 곳으로 제주 라이트아트페스타가 있습니다. 아시아 최초 빛 테마 뮤지엄 파크로 세계적인 아티스트 브루스 먼로, 젠 르윈, 이병찬 등의 작품을 야간에 빛으로 감상할 수 있죠. 오후 7시 30분부터 모든 작품에 불이 켜져요. 저는 브루스 먼로의 ‘워터타워’가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요. 소리를 빛으로 나타냈다는 것이 인상 깊었고 음악이 시원한 해변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에요. 탁 트인 녹차 밭에서 펼쳐져 시원했고, 아름다운 야경도 볼 수 있어 피서하기 좋은 곳이었습니다. 제주 라이트아트페스타는 자정까지 문을 연답니다. 정가희(제주 아라초 6) 학생기자

제주 라이트아트페스타
주소 제주도 제주시 조천읍 선교로 115-1
입장료 주간 어린이(만 7~12세) 2000원 청소년(만 13~18세) 3000원 성인(만 19세 이상) 5000원 야간 어린이 8000원 청소년 10000원 성인 1만8000원
운영시간 하절기(6월 16일~10월 15일) 주간 오전 9시~오후 6시 야간 오후 6~12시 하절기 외 주간 오전 9시~오후 5시 야간 오후 5~11시
문의 064-784-9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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